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드론의 실체, 드러날까

테러 용의자 무인항공기 공격 지휘한 존 브레넌 CIA 국장 지명자… 상원 청문회서 무인항공기 공격 ‘실상’ 논란 될 듯
등록 2013-01-19 18:25 수정 2020-05-03 04:27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월7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척 헤이글 전 공화당 상원의원을 차기 국방장관으로 기용할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리언 패네타 중앙정보국(CIA) 국장 후임으로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국내안보 담당 보좌관을 지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년 동안 브레넌 지명자는 미국의 포괄적인 대테러 전략을 입안·집행해왔다”며 “내가 아는 한 가장 헌신적인 공직자”라고 치켜세웠다.
 
테러 혐의자에 대한 고문 옹호 전력
올해 57살인 브레넌 지명자는 뉴욕 출신으로, 포댐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학부 시절 이집트 카이로의 아메리칸대학에서 1년 남짓 유학 생활을 한 그는 아랍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주립대에서 행정학 석사과정을 마친 뒤 CIA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는 2005년 은퇴하기 전까지 요직을 두루 거쳤다. 중동의 핵심 지역인 사우디아라비아 지국장을 거쳤고, 조지 테닛 국장 시절엔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또 아들 조지 부시 행정부 1기 때는 ‘국가대테러센터’ 신설을 주도한 뒤 초대 센터장으로 활약했다.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정보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던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캠프에 영입돼 핵심 측근으로 활약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브레넌 지명자와는) 단 한 번도 의견 충돌이 난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그를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바마 대통령은 애초 2008년 대선 승리 직후 브레넌 지명자를 국가정보국(NIA) 국장에 선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가 부시 행정부 시절 여러 차례 공개석상에서 테러 혐의자에 대한 이른바 ‘강화된 신문기법’(고문) 사용을 옹호한 전력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4년 동안, 그는 백악관에서 어떤 일을 했을까?
“2년여의 추격전 끝에 CIA가 마침내 미국 태생의 알카에다 지도자를 예멘에서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2011년 9월30일 는 인터넷판에서 이렇게 전했다. 사살된 인물은 안와르 알아울라키, 미국에서 태어난 과격파 이슬람 성직자였다. 당시 작전에 투입된 것은 CIA가 운용하고 있는 무인항공기(드론)였다.
신문은 “아라비아반도의 비밀 미군기지에서 출발한 드론이 예멘 북부에서 아울라키 일행이 탄 차량에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해 명중시켰다”고 전했다. 이 공격으로 또 다른 미국 태생 ‘테러 혐의자’인 사미르 칸도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아울라키는 아라비아반도에서 알카에다의 외부 조직을 지휘해온 인물”이라며 “그의 죽음은 알카에다에 치명적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2주 뒤인 같은 해 10월14일, 예멘 수도 사나의 한 노천카페를 겨냥해 다시 무인항공기가 불을 뿜었다. 미 콜로라도주 덴버 출생인 아울라키의 아들 압둘라흐만을 포함해 6명이 이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압둘라흐만은 16살이었다. 당시 공격 목표는 이집트 태생의 이브라힘 알바나로 알려졌다. 그 역시 알카에다 지도부였다. 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오바마 행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따 “압둘라흐만은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다가 변을 당했다”고 전했다.
사건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의 대표적 인권단체인 전미민권연맹(ACLU)은 성명을 내어 “미국 정부가 국민을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누가 왜 군사 공격의 목표물이 됐는지 모든 국민이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어 아울라키 부자와 칸 등 미국인 3명의 죽음과 관련된 공식 기록을 공개하라고 법무부·국방부·CIA에 요구하는 소송에 나섰다. 하지만 미 뉴욕 남부지방법원은 오랜 심리 끝에 지난 1월2일 이를 기각했다. 사실상 ‘면죄부’였다. 1월7일 오바마 대통령이 차기 CIA 국장을 지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ACLU가 내놓은 성명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존 브레넌 지명자는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이른바 ‘타깃 살인’을 진두지휘해온 인물이다. (테러 용의자에 대한) 고문과 인권유린, 비밀 교도소 운영, 불법 감금 등이 자행됐던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엔 CIA 최고위층에서 일했다.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이런 그간의 행적을 면밀히 파헤쳐야 할 것이다.”
 
