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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전쟁, 매조지 못하는 트럼프

휴전 두 달, 제 손으로 끝내지도 못할 지옥을 왜 열었나… 트럼프의 장대한 범죄와 저무는 미국의 시대
등록 2026-06-05 17:40 수정 2026-06-07 18:10
2026년 6월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워싱턴의 대표적 기념물인 ‘내셔널몰’이 세계 각국의 고층빌딩보다 높다고 설명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6년 6월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워싱턴의 대표적 기념물인 ‘내셔널몰’이 세계 각국의 고층빌딩보다 높다고 설명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전쟁은 진작 끝났다. 휴전에 들어간 게 2026년 4월7일이다. 벌써 두 달가량 흘렀다. 그럼에도 ‘끝난 전쟁’은 지금껏 끝나지 않는다. 이유가 뭔가? 최종 결정권자의 망설임 탓이다. 이래도 승리, 저래도 승리란다. 승리했다면서 ‘승리’라 말하지 못한다. 왜? 현실이 그래서다. 그러니 결단하지 못한다. 시작부터 그랬다. 장대한 실수, 장대한 범죄다. 대체 이 전쟁을 어쩔 텐가?

“왜 이런 미친 짓을 하는 거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월1일 전화기에 대고 이렇게 외쳤다. 정치 전문매체 액시오스의 보도를 종합하면, 수화기의 맞은편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미친 짓’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겨냥한 군사작전을 대대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날 이란 쪽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이 지속되면) 종전 협상에 계속 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중단은 이란이 내세운 종전의 중요 전제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3일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감옥 갈 놈”이 벌인 작전

 

“네타냐후 총리가 레바논과 계속 싸우는 게 좀 곤혹스럽다. 네타냐후 총리와는 함께 잘 일해왔고, 그를 많이 좋아한다. 나도 전쟁을 수행하는 대통령이고, 네타냐후도 전쟁 중인 총리니까.”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포스트에 이렇게 말했다. 액시오스가 전한 6월1일 통화에서 보인 태도와 사뭇 다르다. 액시오스는 당시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 미친 거 아냐? 내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부패 혐의로) 감옥에 갔을 사람이 말이야. 모두가 당신을 증오해. 당신의 행동 탓에 모두가 이스라엘을 증오하게 됐어”라고 퍼부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지도부를 한꺼번에 몰살시킬 수 있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귀엣말’을 듣고 이란 침공을 감행했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멈추고 싶은데, 네타냐후 총리는 그럴 뜻이 없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한 이유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이란은 정말 합의하기를 원한다. 미국은 물론 우방국에도 좋은 거래가 될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원과 일부 애국적이지 않은 공화당원은 내가 제대로 협상하고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나보고 좀더 빨리 혹은 늦게 움직이라고 계속 말하는데, 그냥 의자에 앉아 편하게 기다리시라. 결국 잘될 것이다. 언제나 그렇게 된다.”

 

꺼지지 않는 불씨

 

부질없는 기대다. 6월4일 쿠웨이트 주둔 미 공군기지와 바레인의 미 해군 제5함대 기지 등을 겨냥한 공격이 벌어졌다. 미국이 이란 유조선과 호르무즈해협에 한가운데 있는 케슘섬의 통신시설을 공격한 것에 대한 이란 쪽 보복 대응으로 보였다. 쿠웨이트 외교부는 “이란의 범죄적 공격”이라고 날을 세웠다. 미군 중부사령부도 “이란 쪽의 계산된, 고의적 불법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정작 이란 쪽은 양국의 주장을 부인했다. “미군의 (요격용) 패트리엇 미사일 오작동으로 인한 피해”라고 일축한 게다. 다 끝난 전쟁인데, 확전의 불씨는 여전하다.

2026년 6월3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서점에 ‘혁명의 아버지’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와 그의 후계자인 알리 하메네이의 모습이 담긴 그림이 유리창에 붙어 있다. REUTERS

2026년 6월3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서점에 ‘혁명의 아버지’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와 그의 후계자인 알리 하메네이의 모습이 담긴 그림이 유리창에 붙어 있다. REUTERS


‘소동’이 있기 하루 전인 6월3일 미국 하원은 “이란 전쟁을 지속하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이른바 ‘ 전쟁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란 전쟁 개전 이후 처음이다. 표결 결과는 찬성 215 대 반대 208, 공화당 소속 의원 4명이 기존 입장을 바꿨다. 비슷한 내용의 결의안이 상원에서도 통과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막기 위해선 재적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전쟁 종식 결정권은 오롯이 트럼프 대통령의 몫이다.

미국 수도 워싱턴의 연방지방법원은 5월29일 “의회의 승인 없이 공연장 명칭을 변경할 수 없다”며, 미국을 대표하는 공연장 ‘케네디센터’에 ‘트럼프’의 이름을 병기한 조치를 불법화했다. 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에 ‘14일 이내’에 트럼프 대통령 이름이 적힌 모든 표지판을 철거하고, 공식 자료에서 ‘트럼프-케네디센터’란 이름을 삭제하라고 판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케네디센터 이사회는 2025년 12월 센터 명칭을 기존 ‘케네디센터’에서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바꾸도록 만장일치로 의결한 바 있다.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아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250달러’ 지폐 발행 계획도 담당 국장 경질 사태로 논란이 불거지면서 취소된 터다.

“협상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란과 전면전을 재개하지 않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3일 이렇게 말했다. 종전을 목표로 한 이란과의 양해각서(MOU) 체결 가능성도 분명하게 내비쳤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란의 쿠웨이트 공격을 두고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이란이 (미국의 공격에) 맞대응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부디, 부디”를 외치고 있는 느낌이다. 이를 두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중동에서 더 큰 분쟁을 피하기 위해 몇 주 또는 몇 개월 동안은 작은 충돌 정도는 감내할 의향이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니 이 전쟁을 대체 왜 시작한 건가?

 

누구를 위한 ‘미친 전쟁’이었나

 

“미국과의 대화에 진전이 없다. 의사소통 채널은 열려 있다. 걸프 연안을 공격한 건 자위권 차원이다. 추가적 제재나 군사행동이 이란의 입장을 바꾸진 못할 것이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6월4일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이렇게 말했다. 전쟁이 끝난 건 모두가 안다. 매조지를 못하는 건 미국이다. 막힌 호르무즈해협 탓에 전세계가 골머리다. 그럼에도 스스로 시작한 전쟁을 제 손으로 끝내지 못한다. 돕겠다던 이란 시민사회는 더 단단해진 군부의 발아래 놓이게 됐다. 전쟁을 대체 왜 벌인 건가? 저 많은 죽음과 파괴를 대체 어쩔 텐가? 미국의 시대는 저물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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