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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얕보이지 않는 옷 고르느라 몇 시간” ‘실언 제조기’ 다카이치에 “품격 상실” 비판

값싼 옷 입으면 얕보인다?… ‘마운트를 취할 수 있는 옷’ 표현도 논란
등록 2025-11-24 09:35 수정 2025-11-24 09:45
2025년 11월22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주요20개(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 연합뉴스

2025년 11월22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주요20개(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 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주요20개(G20)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얕보이지 않는 옷을 고르는 데 몇 시간을 썼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5년 11월21일 주요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향하는 길에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세탁소에서 찾은 옷들 중에서 ‘값싸게 보이지 않는 옷’, ‘얕보이지 않는 옷’을 고르는 데 몇 시간을 들였다”며 “외교 협상에서 ‘기죽지 않을 수 있는 옷’을 무리해서라도 하나쯤은 사야 하는 걸까요”라고 적었다.

다카이치 총리의 옷 고민은 안도 히로시 참정당 의원의 지적에서 비롯됐다. 안도 의원은 11월1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향해 “앞으로 총리님을 비롯한 각료 여러분은 세계 각국 정상들과 협상해야 한다”며 “가능하다면 일본 최고의 원단을 쓰고, 최고의 장인이 만든 옷을 입고, 외교 협상에 임해주셨으면 한다. 값싼 옷으로 나서면 얕보인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엑스에 올린 글에서 이 발언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며 “저는 일본 최고의 원단이나 장인이 만든 옷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안도 의원의 지적도 일리가 있다고 느껴졌다”고 했다.

2025년 11월22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주요20개(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운데). 로이터 연합뉴스

2025년 11월22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주요20개(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운데). 로이터 연합뉴스


중요 외교 행사를 앞두고 총리가 옷 고민을 몇 시간 동안 했다는 것을 두고 ‘한가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특히 다카이치 총리가 쓴 표현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다카이치 총리가 글에서 언급한 ‘기죽지 않을 수 있는 옷’은 원문으로 표현하면 ‘마운트를 취할 수 있는 옷’(マウント取れる服)으로, 이는 자신이 상대보다 우위에 있음을 과시하는 행위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동물의 마운팅(등 위에 올라타는 행동)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부정적 뉘앙스가 담겨 있어 공직자가 쓰기엔 부적절한 표현이고, 상호 존중이 원칙인 외교 상황에도 어울리지 않는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중국의 전방위적 압박을 부른 다카이치 총리가 또다시 실언으로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정치권에선 다카이치 총리의 부적절한 외교 인식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다지마 마이코 입헌민주당 의원은 11월22일 엑스에 올린 글에서 “새 총리는 속으로 생각한 것을 너무 그대로 입 밖에 낸다”며 “외교란 전쟁을 피하고, 국익을 지키며, 상호 평화와 번영을 목표로 나간 관계를 쌓아가는 일이다. 상대에게 마운트를 취하는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야마조에 타쿠 일본공산당 의원도 “외교에서 마운트를 잡겠다는 발상도, 그것이 옷차림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이가 없다. 사실과 논리, 국제법을 벗어난 부끄러운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예산위원회의 소중한 시간을 들여 총리에게 ‘값싼 옷은 얕보인다’고 묻는 (안도) 의원의 자질 또한 매우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일본 누리꾼들이 다카이치 총리를 비판하며 올린 엑스 글들. 엑스 갈무리

일본 누리꾼들이 다카이치 총리를 비판하며 올린 엑스 글들. 엑스 갈무리


일본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실언 제조기”라며 비판적인 반응이 빗발쳤다. 한 누리꾼은 엑스에 글을 올려 “일본에서 태어나 자라 오늘까지 ‘마운트를 취하다’는 말을 하는 총리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상대에게 실례되지 않기 위한 ‘단정한 차림새’가 다카이치 총리에게는 ‘우위를 점하는 행위’로 보이는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마운트를 잡는다니, 양아치냐 넷 우익이냐”, “현직 총리의 발언으로 역대 가장 품격이 없는 말”, “일본의 수치다”, “외교의 현장에서 당신의 강함을 지탱하는 것은 고급 원단이나 유명 브랜드가 아니라, 전문성과 신념, 그리고 당신의 품격 있는 태도 그 자체다”, “겉모습만 번지르르하게 꾸며도 속이 비어 있다면 아무 의미도, 가치도 없다. 총리라는 사람이 그런 말을 입에 올리는 것을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생각조차 안 하나”란 반응이 이어졌다. 다카이치 총리에게 우스꽝스러운 옷을 추천해 주며 비꼬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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