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10월27일 치른 이스라엘 총선 결과가 박빙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왼쪽)와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가디 아이젠코트 전 참모총장. 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가 전쟁터가 된 날은 2023년 10월7일이다. 현지 보건당국은 그로부터 1118일이 지난 2026년 10월28일까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가자지구 주민 7만4564명이 숨지고 17만577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집단살해’가 자행되고 있는 가자지구뿐이 아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정부는 레바논과 이란도 침공했다. 10월27일 치러진 이스라엘 총선이 가자는 물론 중동 전역에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과는 어땠을까?
2026년 9월9일 이스라엘 통계청이 집계한 인구는 약 1030만 명이다. 이 가운데 782만8천여 명(78.3%)은 유대계다. 약 21.7%에 해당하는 217만3천여 명은 아랍계다. 외국 국적 영주권자도 30만4천여 명에 이른다. 이스라엘은 다민족 국가지, ‘유대인만의 나라’가 아니란 뜻이다. 10월27일 치른 총선 결과는 이런 인구의 구성을 잘 반영한다.
선거에 앞서 네타냐후 총리 쪽은 아랍계 정당에 조직적인 탄압에 나섰다. 이스라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9월26일 아랍계 보수 정당 라암과 아랍·유대계 좌파 정당 하다시, 범아랍 민족주의 정당 타알과 팔레스타인 민족주의 정당 발라드 등 4개 정당의 선거 참여를 금지한 게 대표적이다. 이들 정당은 총선을 앞두고 선거연합을 구성한 상태였다. 사연을 들어보자.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 등 유대계 주류 정당은 아랍계 정당이 △‘유대인의 국가’인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정하고 △민주주의 가치에 반하며 △이스라엘에 맞선 무장투쟁을 지지하고 △인종주의를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9월26일 아랍계 정당의 총선 참여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10월2일 선관위의 결정을 뒤집고 7 대 2로 아랍계 정당의 선거 참여 금지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익숙한 억지였다.
내각제 국가인 이스라엘에선 의회 다수석(61석)을 얻는 정당 또는 정치연합이 정권을 차지한다. 선거를 앞둔 여론조사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연정은 의회 과반 의석 확보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실제 선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현지 일간 하레츠는 10월29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을 포함한 극우 연정이 의회 전체 120석 가운데 53석을 얻을 것으로 집계했다. 이스라엘군(IDF) 참모총장 출신으로 네타냐후 정부의 ‘전시내각’에 참여했던 가디 아이젠코트가 이끄는 야샤르당을 중심으로 한 반네타냐후 진영은 48석을 차지할 전망이다. 하레츠는 아랍계 정당이 19석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총선 결과 절대다수당은 없다.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밖에 없는데, 지금으로선 네타냐후 총리 쪽도 얼마든지 재집권이 가능하다. 아이젠코트와 야샤르당 쪽이 총선에 앞서 아랍계 정당과 연정을 도모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유대계 유권자의 표심을 의식한 탓이다.
아이젠코트는 1960년 5월 이스라엘 북부 티베리아스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모로코계 유대인이다. 텔아비브대학 사학과와 하이파대학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수학하기도 했지만, 그는 군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78년 입대해 1980년대 레바논 전쟁의 한복판에 섰고, 미국 육군대학 유학도 거쳤다. 전쟁이 평생 그의 삶이었고, 네타냐후 총리는 2015년 2월 그를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에 임명했다. 아이젠코트 이력의 ‘꽃’이었다.

2026년 10월24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의 무료 급식소에서 배급을 기다리던 아이들이 이스라엘군의 무인기 공격에 떨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19년 1월 전역한 그는 같은 군 출신인 베니 간츠가 이끈 국가통합당 소속으로 2022년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정치권으로 진출했다. 그는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침공 직후 네타냐후 총리가 꾸린 전시내각에 ‘무임소 장관’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를 두고 네타냐후 총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인물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설령 그가 집권하더라도 이스라엘이 ‘현상 변경’에 나설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10월27일 총선 투표율은 77.7%를 기록했다. 2022년 총선에 견줘 7%포인트나 높아졌다. 이를 두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10월28일 “아랍계 유권자가 대거 투표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라며 “기존에 10석이던 의회 내 아랍계 정당 의석은 차기에 19석까지 늘어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반네타냐후 진영이 집권을 하려면 아랍계 정당과의 연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누구든 자신과 가족의 물리적 존재 자체를 염려하는 사람이라면 (반대편에) 투표하기 전 손이 떨릴 수밖에 없을 게다.”
네타냐후 총리는 10월25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런 글을 올렸다. 그는 인공지능(AI)으로 만든 화면도 곁들였다.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가 핵폭탄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인 장면이다. ‘이란 핵무기’를 내세워 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보당국조차 2026년 2월 말 침공 직전까지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선거 직전까지 ‘재집권 뒤 이란 침공 재개’를 소리 높여 외쳤다. 그러니, 이걸 대체 어쩔 텐가?
“네타냐후 총리는 알고 있다. 아랍계 정당과의 연대 없이는 자신을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 없다는 점을. 그래서 아랍계 정당을 악마화하는 거다.” 이번 총선에서 아랍계 정당 선거연합을 주도한 유세프 자바린은 10월28일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종 결정은 아이젠코트에게 달렸다. 네타냐후를 제거하고, 그의 정책을 바꾸고자 하는 세력이라면 누구든 우리는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선거는 끝났다. 네타냐후는 지지 않았다. 누가 이길 것인가? 이스라엘의 민주주의가 벼랑 끝에 섰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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