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이정우
아버지는 불법을 저지른 대가로 거액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돈이 없다”며 추징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 가난한 아버지 와 달리, 아들은 승승장구했다. 해외 유령회 사를 세우고 거액의 부동산도 취득했다. 아 들은 돈의 출처가 아버지의 숨겨둔 재산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 “아버지와는 상관없다”며 선을 그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얘기가 아니다. 주인공은 김우중 전 대우그 룹 회장이다.
비영리 독립언론 는 지난 7월 25일 방송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은닉 자금 드러나나’ 편을 통해 김 전 회장의 셋 째아들 선용씨가 베트남 하노이 중심부에 5700만달러(약 633억원) 규모의 ‘반찌골프 장’을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탐사보도 언론인협회(ICIJ)가 확보한 페이퍼컴퍼니 설 립대행업체 ‘포트컬리스트러스트넷’(PTN)의 내부 문서와 싱가포르 기업회계청 기록 등을 분석한 결과다.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의 분 식회계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18조원에 가까 운 추징금을 선고받고도 ‘빈털터리’라는 이유 로 대부분을 미납한 채 망명하듯 베트남으 로 떠났는데, 그 아들은 그곳에서 수백억원 대 고급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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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들이 보유한 골프장의 태생이 묘 하다. 이 골프장은 1993년 아버지가 회장으 로 있던 대우그룹이 세운 ‘대하’가 개발하기 로 돼 있었지만, 대우그룹이 1999년 부도 처 리되자 개발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한다. 그 러나 5년 뒤인 2003년 싱가포르에 주소지 를 둔 ‘노블에셋’이란 회사가 갑자기 등장해 골프장 개발사업권을 인수한다. 이 회사는 PTN 직원 명의로 설립된 전형적인 페이퍼컴 퍼니였다. 그래도 자본이 어디서 났는지, 이 회사는 결국 골프장 건설에 성공한다. 이 과 정에서 아버지의 그림자가 다시 한번 튀어나 온다. 김 전 회장의 측근인 김주성 전 (주)대 우 하노이 지사장이 2005년 노블에셋에서 주주 구성 등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아 경영 에 깊숙이 관여한 것이다.
실제 그로부터 1년도 안 돼 노블에셋의 지 분 구조가 급격히 바뀌기 시작한다. 2006 년 노블에셋의 모든 지분은 또 다른 페이퍼 컴퍼니 설립 대행업체 직원으로 알려진 탄한 송이라는 인물에게 넘겨진다. 그러고는 두 달도 안 돼 탄한송 지분의 51%가 김 전 회장 의 두 아들 선협·선용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옥포공영과 썬인베스트먼트로 넘겨진다. 4 년 뒤인 2010년에는 선용씨가 최대주주인 옥포공영이 나머지 모든 지분을 인수해 골 프장 소유권을 완전히 확보하기에 이른다. 아버지의 회사가 개발사업권을 가졌던 베트 남 골프장이 여러 유령회사를 거쳐 7년 만에 아들의 품에 안긴 것이다. 김 전 회장이 숨겨 놓은 골프장의 소유권을 아들에게 넘겨주기 위해 기획한 과정이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제 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김 전 회장의 측근은 과 한 통화에서 “베트남에 (아들이 보유 한) 골프장이 있는 건 사실이다. 젊은 아들 이 골프장을 인수한 것에 대해 김우중 전 회 장과의 연관성을 제기하지만, 김 전 회장은 이미 1999년에 살던 집까지 모두 사재출연 해서 해외로 빼돌릴 재산이 없다. 아들은 영 화 제작 등 여러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인 수) 여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회장은 선고받은 추징금 17조9200 억원 중 887억원만 납부해 아직도 17조원 넘 게 미납한 상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내 지 않은 추징금(1672억원)의 100배가 넘는 다. 그러나 아들이 고급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김 전 회장의 추징금으로 환수 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아 들이 아버지의 돈으로 골프장을 매입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과정이 험난한 탓이다. 최 근 국회는 전 전 대통령이 숨겨둔 비자금을 환수하기 위해 그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강 제 수사를 할 수 있게 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별법’(전두환 추징법)을 통과시켰지 만, 이는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 법이다. ‘김 우중 추징법’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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