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월드컵 - 튀니지
자국팀에 실망해 카페 TV도 치운 튀니지… 경기보다는 관광 홍보에 앞장서다

아프리카(세네갈)와 유럽(프랑스)의 대결로 시작해서 유럽(독일)과 남미(브라질)의 결승으로 끝맺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팀이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더 많은 기다림이 필요한가 보다. 세네갈이 프랑스를 이기던 날 전 아프리카는 열광했다.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을 꺾은 한국의 전력에도 놀라움을 표시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축구의 열기가 정말 대단한 국가인 튀니지에서 조국의 월드컵을 본 감회는 남달랐다. 튀니지 사람들의 축구 사랑은 유럽에 버금간다. 나는 66년 월드컵에서 북한팀이 이탈리아를 이긴 사실을 튀니지 친구를 통해 처음 알았다.
“포르투갈은 패배 자초”
그러나 이번 월드컵 기간에는 동네 카페에서 TV를 치워버려 카페가 한산했다. 튀니지 교민들은 대사관저에서 한국 경기를 시청했다. 일요일만 되면 축구를 보느라 미어지는 카페가 왜 세계인의 관심사인 월드컵 때는 TV를 치우고 매상고가 주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결승전이 열리는 지금까지 설치하지 않았을까?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대회에서부터 부진을 거듭했기 때문에 튀니지인들은 이미 개막 전부터 포기 상태였다. 죽었다 깨나도 튀니지팀이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지레짐작하고 자국 경기를 모여서 보지 않은 것이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경기는 포르투갈전이었다. 두명이 퇴장당하고 미국이 어부지리를 얻자 “비기기만 했어도 포르투갈과 한국이 같이 16강에 올라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튀니지 친구에게 “16강에 오르긴 했지만 두명이 퇴장당한 뒤 얻은 승리라서 좀 빛이 바랜 것 같다”고 말하자 친구는 오히려 전혀 그렇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쉬워할 필요는 없어요. 애초에 포르투갈이 전술상의 실수(비기기 작전)를 해서 패배를 자초했으니까요.” 튀니지 신문들은 경기 전 포르투갈팀이 연습은 안 하고 쇼핑하러 갔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렇듯 다른 팀의 경기에 대해 치밀하게 분석하는 튀니지 국민이 자국 팀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튀니지 축구의 맏형이라 할 수 있는 쇼크리 알 와아르 선수가 자진 은퇴하고, 커피숍마저 월드컵 중계를 안 하고 10명이나 되는 수비수를 중심으로 팀 구성을 한 점은 튀니지의 의욕상실을 보여준다. 어차피 이길 가망성이 없다면 독일-사우디 경기처럼 8 대 0이라는 재난은 피해보자는 것이 튀니지인들의 생각이었다.
기네스북에 오른 쿠스쿠스 솥
대신 일본 오사카 시내에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큰 쿠스쿠스(북아프리카 지역 베르베르족의 전통음식. 좁쌀 찐 것 위에 온갖 야채양념과 함께 양고기나 생선을 얹어 먹는다) 솥을 걸어놓고 하루 3천 그릇의 쿠스쿠스를 일본인들에게 제공하여 월드컵을 통한 관광홍보에 더 열을 올렸다. 그것은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 측면에선 아주 고무적인 전술이었다.
아프리카팀이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세운 최고기록은 월드컵에 5회 출전한 카메룬팀이 세운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의 8강 진출이다. 그때 당시의 최고 스타는 카메룬팀의 로저 밀러로 나이가 38살이었다. 그는 4년 뒤 미국 월드컵에 다시 출전함으로써 월드컵 역사상 최고령 선수, 최고령 득점선수로 남았다.
한국의 영웅으로 떠오르는 히딩크 감독처럼 올해 세네갈을 월드컵 8강에 이끈 세네갈 감독 메추는 전 아프리카 대륙의 국민 영웅이 되었다. 세네갈이 2002년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준우승한 뒤 프랑스 클럽팀들이 거액의 스카우트 제의를 했음에도 메추 감독은 세네갈 감독으로 남았다. 그는 “아프리카에서는 유럽에서 잊혀진 우정이나 형제애 등을 아직까지도 간직하고 있다”고 잔류 사유를 밝혔다.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는 프로스포츠에서 다소 기이한, 프랑스 철학자의 후손다운 발상이었다. 관광지에서 만난 프랑스 관광객들은 비록 프랑스팀이 예선 탈락했지만 프랑스 리그 선수들로 구성된 세네갈팀이 8강까지 올라서 구겨진 자존심을 조금은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튀니스(튀니지)= 김병국 통신원 ibnkim@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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