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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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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보다 안전” vs “정신질환 두 배”

대마초 유해성을 둘러싼 영국 사회의 논란…

미성년자 접근 막자는 데는 이견 없어
등록 2011-03-04 10:54 수정 2020-05-03 04:26

“대마초가 담배나 술보다 안전하다.”
2009년 데이비드 너트 영국 런던 임페리얼대학 교수(의학)는 이런 주장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해 대마초를 C등급에서 B등급 마약으로 상향 조정한 영국 정부의 결정을 비판한 것이다. 당시 영국 정부는 약물안전위원회 의장직을 맡고 있던 그를 경질했다.

대마초 옹호한 약물안전위 의장

너트 교수는 이런 생각에 변함이 없다. 그는 과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대마초는 생명에 위협적이지 않다. 대마초 중독으로 사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너트 교수의 주장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영국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대마초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22명인 반면 음주로 인한 사망자는 8664명이다. 담배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한 해 10만6천 명으로 추정된다. 너트 교수는 대마초가 정신분열증을 초래한다는 학설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20년간 영국에서 대마초 복용률은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정신분열증 발병률은 이전과 비슷한 수준이고 심지어 줄어들고 있다.” 너트 교수는 “대마초 흡연은 심장박동률의 증가와 혈관 문제를 유발한다”면서도 “위해성이 낮은 대마초에 제한해 합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영국 여성이 “대마초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낙서가 적힌 런던 북부의 한 골목을 지나가고 있다.REUTERS/ TOBY

한 영국 여성이 “대마초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낙서가 적힌 런던 북부의 한 골목을 지나가고 있다.REUTERS/ TOBY

로저 퍼트위 애버딘대학 교수(신경약리학)는 대마초와 다른 마약을 구분했다. 퍼트위 교수는 “대마의 주요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은 근육 경련이나 통증 완화에 좋다. 또 다른 성분인 칸나비디올(CBD)은 항염증 작용을 한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운동장애나 이상감각의 형태로 나타나는 ‘다발성경화증’에 한해선 CBD와 THC가 함유된 ‘사티벡스’의 의학적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대마초 합법화 인터넷 활동가인 데릭 윌리엄스는 “대마초 금지의 결과는 불법 거래”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허가한 장소에서 대마초를 판다면 굳이 거리에서 범죄조직과 관련된 딜러를 통해 비싸게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거리의 딜러들은 조직에 더 큰 수익을 줘야 하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팀 커크엄 리버풀대학 교수(실험심리학)도 “합법화를 지지한다”며 “일반 시민들이 마약을 제공하는 범죄조직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글린 루이스 브리스틀대학 교수(정신의학)는 “영국에서 대마초가 1928년 불법화되기 이전 10~20년 사이에 대마초 복용률이 무서운 속도로 증가했다”며 “대마초를 복용하면 정신질환이 발병할 확률이 2~6%로, 비복용자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진다”고 합법화에 반대했다.

부모들도 합법화에 반대한다. 지난 2월18일, 런던 세인트제임스파크역 부근에서 10대 초반의 아들과 귀가하던 제시카(44·가명)는 대마초가 합법화되면 “어린 학생들이 더 쉽게 대마초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마초 흡입 경험이 없다는 그는 “모든 마약은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마초 합법화 활동가인 윌리엄스도 미성년자는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미성년자가 대마초를 복용하면 뇌의 성장이 멈추고 두뇌 활동에 혼란이 야기된다”고 경고했다.

“어차피 매일 피운다”

하지만 정작 18살 이하의 미성년자들은 이런 논의에 무관심한 듯하다. 2월15일, 킹스크로스역 앞에서 만난 짐(17·가명)은 “합법화하든 말든 상관없다. 어차피 지금도 매일 대마초를 피우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영국)=글·사진 이승환 통신원 stevelee0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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