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 통한 전쟁억지력 논리는 기만… 남아시아 비핵지대화는 지구비핵지대화로 가는 길

“총리란 자가 무엇으로 사고 위험이 없다는 보장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왜 우리가 그를 믿어야 하는가.” 1998년 5월11일 인도가 핵실험을 끝내자 즉각, 깊고 아름다운 눈을 지닌 인도의 작가 아룬다티는 “세상은 끝났다. 죽음을 애도하는 글을 쓴다”란 기사로 대항했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난 5월28일 파키스탄도 핵실험을 강행했다. 파키스탄의 핵물리학자로 유명한 지아 미안은 직격탄을 날렸다. “정신나간 두 나라 총리는 두개의 공통점을 지녔다. 공히 다섯발씩 핵실험을 한 것이나 서로 ‘방어용’이란 말을 고집하는 것이나….”
아시아는 세계최대의 핵밀집지대…
이로써 인도와 파키스탄, 이 전통적인 두 앙숙은 마침내 인류가 만들어낸 최악의 제품인 핵무기 보유국이 되었다. 그리고 두 정부는 시민들의 이익과는 전혀 무관한 핵무장화를 위해 시민을 희생시킨 최악의 정부로 동시에 기록되었다. 인구 10억 가운데 4억이 문맹과 빈곤에 허덕이고 6억이 공중위생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2억이 마실 물을 찾아 헤매는 동안 인도 정부는 연간 150억달러의 군사비를 지출하면서 핵무기를 개발했다.
인도는 플루토늄을 이용한 12-15kt(히로시마형의 폭발력과 맞먹는) 규모의 핵융합반응장치를 이용함으로써 실제 가공할 수소폭탄 실험을 했고, 파키스탄은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약 10kt(정부발표 40∼45kt) 규모의 핵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인도가 63∼69기, 파키스탄이 16∼20기의 핵폭탄을 비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인도는 미라지2000, MiG-27, MiG-29, 그리고 파키스탄은 F-16이라는 핵공격용 운반수단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스커드미사일을 본뜬 사정거리 150∼250km의 프리브티단거리미사일과 러시아·독일의 기술지원으로 만든 1500∼2500km의 아그니장거리미사일을, 파키스탄은 중국과 북한의 지원 아래 사정거리 300km의 M-11과 1500km 가우리미사일 개발에 각각 성공했다.
그렇다면 인도와 파키스탄 정부가 강조해온 핵무장을 통한 전쟁억지력은 과연 현실성이 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전혀 없다.” 두 나라가 핵무장화를 완료한 1년 뒤, 이들은 카슈미르 국경통제선(LOC)에서 최악의 전쟁을 벌였다. 이 세상에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무장이 전쟁억지력을 키웠다고 믿는 이들은 없다.
핵무기의 전쟁억지력? 이미 지구적 규모의 허구로 드러났다. 영국은 수에즈운하에서 대패했고, 미국은 한국전쟁에 이어 베트남전쟁에서 참패했으며, 프랑스는 알제리에서 중국은 베트남에서 그리고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몰패했다. 이건 핵초강대국들인 ‘빅5’의 전쟁이었는데 모두 비핵보유국들에 열패했다는 공통점을 지녔고, 결국 핵무장이 승리에 대한 보장도 전쟁에 대한 억지력도 될 수 없다는 유력한 증거다. 전쟁억지력의 논리는 ‘전쟁도발력’을 은폐하는 얍삽한 은유일 뿐이다. 아프가니스탄이 모스크바를 침공하거나 베트남이 워싱턴을 폭격하거나 알제리가 노르망디해안에 상륙하거나 또는 이집트가 버킹엄을 공격한 일은 역사를 통틀어 봐도 없지 않은가?
한국전쟁은 또 무엇인가? 핵무기가 없던 시절이라 국제규모의 내전이 발생했던가? 1950년대는 미국과 러시아가 이미 충분한 핵무장을 갖춘 뒤였다.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와 중국이 핵무기가 무서워 한국전쟁에 개입하지 않았던가?
빅5 사이의 전쟁억지력은- 그런 게 있다면 -핵무기 없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서로가 서로를 궤멸시킬 만큼의 재래식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서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핵무기가 아니더라도 이미 빅5는 ‘될 만한 싸움’은 서로 피하면서 냉전 기간 내내 ‘대리전’이라는 방식으로 잇속들을 챙겨왔고, 냉전이 시들해진 뒤에는 ‘패싸움’ 같이 ‘다국적군’이라는 전법을 도입해서 서로 충돌없이 잘 비켜가고 있다.
