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 당내 경선에서 파죽의 2연승을 거두며 본선에 성큼 다가섰다. 2024년 11월 치를 미 대선이 전-현직의 맞대결이자,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치러진 2020년 대선의 연장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지금 당장’ 선거를 치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누르는 것으로 나온다. 다시 미국발 ‘대통령 리스크’에 대비해야 할 때다.
2024년 1월23일(현지시각) 뉴햄프셔주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 예비선거(일반 유권자도 참여 가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4.4%를 득표해, 2위인 니키 헤일리 후보(43.3%)를 11%포인트가량 앞섰다. 앞서 1월15일 치른 아이오와주 당원대회(당원만 참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51%를 득표하며, 플로리다 주지사인 론 디샌티스 후보(21%)와 헤일리 후보(19%)를 압도한 바 있다. 현직 대통령이 아닌데도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경선에서 거푸 승리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상 처음이다. 디샌티스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며 이미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뉴햄프셔주 경선을 앞두고 미 주류매체는 헤일리 후보의 ‘선전’을 예상했다. 공화당 내부 ‘반트럼프 세력’과 뉴햄프셔주 무당파층이 헤일리 후보를 지지하려 결집하리라는 전망에 기초했다.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크리스 스누누 뉴햄프셔 주지사도 2023년 12월 헤일리 후보 지지를 선언한 뒤, 선거유세에 동행하며 힘을 보탰다. 헤일리 후보 역시 막대한 선거자금을 쏟아부으며 뉴햄프셔 현지 유세에 집중했다. 박빙 승부가 되리라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섣부른 ‘환상’이었다.
뉴햄프셔주 국무부가 2023년 12월28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등록된 유권자는 모두 87만3천여 명으로 이 가운데 민주당원과 공화당원이 각각 30%와 31%를 차지했다. 나머지 39%는 무당파층이다. 이를 두고 일부 매체는 “뉴햄프셔의 독특한 정치 지형”이라고 지적했지만, 사실과 다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이 2023년 12월1~20일 시행한 조사 결과, 미국 유권자의 40%가 무당파층으로 나타난 바 있다. 뉴햄프셔 무당파층 비율은 미국 평균치 수준이란 얘기다.
경선을 이틀 앞둔 1월21일 <시엔엔>(CNN) 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뉴햄프셔주 무당파층의 58%가 헤일리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특히 자신의 정치 성향을 중도·온건파라고 한 응답자층에선 헤일리 후보 지지 여론이 71%를 기록했다. 반면 공화당원이라고 밝힌 응답자의 50%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헤일리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39%에 그쳤다. 최종 경선 결과와 거의 일치한다.
“니키 헤일리는 일종의 환상이었다. 뉴햄프셔주에서 그 환상이 깨졌다.” 정치 전문 칼럼니스트 프랭크 브루니는 1월24일 <뉴욕타임스>에 이렇게 썼다. 헤일리 후보는 △작은 정부 △강력한 개입주의적 외교정책 △사회복지·의료지원 제도 개혁 등 공화당의 전통적인 정책 방향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 금융권 등 전통적 공화당 지지 세력도 헤일리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몰아주고 있다. 공화당 내부 ‘반트럼프 정서’가 헤일리 후보의 배후란 뜻이다. 브루니는 칼럼에서 “뉴햄프셔주 경선 결과는 공화당의 전통적 주류세력에게 ‘애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하기 전까지 공화당의 주류였던 세력은 ‘생명유지 장치’를 한 채 뉴햄프셔주를 빠져나왔다”고 표현했다.
헤일리 후보는 2011~2017년 주지사를 지낸 자신의 ‘정치적 고향’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2월24일)에 배수의 진을 친 상태다. 미 연방통계청이 2023년 7월1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인구는 전체 50개 주 가운데 23위인 537만여 명에 이른다. 첫 당원대회를 치른 아이오와주(31위·약 320만 명)와 첫 예비선거를 치른 뉴햄프셔주(42위·약 140만 명)와는 무게감이 다르다. 헤일리 후보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는다면, 공화당 경선은 16개 주 경선이 몰린 ‘슈퍼 화요일’(3월5일)까지 이어질 게다. 반대로 헤일리 후보가 패하면, 그가 경선 포기를 선언할 가능성이 ‘100%’란 평가가 나온다. 전망은 어떤가?
미국 여론조사 분석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가 1월24일 집계한 자료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62.2%의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고 있다. 헤일리 후보의 지지율은 25%에 그쳤다. 뉴햄프셔주 경선 직후 <엔비시>(NBC) 방송 등이 “아직도 48개 주 경선이 남았지만, 헤일리 후보에게 뉴햄프셔주보다 여건이 좋은 곳은 없다”는 지적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햄프셔주 경선 승리 확정 직후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대결할 때 써야 할 자금과 노력을 낭비하고 있다”며 헤일리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예비선거 이전에 공화당 지도부가 헤일리 후보에게 경선 포기를 종용하리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뉴햄프셔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본선 진출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본선 전망은 어떨까?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닝컨설트가 1월22일 내놓은 조사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45% 지지율로 바이든 대통령(40%)을 5%포인트 앞섰다. 1월19일 하버드대학과 여론조사 전문기관 해리스가 내놓은 조사 결과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각각 53%와 4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38%)은 헤일리 후보(41%)와의 양자대결에서도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91개 혐의로 기소된 ‘사법 리스크’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재입성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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