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형보다 더 야심차다.” “형이 더 유능하고 지도력 있다.”
지난 9월25일 영국 노동당 경선에서 친형 데이비드 밀리밴드(45)를 1.3%포인트 차이로 꺾는 역전극 끝에 새 당수로 당선된 에드 밀리밴드(40·사진)에 관해 묻자, 영국 시민들은 형과 곧잘 비교했다. 명문 옥스퍼드대를 나온 것이나 에드가 기후에너지부 장관을, 데이비드가 외무부 장관을 지낸 점 등 이력도 비슷하다.
두 사람을 구분하는 선은 ‘이념’이다. 데이비드가 ‘중도’라면 에드는 ‘중도 좌파’다.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 노동당 출신의 두 전직 영국 총리의 관계를 연상시키는 부분이다. 블레어와 브라운은 ‘신노동당’ 창당의 주역으로 총리에 올랐다. 블레어는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제시한 ‘제3의 길’을 토대로 한 새로운 사회발전 모델을 내걸고 1997년 집권에 성공했다. 신자유주의와 사회민주주의를 모두 반대하고 두 이념을 실용적으로 절충해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 정의를 통합하려는 시도다. 신노동당은 ‘제3의 길’이라며 신자유주의를 수용했지만, 브라운이 더 ‘래디컬’했다. 블레어는 금융자유화를 열며 작은 정부를 지향한 반면, 브라운은 국유화를 선호하며 큰 정부를 지향했다. 에드는 브라운의 경제보좌관 출신이고, 데이비드는 블레어의 정책보좌관 출신이다. 지난 경선은 “브라운파 대 블레어파”의 대결이었던 셈이다.
에드의 승리는 4대 노동조합 대표들의 지지에 크게 힘입었다. 최종 투표에서 대표들은 그에게 59.8%의 표를 몰아주었다. 노조 대표들이 대처리즘을 좇아 노조 활동을 제한한 블레어를 잇는 형 데이비드 대신 브라운파인 동생 에드를 선택한 것이다. 주디스 바라 퀸메리대학 교수(정치학)는 과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1980년 이전과 비교해 영향력이 급격히 약화된 노조 대표들이 친노조 성향의 에드를 당수로 만들어 세력을 확장하려 했다”고 분석했다.
에드는 유세 기간에 “신노동당과 작별할 시간이 왔다”고 강조했고, 당수가 된 뒤에도 자신은 “새로운 세대”라며 신노동당의 종언을 재확인했다. 신노동당은 13년을 집권했고, 지난 5월 총선 패배로 보수·자유민주당 연립정부가 들어섰다. 에드가 중도파까지 지지층을 넓히려 했던 신노동당 노선과의 결별을 선언하자 ‘레드 에드’(Red Ed), 곧 ‘빨갱이 에드’로 불리는 그가 노동당을 정통 좌파정당으로 복귀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에드는 부유층 증세와 저소득층에 대한 ‘생활임금제’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이라크전 파병에 대해서도 “진실의 죽음”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좌경화되면 총선 패배할 것”그러나 에드가 신노동당 노선과 ‘완전히’ 결별할지는 의문이다. 에드는 부유세 등 브라운의 정책을 상당수 계승하고 있다. 색깔론에 시달리는 그도 좌경화를 경계하는 시선을 의식한 듯 노조와 거리를 두고 있다. 10월7일 영국 2대 채널 <itv>에 출연한 그는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공무원 노조를 질타했다. 그는 방송에서 “노조는 과거의 교훈을 기억해야만 한다”며 “노동쟁의 활동은 종종 역효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노동당의 현 노선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마틴 스미스 셰필드대 교수(정치학)는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에드는 실패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신노동당의 꼬리표를 떼려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 정책 면에서 에드의 노동당과 신노동당 사이에 큰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다양한 계층의 유권자에게 득표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당이 좌로 갑자기 기울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줄리언 글러버 영국 일간 해설위원도 “노동당이 유능하고 온건한 정당으로 인식된다면 정권을 탈환하겠지만, 좌경화된다면 패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라 교수는 “지난 30년 동안 전통 좌파로 복귀하기 위한 시도들은 모두 좌절됐고 있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런던(영국)=이승환 통신원</i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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