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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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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탁신의 귀국 문제다

푸에아타이당이 승리해 탁신이 귀국해도 군부 등 강력한 저항 예상돼
등록 2011-07-01 12:55 수정 2020-05-03 04:26
탁신 친나왓 전 타이 총리가 2008년 2월 17개월 만에 귀국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AP

탁신 친나왓 전 타이 총리가 2008년 2월 17개월 만에 귀국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AP

7월3일 타이 총선이 주목받는 핵심 이유는 한 인물, 바로 탁신 친나왓 전 총리(2001년 2월~2006년 9월 재임) 때문이다. 탁신의 여동생 잉락 친나왓(44)이 이끄는 제1야당 푸에아타이당이 승리해 정권이 교체되면, 잉락이 타이의 첫 여성 총리에 오르게 된다. 정치 경험이 전무해 꼭두각시로 여겨지는 동생이 총리에 오르니, 탁신의 귀국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탁신은 자신의 딸 결혼식이 열리는 12월에 귀국하겠다고 밝혔다.

<font size="3"><font color="#006699">선거, 쿠데타, 선거, 쿠데타…</font></font>

그동안 타이는 도시 빈민층과 농민 출신으로 이뤄진 친탁신 성향의 빨간색 옷을 입은 ‘레드셔츠’와 왕실·군부 등 기득권층의 지지를 받는 반탁신 성향의 ‘옐로셔츠’로 쪼개져 갈등해왔다. 탁신 전 총리는 2006년 9월 군부 쿠데타로 권좌에서 축출된 뒤 2008년 8월 대법원의 부정부패 재판을 받지 않고 해외로 달아났다. 레드셔츠는 옐로셔츠가 ‘민주주의민중연대’(PAD)를 결성해 군부와 손잡고 쿠데타로 탁신을 내쫓은 뒤 2008년 12월 집권했다며 현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 정부의 정통성을 부인해왔다. 게다가 민주당 정권은, 2007년 12월 총선에서 탁신을 지지하는 ‘국민의 힘’(PPP)이 승리했으나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체된 뒤 집권했다. 이 때문에 레드셔츠는 이후 아피싯 총리의 퇴진과 의회 해산, 탁신 복귀 등을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벌여 타이의 정국 혼란이 이어져왔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3~5월 시위대와 군경의 충돌로 91명이 숨졌다.

이번 조기 총선도 정국 혼란의 결과다. 아피싯 총리가 지난해 유혈 사태가 발생한 뒤 심각해진 정국 혼란을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을 통해 해소하겠다고 시도한 것이다. 선거가 끝나도 정국 혼란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푸에아타이당의 승리가 점쳐지지만 단독 과반수를 차지하기는 어려우리라는 전망이 상대적으로 많다. ‘태풍의 눈’ 탁신이 귀국한다면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어진다. 푸에아타이당이 단독 과반수를 확보한다면 탁신의 귀국 길은 넓어진다.

탁신처럼 이중적인 인물도 없다. 그는 경제성장을 최우선으로 개발주의 정책을 이끌며 무상에 가까운 의료 시스템, 농민 부채 탕감, 빈민층 신용대출 확대 등 각종 친서민 정책을 함께 폈다. 뿌리 깊은 관료주의 체제 개혁도 시도했다. 반면에 시민사회와 언론을 탄압하는 등 권위주의적 통치를 펼치고 부정부패를 저질렀다. 지지자들은 빈민·농민층 지원에 앞장선 인물이라고 치켜세우지만, 반탁신 세력은 방만한 시혜 정책으로 국고를 축내고 부정부패로 재산을 축적했다고 비난한다.

<font size="3"><font color="#006699"> 파킨슨병 국왕, 갈등 중재 난망</font></font>

잉락은 총선에서 승리하면 탁신은 물론 모든 정치 사범을 사면하겠다고 밝혔다. 반면에 민주당은 탁신이 귀국하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선언했다. 탁신은 자신의 부정부패 혐의가 정치적으로 조작됐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반정부 시위를 진압한 군부와의 갈등 탓에 푸에아타이당이 집권하면 쿠데타가 재연되리라는 우려도 있다. 타이에서는 군부의 지지 없이 정권이 지속되기 어려운데, 군부는 민주당을 간접 지원하고 있다. 혼란 속에 고질적 빈부 격차 및 지역 갈등 등은 다시 터져나올 전망이다. 타이 왕실이 국가의 중심을 잡아야 하지만, 84살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은 노쇠한데다 파킨슨병과 우울증을 앓아 갈등을 해결할 여력이 없다. 마하 와찌랄롱꼰(58) 왕세자는 에이즈 바이러스인 HIV 감염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기밀문서에서 드러났다. 타이는 선장을 잃은 채 태풍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순배 기자 marc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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