보복대상이 특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응징은 이라크 저항세력과 전면전 감수해야 가능
권혁철 기자/ 한겨레 여론매체부 nura@hani.co.kr
“김선일씨 살해는 어떤 이유로든 용서받을 수 없는 반인륜적 만행이고 범인을 찾아내 책임을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살려달라’는 김선일씨의 절규가 사람들의 가슴을 치면서 한동안 보복응징론이 들끓었다. 김씨의 비극적 죽음이 알려진 6월23일 새벽 국방부 홈페이지에는 ‘이라크를 응징하라’는 글을 올리는 네티즌들의 접속이 폭주하면서 홈페이지가 한때 다운되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라크와 전쟁을 선포하고 특전사와 해병대를 이라크로 보내 이라크를 지구상에서 없애버려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런 주장을 가 여과 없이 대변했다. 이 신문 6월24일치 3면은 ‘이라크에 전투병을 보내 테러집단을 싹 쓸어버려라’고 주장하는 일부 과격 주장을 싣고, ‘기자 수첩’에서는 ‘테러 규탄만 있고 응징은 없다’며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들의 만행은 받드시 응징해야 한다. 구체적 방법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결코 그들의 위협에 굴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의지만이라도 분명히 해야 한다’(조선일보 6월24일치 사설)는 고백처럼 ‘응징’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보복 응징 작전은 최정예 특수부대 몇십명을 달랑 보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먼저 보복대상이 분명치 않다. 앤드루 배이스비치 보스턴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최근 미국외교관계협의회에 보낸 글에서 “우리는 현재 1년 넘게 저항세력들과 제2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정확하게’ 누가 우리의 적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10만명이 넘는 전투 병력을 이라크에 투입하고 세계 최강의 정보력을 자랑하는 미국도 ‘누가 적인지 모른다’고 고백하는 판이다. 보복대상이 특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응징은 이라크 저항세력과의 전면전을 감수해야 가능하다. 이 경우라면 평화재건 부대 대신 정예 전투병으로 이라크 추가 파병의 성격부터 바꿔야 한다.
응징대상을 정확히 가려낼 정보능력이 갖춰진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응징 작전에 나선 병력을 뒷받침하고 주변을 봉쇄·통제할 예비 지원병력, 공격형 헬기, 전투기 등 항공지원 전력, 작전에 투입된 병력의 빠르고 정확한 투입과 철수를 보장해줄 수송수단의 확보, 실시간으로 현장 정보를 제공받고 통제·지휘할 수 있는 지휘통제부가 있어야 한다.
이같은 치밀한 사전 준비 없이 보복 응징 병력을 이라크 특정 지역에 투입할 경우 십중팔구 영화 같은 참사가 빚어지기 십상이다. 보복 응징 전력으로 꼽히는 한국군 특수부대가 아무리 최정예 병력이라고 해도 기후조건, 생존조건, 지형 등이 한반도와 전혀 다른 이라크에서 충분한 지원이나 보급 없이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저항세력의 거점이자 김선일씨를 살해한 세력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팔루자에 한국군 보복 응징 병력을 투입하려면, 이라크에 파병할 자이툰 부대의 주둔지역까지 조정해야 한다. 한국군이 보복 응징 병력, 예비지원 병력, 항공지원 전력 등을 완비하고 있더라도 한국군 주둔 예정지인 이라크 북부에서 팔루자까지의 이동은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이라크 저항세력에 대한 응징을 감행하려면 이라크 파병 한국군 부대의 성격과 주둔 지역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 경우라면 한국은 미국처럼 이라크전에 전면적으로 개입해야 함을 뜻한다. 보복 응징의 결심은 단순히 군사작전 차원이 아니라 한국의 국가안보 정책의 변화를 동반하게 된다.
만약 감행된 보복 응징이 실패할 경우 더욱 문제가 복잡해진다. 이 경우 이라크 저항세력과 보복-재보복의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라크에서 취재하는 프리랜서 PD 김영미씨는 보복응징론의 위험성을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김선일씨 사건 이후 이라크 주민들이 굉장히 미안해하는 분위기였는데, 만약 한국에서 추가 파병을 하면 김선일씨 죽음을 복수하러 온 것으로 알고 결사 항전 분위기로 바뀔 것이 확실하다. 그렇게 되면 이라크-미국 전쟁에서 이라크-한국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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