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위쪽 사진 왼쪽)이 9월26일(현지시각) 미국 대선 첫 TV 토론에 나선 아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손을 잡고 응원하고 있다. 이날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라운지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맞대결을 시청하고 있다(아래쪽). AP 연합뉴스, AFP 연합뉴스
이쯤 되면 승패 예측은 끝나야 한다. 더구나 첫 공개토론의 결과도 명백하다. 하지만 모든 객관적 수치와 정황에도 불구하고 승패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라 한다.
11월8일 미국 대통령선거 얘기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기존 선거운동 문법대로라면 현재로선 클린턴의 승리라고 예측돼야 한다. 객관적 수치가 그렇다. 클린턴은 여론조사, 이에 바탕한 선거인단 확보 예측 등에서 줄곧 우세를 지켜왔다. 미국 대선의 한 법칙을 적용해도 클린턴은 승자다. 후보의 텔레비전 생중계 공개토론 전에 여론조사 등에서 우세를 보인 쪽이 승리했다. 특히 토론에서 지지율 우세 후보가 선전하면, 이는 거의 승리의 보증수표다.
클린턴은 9월26일(현지시각) 벌어진 트럼프와의 1차 토론에서 압승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그동안 공화당 경선 토론에서 분위기를 휘어잡은 트럼프는 처음으로 수세에 몰리며 우왕좌왕했다. 토론 직후 실시된
미국에서 대선 후보 토론은 생각보다 그 효과는 크지 않다. 다만 유권자가 후보 지지를 바꾸기보다는 기존 판단을 굳히게 하는 효과 정도를 얻는다. 이런 점에서 클린턴에게는 자신의 우세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고 봐야 한다.
먼저, 객관적 수치를 보자. 최신 여론조사들이다. 9월29일치로 발표된 공공정책여론조사(PPP)에서는 게리 존슨(자유당) 등이 포함된 5명 후보에 대해 클린턴 44%, 트럼프 40%, 존슨 6% 등으로 나왔다. 지난 조사에 비해 클린턴이 4%포인트 올랐다. 클린턴과 트럼프 둘 중에서 고르라면 49% 대 45%로 역시 클린턴이 앞섰다.
딘 데브넘 공공정책여론조사 의장은 “우리는 클린턴이 트럼프의 공화당 후보 지명 이후 전국적으로 3~6%포인트 앞서는 것을 일관되게 파악했다”며 “클린턴은 격차를 결코 크게 벌리지는 못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그의 우세는 아주 견고한 것으로 입증됐다”고 평했다. “트럼프가 무슨 말을 해도 그 지지자들의 대부분은 상관 않고 그를 지지할 것이다. 하지만 알리시아 마차도 전 미스 유니버스가 엄청나게 체중이 늘었다는 트럼프의 비판은 핵심 지지자들에게조차 너무 나아간 것이었다.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29%만이 그 비판에 대해 의견을 같이했고, 45%는 그가 틀렸다고 말했다.” 이런 결론도 냈다. “결정을 안 내린 유권자는 많지 않다. 그들을 분석해도, 트럼프의 끝없는 논란은 트럼프가 그들의 지지를 얻어내 선거에서 이기기는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9월28일치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는 다자 구도에서 클린턴 42%, 트럼프 38%로 클린턴이 앞섰다. 지난 조사에 비해 클린턴이 역시 4%포인트 올랐다. 대부분의 여론조사들이 줄곧 클린턴의 우세를 보여줬다. 9월25일치 여론조사가 클린턴 51%·트럼프 44%인
객관적 수치는 ‘누가 봐도’ 클린턴
이런 여론조사의 평균치를 내는 의 ‘아르시피(RCP) 평균’ 지수는 9월14~28일 클린턴 47.4%, 트럼프 44.4%로 나왔다. 9월19일 격차가 0.9%포인트 줄었던 클린턴의 우세가 그 뒤 다시 커진 것이다. 트럼프는 이 지수에서 7월 말 잠깐 클린턴을 1%포인트 정도 앞선 적이 있었다.
언론에 인용되는 여론조사 중 유일하게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승패를 실질적으로 결정짓는 선거인단 확보에서도 클린턴이 앞선다. 예측으로는 클린턴 332명, 트럼프 206명으로 클린턴의 압승이다. 승패를 가르는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등 경합주 대부분에서 클린턴의 우세를 예측했다.
는 9월26일 현재 클린턴 188명, 트럼프 165명, 경합 185명으로 집계했다. 185명이 걸린 경합주는 플로리다(29명), 오하이오(18명), 펜실베이니아(20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 콜로라도(9명), 네바다(6명), 미네소타(10명), 위스콘신(10명), 미시간(16명), 아이오와(6명), 버지니아(13명), 뉴햄프셔(4명), 애리조나(11명), 메인(2명), 조지아(16명)이다.
