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스웨덴 - 등록금 무료에 월 46만원 수당까지
한 학기 학생회비 7700원 뺀 학생 부담 제로인 스웨덴…
상환기간 최장 25년 연리 1.9% 생활비 대출로 한 달 94만원 받기도
하수정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에릭(25·스웨덴 웁살라대 법학부 2년)은 올여름을 여자친구와 우크라이나에서 보낸다. 러시아어를 곧잘 하는 에릭에게 스웨덴보다 물가도 싸고 날씨도 좋은 우크라이나는 방학을 보내기에 딱 좋다. 스웨덴에서 대학교육은 자국민과 유럽연합(EU) 시민이면 누구나 무료다. 아니 무료 정도가 아니다. 대학에 입학하면 되레 학기 중에는 한 달에 2700크로나(약 46만원) 정도씩 학생수당을 준다. 학업에 열중하게 하려는 것이다. 대신 공부하고 싶은 사람만 대학에 간다.
사립대학도 등록금 없어정말 한 푼도 안 내는 건 아니다. 학생회비로 한 학기에 45크로나를 낸다. 우리 돈으로 7700원 정도다. 사립대학도 마찬가지다. 스웨덴에는 딱 3개 사립대학이 있는데, 운영을 사립기관에서 하는 것일 뿐 재정은 국가에서 나오므로 역시 등록금은 없다. 책이나 관련 자료는 학생이 부담한다. 스웨덴은 책이 비싸서 에릭의 경우 이번 학기에 3천크로나 정도 들었다.
지금 내는 0원의 등록금이 적당하냐고 물었다. 에릭은 교육은 무료여야 하고 배우고 싶은 모든 사람이 교육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만약 학비가 비싸면 경제력이 교육의 기회를 결정하게 될 게 아닌가. 공부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자신의 노력과 의지여야지 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에릭은 “물론 스웨덴에서 교육을 단순히 ‘공짜’라고 할 수는 없다. 세금으로 교육서비스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무료 등록금 제도는 모든 사람에게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려는 것이며, 이를 위해 모든 사람이 자신이 버는 만큼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말 잘했다. 한국의 어떤 이들이 궁금해할 질문을 던졌다. 세금으로 교육에 드는 비용을 충당한다면, 어쩌면 공부하고 싶지 않거나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 내는 세금이 다른 사람의 등록금으로 쓰이는 셈이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내야지 그렇지 않은 사람까지 부담하게 하는 건 되레 불공평한 것 아닌가?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누가 됐든 재정적 이유로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난 기꺼이 조금 더 높은 세금을 낼 의향이 있다”는 에릭의 대답 앞에 어설픈 신자유주의 논리가 설 땅은 없다.
스웨덴 대학 입학생의 평균나이는 22.4살(한국 나이로 23살), 대학 진학률은 50%를 밑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보통 1~2년 정도 쉬며 여행을 하거나 직업 경험을 하며 진로를 탐색한다. 대학 입학생의 20%가량은 서른이 넘은 이들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일을 하다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 느지막이 대학에 진학한 것이다. 대부분의 스웨덴 대학생은 스스로 생활비를 감당한다. 학생수당은 대부분 독립해 사는 대학생들에게 딱 한 달 방세다. 그 밖의 생활비는 국가 대출로 해결한다. 한 달에 5500크로나(약 93만8천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데, 이 금액은 졸업 뒤에 최장 25년까지(60살 되기 전까지, 연소득 5% 안에서) 차근차근 갚아나가면 된다. 2011년 기준 대출 이자는 연 1.9%다.
“돈 때문에 공부 포기한 경우 없어”혹 아르바이트를 하느냐는 질문에 가끔 러시아어 통역을 하지만 돈 때문이 아니라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란다. 에릭뿐 아니라 대부분의 스웨덴 대학생들은 방학이 아니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자살까지 하는 한국의 실태를 어떻게 생각할까? “등록금 때문에 목숨을 끊을 정도라면 너무 슬픈 일이다. 교육은 원하는 모두에게 무료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에릭은 다시 한번 강조한다. “누군가 돈 때문에 공부를 포기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스웨덴에서는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공부할 수 있다. 제한이 있다면 그 사람이 노력하느냐 아니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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