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를 백서라 부르게 된 건, 보고서 첫 장에 붙인 흰 종이 때문이라고 한다. 백서(White Paper)의 유래는 1922년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밸푸어 선언 이행의 해법을 담은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것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특정 주제에 대한 사실관계 등 조사 결과와 대안 등을 담은 정부 보고서를 일컫는 백서는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재난이 벌어진 뒤에도 필요하다. 백서가 사고의 원인과 해법을 파악하고, 재난 이후를 준비하기 위한 기본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 재난과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지난 20여 년간 생산한 백서라고 해봤자 총 6권 정도다. 1994년 전라북도가 만든 를 시작으로, 1995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때는 서울지방검찰청을 중심으로 사고 감정위원 등이 참여해 를 내놓았다. 같은 해 서울시가 만든 , 경기도의 (1999년), 그리고 대구시의 (2003년)도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2011년 를 낸 바 있다. 그러나 아시아나 여객기의 목포 추락 사고(1993년), 대구지하철 공사장 도시가스 폭발 사고(1995년), 대한항공 여객기 괌 추락 사고(1997년) 등의 경우에는 백서 제작이 이뤄지지 않았다.
만들어진 재난 백서도 내용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대부분 정부기관의 활동 정리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사고의 전체 측면을 돌아보기에는 부실하다. 700쪽이 넘는 의 경우, ‘참사 후유증’에 대해 서술한 부분(64~65쪽)은 한 페이지 분량에 그쳤다. 그 밖에 과거에 발행했던 재난 백서 가운데 3권에 사고 피해자의 이름·주소·직업·주민등록번호까지 그대로 실려 있는 사실이 뒤늦게 발견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백서 쓰기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정부와 국회, 민간 그룹, 그리고 도쿄전력이 의뢰한 전문가 그룹 등 모두 4곳에서 재난 백서로 쓸 수 있는 사고 조사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또 서울연구원이 지난 5월5일 내놓은 ‘세계도시동향’ 보고서를 보면,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주는 주정부 경찰과 응급서비스부, 산불대응청이 과거의 재난 경험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재난 가능성을 언급하는 (Emergency Risks in Victoria)이라는 백서를 내놓기도 했다. 재난 백서의 첫 장부터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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