드론 공격, 파키스탄 어린이 176명 숨져
ACLU의 주장처럼, 브레넌 지명자는 오바마 행정부 들어 급격히 늘어난 무인항공기를 동원한 테러 용의자 ‘제거작전’을 주도해왔다. <ap>은 지난해 5월21일 “무인항공기 공격의 ‘목표물’을 정하는 작업을 브레넌이 떠맡다시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철저히 비밀에 가려진 채 진행되는 무인항공기 공격은 주로 CIA가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서도 지난 1월3일과 6일 예멘의 레다와 파키스탄의 와지리스탄 지역에서 각각 무인항공기 폭격이 잇따라, 민간인을 포함해 적어도 1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 언론단체 ‘탐사보도위원회’(BIJ)가 1월9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 4년 동안 파키스탄에서만 모두 309차례 무인항공기 공격이 벌어졌단다. 이 단체는 “이로 인해 2627~3457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 가운데 어린이 176명을 포함해 475~891명의 민간인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물론, 브레넌 지명자의 말은 전혀 다르다.
“(무인항공기 공격으로) 지금까지 단 1건의 민간인 피해도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 정밀타격 능력을 확보한 덕분이다.” 브레넌 당선자는 2011년 6월29일 존스홉킨스대학의 한 강연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정말 그럴까?
그의 강연 불과 석 달여 전인 같은 해 3월17일, 파키스탄 북와지리스탄주 다카켈 지역에서 무인항공기 공격으로 적어도 42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가 많았던 것은 폭격 당시 현장에서 부족회의(지르가)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이 사건을 대서
특필해 파장이 커지자, 사건 이튿날 파키스탄 외교부는 이례적으로 성명까지 내어 “캐머런 문터 미국 대사를 소환해 강력히 항의했으며, 문터 대사는 이를 백악관 최고위층에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문터 대사가 약속을 어겼거나, 브레넌 지명자가 거짓말을 했다는 얘기다. 브레넌 지명자는 지난해 4월29일 <abc>의 대담 프로그램 에 출연한 자리에서, 존스홉킨스대 강연 내용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전쟁에는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민간인 피해도 발생한다.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간 최선을 다해왔다. 불행히도 알카에다가 민간인 거주지역에 똬리를 틀고 있다.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정밀하게 테러 위협만 차단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강조해온 것처럼, 우리 목표는 미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다.”
2011년 5월2일 오사마 빈라덴 사살 직후에도, 브레넌 지명자는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그는 방송 대담 프로에 출연해 “빈라덴이 집 안으로 침투한 네이비실 요원들에 맞서 격렬히 저항하며 총격전까지 벌였다”고 주장했지만, 빈라덴은 당시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빈라덴이 자기 부인을 총알받이로 활용했다”는 주장 역시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비밀이 많을수록 거짓 난무
비밀이 많을수록, 거짓이 난무한다. 오바마 행정부 들어 미국 대테러 전략의 중추로 자리잡은 무인항공기 공격에 대해선 그간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존 브레넌 보좌관의 CIA 국장 지명에서 ‘미덕’을 찾는 이들이 있는 이유다. 미 시사주간지 는 1월7일 인터넷판에서 “브레넌 지명자에 대한 상원 인준청문회는 그간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왔던 무인항공기 공격에 관한 정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tr><td height="22px"></td></tr><tr><td bgcolor="#DFE5CE" style="padding: 4px;"><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 bgcolor="#EBF1D9"><tr><td class="news_text03" style="padding:10px"><font color="#006699">지금도 166명 갇혀 있는 관타나모 수용소</font>
오바마의 폐쇄 공언 이행 안 돼
2002년 1월11일의 일이다. 쿠바의 관타나모만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기지 외곽에 마련된 수용시설에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테러 혐의자’가 처음 붙들려 왔다. 9·11 동시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지 석달여 만이었다. 그로부터 벌써 11년 세월이 지났다.
전미민권연맹(ACLU)·휴먼라이츠워치(HRW) 등 미 인권단체의 자료를 종합하면, 그동안 관타나모 수용소에 구금됐던 ‘포로’는 모두 779명이다. 이 가운데 미군이 아프간 등지에서 직접 ‘체포’한 포로는 5%, ‘현상금 사냥꾼’이 붙잡아 미군 쪽에 넘긴 이는 무려 86%에 이른다. 수감자 가운데 알카에다 연루 증거가 명백한 이는 8%였단다. 지금까지 관타나모를 거쳐간 이들 가운데는 13살 소년을 포함해 미성년자가 21명이나 된다. 최고령 수감자는 98살이었다. 관타나모에서 수감 도중 사망한 이들은 지금까지 모두 8명, 이 가운데 16살에 붙잡혀 21살에 숨진 야세르 탈랄 자흐라니를 비롯해 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금도 20여 개국 출신 166명이 그곳에서 인고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가운데 군사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는 단 4명에 불과하다. 87명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후 석방 대상자로 분류됐지만, 여전히 갇혀 있다. 이들을 붙잡아두려고 미국은 매년 7천만달러를 쏟아붓고 있단다. ‘테러연루 혐의로 기소할 만한 증거는 없지만, 석방시키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분류된 이도 46명에 이른다.
“버락 오바마 당선자 쪽이 관타나모 포로수용소에 수감돼 있는 테러 용의자 일부를 석방하고, 혐의가 짙은 이는 미국으로 데려와 재판을 받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p>은 2008년 11월10일치 기사에서 이렇게 전했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석방된 수감자는 모두 532명이었다. 오바마 행정부 들어 지난 4년 동안 석방된 이는 70명에 그친단다.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의 일방주의적 외교정책과 인권유린의 상징으로 꼽혔던 게 두 가지 있다. 관타나모 포로수용소와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수감자 학대 사건이다. 당시 고문에 가담한 것으로 신원이 밝혀진 미군 병사들은 군사재판을 거쳐 일정한 처벌을 받았다. 시설관리 책임을 맡았던 민간경호업체인 ‘L-3 서비스’와 ‘타이탄’도 법정에 서야 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은 1월9일 “아부그라이브 고문 피해자 71명이 경호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법정 밖 합의로 타결됐음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전했다. 그새 ‘엔질리티홀딩스’로 이름을 바꾼 이들 업체는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는 조건’으로 피해자들에게 평균 7만4천달러를 내주기로 했단다. 이런 사실은 이 업체가 최근 미 증권감독원에 이를 신고해 알려졌다. 영국 일간 는 이 업체가 “2011년에만 (미 국방부와 맺은 용역계약 등으로) 모두 15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전했다. 세상, 참….</ap></td></tr></table></td></tr><tr><td height="23px"></td></tr></table>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abc></ap>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