특히 전쟁억지력의 논리를 주도해온 미국은 1940년대부터 핵무기 개발에만 군비의 29%에 해당하는 5조5천억달러(6천조원)를 쏟아부었고, 이 액수는 5천년 한반도 역사를 거쳐간 모든 왕조와 정부의 5천년 총예산을 합한 것보다 큰돈이다. 그 결과 미국은 현재 7만여발의 핵폭탄을 보유한 상태이며, 이 가운데 가장 작은 규모의 핵폭탄 하나가 히로시마형 파괴력의 2천배가 된다는 사실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옆의 핵지도를 잠깐 보자. 아시아는 세계최대의 핵밀집지대임이 잘 드러날 것이다. 미주에는 미국이, 유럽에는 영국과 프랑스, 아프리카에는 리비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핵보유국인 반면, 아시아에는 남북한과 중국, 대만, 인도, 파키스탄, 이란, 이라크, 이스라엘에다 러시아까지 한몫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불행하게 한반도는 핵 중의 핵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핵문제는 일상적인 각성이 필요하다
지구를 살리고 인류가 제명대로 살려면 이제 결론은 하나다. 파키스탄과 인도를 낀 ‘남아시아비핵지대화’, 또 현재 논의되고 있는 남북한과 일본을 포함한 ‘3국비핵지대화’를 통해 ‘아시아비핵지대’를 추동하고 최종적으로는 ‘지구비핵지대’를 향해 가는 길뿐이다.
“당신이 신을 믿는다면, 신이 창조한 이 세상을 파괴시켜버릴 힘을 지닌 핵무기는 당신의 신에 대한 인간의 도전이라 생각하고, 당신이 신을 믿지 않는다면, 어느 날 오후에 사라져버릴 46억살짜리 우리의 지구를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아룬다티는 이렇게 글을 맺었다.
‘난데없이’ 아시아 네트워크는 중요한 뉴스들이 산적한 가운데 이번주 특집기사로 핵폭탄을 들고 나왔다. 이게 바로 잠복해 있는 핵 위기의 ‘난데없는’ 정체성과 같다고 믿기 때문이다. 핵문제는 국제적인 뉴스로 부상하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인류를 파멸로 몰아가는 잠재적인 성질을 지녔고, 따라서 모든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일상적인 각성을 통해 대항논리를 개발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지를 아시아 네트워크는 담고 싶었다.
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아시아 네트워크 팀장

| 파키스탄 1.골라 ·농축우라늄 설비공장 가능지역:국제원자력기구 검열 비수용 2.카후타 ·칸연구실험소 ·대규모 농축우라늄설비 ·핵장치 무기화에 춤분한 양의 우라늄 생산위해 설계:국제원자력기구 검열 비수용 3.탈와나 ·미사일 생산공장 4.라왈핀디 ·파키스탄 핵과학기술연구(PINSTECH) ·시험용 플루토늄 추출설비 보유:국제원자력기구 검열 비수용 ·팔르-1.2연구로:국제원자력기구 검열 수용 5.살고다 ·M-11미사일 저장설비 6.차스마 ·대규모 플루토늄 추출설비:국제원자력기구 검열 비수용 ·중국이 지원한 300MW 핵발전소 건설중:국제원자력기구 검열 수용 7.쿠삽 ·50-70MW연구,플루토늄 생산 발전소:국제원자력기구 검열 비수용 ·완공시,즈근거리에 있는 차스마의 대규모 설비와 결합에 플루토늄을 이용한 무기의 중요한 원천이 될 수 있다. 8.차가이산 ·핵실험 가능지역 9.카라치 ·캐나다가 지원한 카눕프 핵발전소:국제원자력기구 검열 수용 |
| 인도 1.나로라 ·나로라 1,2 핵발전소:국제원자력기구 검열 비수용 ·핵부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 생산가능 2.줄룬둘 ·프리스비 미사일 저장시설 3.포카란 ·핵실험 지대 4.칼라팔 ·칼라팔1.2핵발전소:국제원자력기구 검열 비수용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 생산가능 5.타라폴 ·대규모 플루토늄 추출설비 ·미드라스,나로라 핵발전기로부터 나오는 연료를 처리할때:국제원자력기구 검열 비수용 ·핵무기계획 지원 예상 지역 6.트롬베이 ·바바핵연구소(BARC) ·드루바,사이러스 연구로와 플루토늄 부산물 추출설비 이용 핵무기를 연구, 플루토늄 생산 예상지역:국제원자력기구 검열 비수용 7.자두구다 ·우라늄광산지대 8.찬디풀 ·미사일 시험지 9.라테할티·시험규모 농축우라늄설비:국제원자력기구 검열 비수용 10.칼팍카니 ·인디라간디 핵연구소 ·고속증식회로(FBTR)와 부산물추출시험설비지대 ·미드라스1.2핵발전소 지역:국제원자력기구 검열 비수용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 생산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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