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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명상산업 종주국으로”

등록 2004-05-04 00:00 수정 2020-05-02 04:23

명상편의점 대표 이봉씨의 명상 마케팅… “우리도 프랑스 플럼빌리지나 인도처럼 될 수 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명상은 문화산업이다”라고 강조하는 이봉(38)씨의 경력은 남다르다. 그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명상편의점의 대표다. 이씨는 외국 회사와 정보기술(IT) 업체를 대상으로 마케팅과 전시, 컨설팅을 해주는 업체의 최고경영자도 맡고 있다.

외국인 대상 한옥명상 프로그램 제안

요즘 한 사람이 직업 두개를 갖는 ‘투잡스 시대’라고 하지만, 세속을 초월하는 명상과 이윤추구의 최전선에 있는 마케팅의 간격은 하늘만큼 땅만큼 멀어 보인다.

“마케팅이나 기획전시, 컨설팅같이 남의 사업을 도와주다 내 자신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하고 싶어졌다. 문화산업의 경험을 쌓고 싶었는데 마침 4년째 수선재 명상수련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수련과 사업을 따로 생각했지만 명상을 전통문화 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이봉 대표가 먼저 주목한 것은 지난해부터 우리 사회에서 불고 있는 웰빙이었다. “원래 서구에서는 웰빙이 환경운동이나 생태운동 차원에서 제기됐기 때문에 우리처럼 대중적 호응은 얻지 못했다. 우리 사회에서는 전통문화와 맥이 닿아 있기 때문에 폭발적 웰빙 반응이 나타났다고 본다. 전통 선(仙) 문화는 하늘, 자연, 사람이 조화로운 삶은 추구한다. 그동안 우리 삶이 물질 위주로 치우쳤지만, 우리 민족 DNA에는 선 문화가 남아 있어서 웰빙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이 대표는 선 문화가 웰빙이며 명상문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선 문화를 일본의 ‘젠(禪) 스타일’처럼 세계에 전파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서구에서 동양에 대한 관심이 일면서 일본의 참선 명상법이 ‘젠’(Zen)이란 브랜드로 널리 알려졌다. 이 대표는 우리 전통문화인 선 문화를 선(Seon) 브랜드로 만들어 세계에 진출할 생각이다. 허준이나 대장금에 대한 대중적 관심에서 알 수 있듯이 전통 건강법, 음식문화, 자연주의 문화 등은 현대인들이 원하는 고급 문화상품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선 문화를 한국의 고유 브랜드로 인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을 ‘sun’으로 표기하면 영어로 ‘태양’이란 뜻이 돼버려 외국인들은 전혀 다른 뜻으로 받아들인다. 서울을 ‘seoul’로 적듯이 ‘ㅓ’ 발음을 ‘eo’로 적는 게 우리 표기법에 맞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선 브랜드의 한국 고유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

그는 올 초 한국관광공사에 찾아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한옥명상 체험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외국인들이 전통 거리로 알려진 인사동을 즐겨 찾지만, 전통문화를 접할 기회는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명상편의점은 인사동의 65평 한옥에 자리잡고 있다. 이 대표는 명상편의점을 단순히 차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공연 등과 결합된 명상 종합문화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최근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한국으로 관광올 외국인을 모집하는 업체들은 이 대표가 제안한 한옥명상 프로그램을 패키지 상품에 넣었다고 한다.

명상은 국가 · 종교 · 언어 장벽 뛰어넘어

이 대표는 국가, 종교,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명상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문화상품이란 점을 강조했다. “웰빙이 21세기의 핵심 트렌드로 굳어질수록 명상이 문화산업으로 성공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지난해 틱낫한 스님이 방한했을 때 걷기 명상 바람이 일기도 했다. 탁닛한 스님이 있는 프랑스 플럼빌리지에 명상체험을 오는 외국인들은 몇년씩 아르바이트 등을 해서 돈을 모은다. 인도로 요가 여행을 가는 것처럼 앞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에 명상하러 오는 게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각 명상단체들이 눈에 띄게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한국이 명상산업의 종주국이 될 것이다.”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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