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셔츠’ 시위대의 지도부 중 한 명인 자크라 폽 펜카이르(41)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정부와 그 후신이라 할 피플파워당 정부에서 장관과 대변인을 지낸 젊은 정치인이다. 그는 전직 언론인이기도 하다. 반독재민주주의연합전선(UDD)에 적극 가담하고 있는 그와 아세안정상회의가 무산된 다음날인 4월11일과 군의 발포가 있던 13일 두 차례 인터뷰를 했다. 4월14일 지도부의 권고로 시위대가 자진 해산한 뒤 3명의 UDD 지도자가 경찰에 자진 출두했지만, 자크라 폽은 출두를 거부하고 있다.
‘붉은 셔츠’ 시위대의 지도부 자크라 폽 펜카이르
=폭력 진압은 염두에 뒀지만, 총까지 쏠 줄은 몰랐다.
=우리가 시작한 게 아니다. 정부, 경찰 그리고 파타야에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파란 셔츠’들이 시작한 게다. 폭력을 시작한 쪽이 책임을 져야 한다.
=탁신 전 총리 진영에 있다가 집권 민주당으로 넘어간 네윈 치촙 등이 조직한 범죄집단이다. 네윈 치촙이 직접 “왕실을 보호하기 위해 ‘파란 셔츠’를 조직하겠다”고 말한 일이 있다. 그런 뒤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나로선 달리 생각할 길이 없다. 4월9일 오후 우리 시위대가 파타야에서 아세안 정상들에게 조용하고 평화롭게 서한을 전달한 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파란 셔츠’들이 숨어 있다가 돌을 던지며 공격해 10여 명이 다쳤다. 우리가 입수한 비디오 자료를 보면, ‘파란 셔츠’ 몇 명이 지나가는데 일부 공무원이 ‘거수경례’를 하더라. ‘파란 셔츠’ 중에 경찰이든 군인이든, 지위가 높은 인물이 있다는 얘기다.
=방콕에서 파타야로 이동할 때만 해도 아무 일이 없었다. 평화적이었고, 우리 중 아무도 무기가 없었다. 회담이 열린 호텔에 들어갔을 때도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그저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현 타이 정부가 정당성이 없음을 말하려 했을 뿐이다. 아세안과 각국 정상들에겐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국제사회, 특히 한국은 분명히 이해할 거라 믿는다. 독재에 저항한 역사가 있는 한국은 민주화의 모델 아닌가. 화해를 좋아하는 타이인들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를 생각해봐라. 불의와 불평등, 가짜 민주주의에 대항해 싸우고 있는 게다. 방콕의 엘리트 정치인들은 지금이 17세기가 아니라 21세기임을 깨달아야 한다.
=크게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그를 단지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보고 동참하는 사람들, 그리고 타이 경제가 망가지는 걸 우려해 참여한 사람들이 함께 손을 잡고 있다. 만일 탁신 전 총리가 재집권하면 첫 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좋아하겠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 부류에선 그를 면밀히 관찰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그가 독재의 길로 들어선다면, 당연히 지금처럼 거리에서 시위를 벌일 것이다. 탁신 전 총리는 그저 정치 지도자일 뿐이다. 그를 좋은 지도자로 받아들이건 그렇지 않건 민주주의 아래선 다 가능한 일이다.
=간단하다. 탁신 전 총리가 이끈 타이락타이당과 그 후신인 피플파워당은 ‘빈곤 퇴치’를 중요한 정책과제로 삼았다. 그런 정책 때문에 수많은 타이인들이 우리를 지지했다. 군인이 누군가? 군복만 벗기면 대부분 빈곤층의 자식들이다.
=‘붉은 셔츠’ 운동은 계속될 것이다. 집권세력의 진정한 변화가 나올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타이 국민이 원하는 바다.
=우린 결코 먼저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격당하게 되면, 자기방어를 하는 데 주저하지도 않을 것이다.
방콕(타이)=글·사진 이유경 국제분쟁 전문기자 penseur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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