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결함 폭로해 포드와 파이어스톤의 분쟁 이끌어낸 소비자운동의 영웅 앨런 호건
자동차와 타이어는 이와 잇몸의 관계와 비슷하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이와 잇몸’이 서로를 헐뜯고 급기야 결별을 선언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화제의 주인공들은 포드 자동차회사와 파이어스톤 타이어회사이다. 이들의 100년 가까운 친밀한 관계에 결정적으로 쐐기를 박는 데 공헌 아닌 공헌을 한 사람은 한때 파이어스톤 타이어회사에 근무했으며 지금은 자동차정비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앨런 호건(Alan Hogan)이다. 현재 그는 소비자단체로부터 다윗이 두 거인 골리앗을 서로 싸우게 만든 영웅으로까지 칭찬받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1997년 3월, 대니얼 밴 에튼은 포드사의 SUV(Sport Utility Vehicle: 스포츠용 차량, 사실상 우리 개념으로는 레저용임) ‘익스플로러’(Explorer)를 몰고 웨스트버지니아대학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당시 그 차는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윌슨공장에서 만든 파이어스톤 타이어를 부착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는 도중 조지아주 켐든카운티에서 타이어 하나가 분리되면서 차량은 전복되었고 그는 차에서 튕겨나가 사망했다. 그의 부모는 파이어스톤 타이어회사를 상대로 2100만달러의 소송을 제기했다. 1999년 8월, 재판이 열리기 직전 양자는 합의에 도달했다. 피고의 변호사의 진술에 의하면, 이러한 합의에 이르는 데 호건의 증언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1994년부터 윌슨공장에서 근무했던 호건은 내부자로서 자신의 회사에서 만드는 타이어가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가를 사실대로 솔직하게 얘기했던 것이다. 호건은 물론 에튼사건을 위해서만 증언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이 사건은 일파만파로 퍼져 ‘익스플로러’ 차종에 부착된 파이어스톤 타이어를 교체하게 만들고, 나아가 타이어와 차량 안전에 대한 미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서로 잘못 돌리기에 급급
최근 몇년간 교통사고로 100명이 넘는 사망자를 초래한 ‘익스플로러’ 차종의 경우, 차량이 거의 모든 경우 전복되었으며 파이어스톤 타이어를 부착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운전자 과실 탓으로 돌렸던 상황이 에튼의 재판을 계기로 돌변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포드사와 파이어스톤사를 상대로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중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자 포드사는 지난해 출시된 자사 제품, 특히 ‘익스플로러’에 부착되어 있는 650만개의 파이어스톤사 타이어를 교체해달라고 파이어스톤쪽에 요구했다. 이는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자사의 차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포드사의 요구에 대해 파이어스톤사는 타이어가 펑크날 경우 운전자는 차량을 갓길로 몰아 정차시키는 것이 상식이지, 펑크로 차량이 뒤집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두 회사는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상호 협력하여 무엇이 문제인가를 찾아내려 애쓰기보다는 서로의 잘못으로 돌리기에 급급했다. 최근 들어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서로 공개적으로 상대방을 비난했으며, 의회 청문회에 나가서도 사고에 대한 원인을 차량 혹은 타이어로 돌리기에 급급했다. 나아가 지난 5월17일 포드사는 ‘전국고속도로 교통안전청’의 관리에게 자신들의 분석에 의하면 아직 회수되지 않은 파이어스톤의 타이어에서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그러나 이러한 분석은 파이어스톤사에게는 미리 알리지도 않았다. 이러한 사실을 신문기사를 보고 알게된 파이어스톤사는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회사간의 신뢰는 완전히 상실된 것이다.
100년의 우정 청산하다
이 두 회사의 100년에 이르는 동반자 관계는 자동차시대를 연 두 주역인 헨리 포드와 하비 파이어스톤의 개인적 친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현재 파이어스톤 사는 일본의 브리지스톤 타이어사에 소속되어 있다). 두 회사의 설립자들인 포드와 파이어스톤은 워낙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과 더불어 여행을 같이 가곤 했다. 그들의 우정은 헨리 포드의 손자와 하비 파이어스톤의 손녀가 결혼하는 관계로까지 발전되기도 했다. 이들의 유일한 아들인 윌리엄 포드 2세가 현재 포드 자동차 회사의 회장으로 재직중이다.
