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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군사비, 2천조원 시대

SIPRI 보고서 2011년 세계 군사비 최초 2천조(1조7380억달러)원 돌파 발표,
미국 7대 군수업체 순익만 184억여만달러
등록 2012-06-15 10:24 수정 2020-05-03 04:26

‘1조7380억달러.’
6월8일 기준 환율로 약 2033조4600억원이다. 2012년 한국 정부의 예산 총액이 약 324조5천억원이니, 쉽게 가늠하기조차 버거운 액수다.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이 돈의 정체는 뭘까? 지난해 세계 각국의 국방예산을 합산한 금액이란다. 지구촌의 외교·안보·국방 현황을 분석해 해마다 연감으로 펴내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 6월4일 펴낸 2012년판에서 “이는 지구촌 총생산액의 2.5%에 이른다”며 “70억 인류가 1인당 약 249달러(약 29만1천원)를 군사비로 내놓은 셈”이라고 전했다.

이라크·아프간전 미국 비용 4조 달러
규모는 2010년에 견줘 거의 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나마 위안을 찾을까? 지구촌 군사비가 늘어나지 않은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라니 말이다. 하지만 SIPRI는 “그렇다고 지구촌 군사비가 정점에 이르러, 앞으로도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며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 상당수 국가가 재정적자를 줄이려고 예산 삭감에 나서, 국방예산 팽창세가 전반적으로 둔화된 것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대륙별로 보면, △아프리카(8.6%) △중동(4.6%) △아시아·오세아니아(2.2%) 등에서 국방예산이 늘었다. 반면 △아메리카(-1.4%) △서유럽(-1.9%) 등에선 군사비 삭감이 두드러졌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7110억달러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고, △중국 1430억달러 △러시아 719억달러 △영국 627억달러 △프랑스 625억달러 △일본 593억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눈길을 끄는 수치는 따로 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미국이 부담해야 할 비용에 대한 추정치다. SIPRI는 부상 장병 치료비 등을 포함해 장기적으로 두 전쟁으로 인해 미국이 치러야 할 비용이 무려 4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지구촌 전체 군사비의 2배가 넘는 액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을 포함한 여타 참전국이 떠안아야 할 전비와 △자산·사회간접자본 파괴 △통상 경제활동 위축 △사망·부상·피란으로 인한 인적 자원 손실 등은 빠진 채다. SIPRI는 “이라크·아프간 전쟁이 만들어낸 지구촌 차원의 ‘비용’은 추정조차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해볼 만한 전쟁’이었을까? 록히드마틴이 357억3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29억2600만달러의 순익을 본 것을 비롯해, 2010년을 기준으로 ‘세계 10대 군수업체’로 이름을 올린 미국 회사는 모두 7개에 이른다. 이들 업체가 올린 매출 총액은 1666억4천만달러, 순익만도 184억5500만달러에 이른단다. SIPRI가 선정한 ‘100대 군수업체’(중국 업체 제외)엔 미국 업체 44개, 서유럽 업체 30개가 포함됐다. 이들 100개 업체가 2010년 한 해 동안 올린 매출 총액은 4110억1천만달러로, 이 가운데 미국 업체의 비중이 60%를 넘어선단다. SIPRI는 “2002~2010년 100대 군수업체의 매출 규모는 60%나 급성장했다”고 덧붙였다.

재래식 무기 수입, 한국 순위는?
구입은 누가 했을까? 지구촌 전체 재래식 무기의 10%를 점한 인도가 최대 무기 수입국으로 등재됐다. 이어 파키스탄과 중국이 각각 5%씩, 싱가포르·오스트레일리아·알제리가 각각 4%씩을 점하며 뒤를 이었다. 최대 수출국인 미국과 경제위기에 허덕이고 있는 그리스, 막대한 원유자본을 휘두르고 있는 아랍에미리트도 각각 3%씩을 점하며 세계 10위권 무기 수입국에 이름을 올렸다. 인도에 이어 전세계 재래식 무기 수입량의 6%를 점하며 세계 2위의 무기 수입국으로 이름을 올린 나머지 1개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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