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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1000발·미국 토마호크 2000발…‘정밀 교란’으로 길어지는 교전

이란, 대량 소모에서 정밀 타격으로 전환…미국은 비용·생산 제약 속 대응
등록 2026-03-30 09:29 수정 2026-03-30 09:36
2026년 3월26일 이란 국영방송(IRIB)이 공개한 이란군 미사일 발사 모습. 방송은 이란군이 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 주둔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쐈다고 했다. AFP 연합뉴스

2026년 3월26일 이란 국영방송(IRIB)이 공개한 이란군 미사일 발사 모습. 방송은 이란군이 아랍에미리트·쿠웨이트 주둔 미군 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쐈다고 했다. AFP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미사일 교전이 출구 없이 길어지는 가운데, 양쪽이 ‘얼마나 더 쏠 수 있는지’가 전쟁의 변수로 떠올랐다. 이란은 지금까지 미사일 1600여발을 쐈고, 여전히 1000발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군엔 장거리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2000발 이상이 남았다.

2026년 3월29일(현지시각)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 집계를 보면, 이란군은 2월28일 전쟁 발발 이후 3월26일까지 이스라엘에 550발, 중동 각국에 1091발 등 최대 총 1641발의 미사일을 쐈다. 이는 이란 미사일 재고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리넷 누스바처 전 영국 정부 정보 분야 고문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이란이 1000~1500발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며, 순항미사일과 드론, 이동식 발사대 등을 갖고 있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다”고 전했다.

드론도 1000대 이상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르몽드는 군사 분석가들을 인용해 전쟁 전 이란이 샤헤드 자폭 드론 최대 6000기를 보유했다고 추정한다. 이란은 3월26일까지 이 가운데 최대 4375기(이스라엘 겨냥 765기, 중동 국가 3610기)를 썼다. 1000여대가 남은 셈이다.

다만 미국·이스라엘 공습으로 이란이 장거리 무기를 추가 생산할 능력은 상당 부분 파괴됐다는 관측이 많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톰 카라코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에 “단기적으로 이란이 무기고를 보충할 능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에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을 아껴 쏘고 있다. 국가안보연구소에 따르면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습 횟수는 3월1일 55회에 달했지만, 3월25일엔 9번에 그쳤다. 대신 에너지 시설 등 중요 표적에 폭격을 집중하는 식으로 방공망을 뚫고 있다.

스팀슨센터의 켈리 그리에코 선임연구원은 최근 엑스(X)에 “이란의 미사일·드론 발사 횟수는 (분쟁 초기보다) 90% 이상 감소했지만 성공률은 계속 높아진다”며 “양으로 방공망을 압도하는 ‘대량 소모’에서 벗어나, 한 발만 맞아도 큰 피해를 내는 표적을 선별해 때리는 ‘정밀 교란’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썼다.

이어 “3월18일과 20일 (카타르) 라스라판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등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해 카타르 (LNG) 수출의 17%를 중단시킨 게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방식이면 이란은 앞으로 여러 주 공격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누스바처 전 고문은 “지금처럼 강화된 은폐 시설에서 발사 속도를 줄여가며 발사한다면 이란은 최소 1~2주는 쉽게 더 버틸 수 있다”고 했다. 국가안보연구소의 대니 스트리노비치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이란은 분쟁이 길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사일·드론을 의도적으로 나눠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 속도면 몇 주 동안 쓰기에 충분한 미사일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에 참전한 미군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토머스 허드너가 2026년 3월21일 정확한 위치가 공개되지 않은 해상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에 참전한 미군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토머스 허드너가 2026년 3월21일 정확한 위치가 공개되지 않은 해상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역시 미사일을 빠른 속도로 쓰고 있지만, 당장 미사일 재고가 떨어질 상황은 아니다. 워싱턴포스트는 3월27일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군이 이 전쟁 동안 850발 이상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쐈다고 보도했다. 군함과 잠수함에서 발사돼 1600㎞ 이상 날아가는 이 미사일은 미군의 핵심 폭격 수단이다.

미군이 공식적으로 재고를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전략문제연구소는 전쟁 전 미군이 최소 3100발의 토마호크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산한다. 아직 2000발 이상의 재고가 남은 것이다.

하지만 미군이 갖고 있는 토마호크를 모두 이란에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대당 가격이 최대 360만달러(약 54억원)에 이르고 제작에 2년이 걸려 대량 생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 등과의 분쟁에도 대비해야 한다.

프랑스 싱크탱크 전략연구재단(FRS)의 에티엔 마르퀴즈는 르피가로에 “미국은 (미사일) 비축분을 갖고 있고 당장 버틸 여력도 충분하다”면서도 “그 비축분은 오직 이 분쟁만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이란은 러시아·중국·북한처럼 미국이 체제 대결을 하는 적은 아니다”라고 해설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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