그러나 사업에 있어서 공은 공이고 사는 사일 뿐이었다. 마침내 지난 5월 21일, 파이어스톤사의 회장인 존 램프(John T. Lampe)는 포드 자동차의 최고경영자인 자크 냇서(Jacques Nasser)에게 95년 간의 관계를 끝내는 서한을 보내게 되었다. 이 편지에서 램프는 사업상 동반자 관계는 ‘신뢰와 상호 존중’에 기초해있어야 하는데 포드사는 이러한 기본적인 관계를 완전히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 즉, 파이어스톤사의 전문가들이 포드사의 '엑스플러러' 차종에 중대한 안전문제가 있음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문제를 철저하게 의도적으로 무시했다는 것이다. 램프 회장은 이런 문제의 경우 쌍방간에 정보를 공유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포드사는 그렇게 하기를 거부하고, 마치 파이어스톤 제품에 결함이 있는 것처럼 공언함으로써 품질의 명성에 먹칠을 했다고 주장했다. 램프는 파이어스톤사의 제품은 안전하며, 문제가 있을 때에는 "그러한 문제를 인정할 것이며, 해결할 것"이라고 편지를 마무리지었다.
포드사는 편지를 받은 다음 날, “문제는 타이어이며 파이어스톤 타이어 1300만 개를 곧 회수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포드쪽은 여기에 드는 비용만도 무려 30억 달러가 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파이어스톤사는 교통부에 포드사 '엑스플러러'의 안전 여부를 조사해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탁구공을 주고받듯이 과실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사태는, 조그만 눈덩이가 산 위에서 굴러 내려와 마침내는 가공할만한 위력을 갖게 되둣이, 두거대기업이 견원지간이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지엠사의 경우, 파이어스톤사의 타이어를 부착한 차량들이 위와 같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나아가 지엠사는 최근 파이어스톤을 6년 연속 ‘올해의 공급자’로 선정하기까지 했다. 닛산 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문제는 단순히 타이어만의, 혹은 차량 만의 문제가 아닌 타이어와 차량이 결합될 경우 나타나는 복합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서 포드사는 단호하게 타이어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파이어스톤사를 소유한 브리지스턴사의 최고책임자인 시게오 와타나베는 6월1일의 인터뷰를 통해 이러한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는 포드사가 이러한 가능성을 일축하고 협력을 거부했기 때문에 포드사에 더 이상 타이어를 공급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건에 대한 ‘치사한’ 탄압
결국 포드사의 '익스플러러' 차량 자체에 결함이 있는지 아니면 파이어스톤 타이어에 결함이 있는지 또는 양사 제품 모두에 결함이 있는지는 최종적으로 소비자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왜냐하면 결국 이들 회사의 제품을 구입할지 안 할지는 소비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전투구로 인해 두 회사의 오랜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되고 있으며, 제품 판매에까지도 큰 차질을 빚고있다. 예를 들어, 포드사는 파이어스톤사와의 계속되는 싸움 이후 지난 5월 미국 내에서의 판매고가 11.6%나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호간은 증언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자동차 정비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파이어스톤사는 ‘치사하게도’ 그의 경력이나 호적조사까지 해가며 그에게서 어떤 꼬투리를 잡아내려 안간힘을 썼다.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도 팩스를 보내, 호간의 정비업소와 거래하는 사람들을 상대하지 말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그의 사업은 성업중이며, 미국의 유력한 소비자 옹호단체 중의 하나인 '시민정의재단'(Civil Justice Foundation)이 수여하는 상을 받을 예정이다.
이 사건은 거대기업이 대부분의 경우 소비자를 속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영원히 자신의 약점을 은폐할 수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한 개인의 진실됨과 용기는 영원할 것 같은 기업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기업의 신뢰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을, 나아가 철옹성 같은 대기업을 위기에 빠지게 할 수 있다는 진실을 가르쳐주었다. 어떻게? 소비자인 시민들이 그들의 제품에 대해 교체를 요구하거나 구매하지 않음으로써.
김덕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에모리대학 사학과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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