의 선거인단 확보 예측 추세를 보면, 클린턴의 선거인단 확보 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8월27일 272명에서 84명이 빠졌다. 그렇다고 트럼프 쪽이 많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154명에서 11명이 느는 데 그쳤다. 경합 선거인단 수가 대폭 늘었다. 는 클린턴 209명, 트럼프 164명, 경합 165명으로 집계했다. 165명이 걸린 경합주 중 뉴햄프셔, 뉴멕시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콜로라도 순으로 클린턴의 우세가 컸다. 플로리다, 네바다, 뉴멕시코는 백중세였다. 트럼프는 오하이오, 아이오와, 네바다, 조지아 순으로 우세가 커졌다.
예측 불가 트럼프, 9회말 뒤집기 가능할까
트럼프는 경합주 중 백중세 지역과 자신의 우세주에서 모두 이겨도, 선거인단이 265명으로 승리할 수 없다. 승리에 필요한 270명을 넘으려면, 클린턴 우세의 경합주 중 4명의 선거인단인 네바다를 제외하고 어떤 주건 건지면 된다.
은 트럼프가 승리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중서부의 노후한 산업지대인 러스트벨트의 경합주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자신에 대한 백인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확산해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경합주 중 선거인단 15명 이상의 대형 주에서 거의 모두 이겨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추세로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
결국 는 당선 가능성을 클린턴 70%, 트럼프 30%로 본다. 이 예측이 시작된 지난 6월1일 클린턴은 58% 대 42%로 가장 격차가 적었다. 클린턴은 8월28일 90% 대 10%까지 벌렸고, 현재 격차가 줄다가 토론 이후 다시 벌어지고 있다.
클린턴에 비판적인 보수 성향의 도 “트럼프와 클린턴 모두 유권자의 다수 지지를 얻는 데 고투하고 있으나, 지금까지는 클린턴이 지지를 늘릴 더 큰 잠재력을 보여줬다”고 평한다. 신문은 “현재 선거 조류를 바꿀 많은 요인이 있는 것은 분명하나, 현시점에서 역사적으로 말해주는 여론조사는 최종적인 선거 결과에 대한 강력한 예측이다”라며 “선거에 앞선 50일간의 여론조사는 80% 이상의 적중률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클린턴이 이길 가능성이 80% 이상이라는 거다.
모든 객관적 수치와 분석은 분명 클린턴의 승리를 가리킨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대중은 클린턴의 당선을 자신하지 못한다. 기존 선거운동 문법을 깨는 트럼프라는 존재 때문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판 예측을 완전히 깨버린 트럼프는 본선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리는 몇 가지를 짚어야 한다.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는 줄곧 지지율에서 선두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그 지지율이 거품이라며 곧 꺼질 것이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그의 승리를 말했던 여론조사 지지율은 틀리지 않았다. 언론과 전문가들이 그 지지율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이다. 지금 본선 경쟁에서 클린턴은 객관적인 우세이고, 트럼프는 객관적인 열세이다. 그런데도 트럼프의 열세를 미심쩍어하는 것은 공화당 경선에서 보여준 언론과 전문가들의 실패의 반복일 수도 있다.
당내 경선과 전국 본선은 다르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에서 ‘자신 대 나머지 후보’라는 구도에서 치렀고, 이는 그의 선두를 더욱 확실히 했다. 또 공화당 지지자만을 놓은 싸움이었다. 트럼프는 마음껏 비아냥거리며 다른 후보들을 때렸다.
하지만 클린턴과의 싸움은 당내 경선이 아니다. 1 대 다자 구도가 아니라, 1 대 1 구도다. 당내 경선인 1 대 다자 구도에서 트럼프에 대한 공격은 분산됐다. 하지만 클린턴 대 트럼프라는 1 대 1 구도에서 트럼프에 대한 공격이 분산될 수는 없다. 첫 공개토론에서 보듯, 클린턴은 트럼프를 야무지게 몰아붙였다. 아마 공화당 경선이 1 대 1 구도로 치러졌다면, 트럼프는 상대 후보로부터 혹독한 검증과 공격을 받았을 것이다.
대선 막판 최대 변수는 빌 클린턴
이제 클린턴과 트럼프의 대결에서 최대 변수는 트럼프가 위협하는 대로 빌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이다. 그가 이 무기를 다음 토론에서 꺼낼지, 꺼낸다면 클린턴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트럼프가 이 무기를 꺼낼지는 불확실하다.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이미 모두 알고 있는 문제를 잘못 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트럼프 자신도 여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선거판이 난장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클린턴 역시 이 문제가 언젠가는 나올 것에 대비해, 철저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을 것이다. 클린턴에게는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관문일 수도 있다.
여성에게 남편의 바람은 고통이지만, 이를 다른 사람들이 시시덕거리고, 더구나 자신을 공격하는 소재로 거론하는 것은 더 큰 고통이다. 클린턴에게 이는 선거의 승패를 넘어, 자신의 인생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다. 클린턴이 이를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하자. 아마 이번 선거의 최대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정의길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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