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터넷 매체 가 최근 흥미로운 분석 기사를 내놨다. 요약하면 이렇다.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 ‘아마존’이 판매하는 전자책 단말기 ‘킨들’이란 제품이 있다. 종이책과 비슷한 크기로 실제 책을 넘겨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다, 책 9만 권 분량의 콘텐츠를 내려받아 저장할 수 있을 정도로 용량도 크다. 가격은 1대에 359달러라는데, 미국에선 그야말로 없어서 못 팔고 있단다. 이제 계산기를 두드려볼 차례다.
1년치 배달료 > ‘킨들’ 나눠주는 돈
‘1863년부터 2009년까지, 종이매체의 시대를 접다.’ 146년 역사를 자랑하는 <시애틀포스트인텔리젠서>가 지난 3월14일 마지막 신문을 내고 윤전기를 세웠다.
가 1년에 신문 배달 비용으로 지출하는 금액은 약 6억4400만달러에 이른다. 이 신문의 유료 독자는 지난해 말 현재 약 83만 명이다. 독자 모두에게 ‘킨들’을 나눠주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2억9700만달러다. 1년치 배달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독자들은 ‘킨들’ 단말기에 의 모든 콘텐츠를 내려받아 들고 다니면서 간편하게 볼 수 있다. 신문 인쇄 비용은 계산에 넣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선택은 자명해 보인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미디어 환경의 혁명적 변화로 종이매체가 ‘멸종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공룡’을 닮아가고 있다는 비아냥도 들려온다. 실제 전세계 신문업계는 최근 몇 년 새 그야말로 ‘자유낙하’를 거듭해왔다. 미국·프랑스·한국 등지에서 신문업계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구제금융이라도 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올 들어 미국에서 신문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지난 3월27일 미 일간 가 마지막 ‘일간 종이신문’을 발간했다. 1908년 창간 이래 한 세기 동안 독보적인 국제뉴스 보도로 정평을 얻어온 이 신문은 이미 지난해 10월 온라인판을 중심으로 사실상의 재창간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3월14일엔 워싱턴주 시애틀의 양대 일간지로 군림해온 146년 전통의 가 윤전기를 멈춰세웠다. 지난해에만 14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올 초 ‘매물’이 돼 시장에 나왔던 이 신문은 끝내 매수자를 구하지 못하고 폐간호를 찍어야 했다. 이들뿐이 아니다.
모기업이 5억달러의 부채에 시달렸던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 역시 모기업이 4억달러의 빚을 감당해내지 못한 는 결국 부도가 났다. 캘리포니아주에선 오랜 세월 정론지로 꼽혀온 이 지난해 5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한 끝에 ‘매물’로 전락했다. 플로리다주 최대 권위지인 도 최근 비슷한 처지로 내몰렸다. 신문이 사라지는 건 일부 지역, 특정 매체에 한정된 현상이 아니란 얘기다.
‘허리띠’도 졸라매고 있다. 미 언론의 양대 산맥이라 할 와 도 최근 앞다퉈 구조조정안을 내놨다. 〈AFP통신〉은 3월27일 “의 모회사인 타임스사가 4월부터 연말까지 임직원의 임금을 5% 삭감하고, 100명을 정리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며 “ 역시 5년 이상 근속한 50살 이상 임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타임스사는 지난해 4분기에만 수익이 47%나 떨어졌고, 는 지난해에만 기자직군을 포함해 231명의 임직원을 희망퇴직시켰음에도 25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고 덧붙였다.
3월 말 퓨리서치센터가 펴낸 ‘2009년 뉴스미디어 현황 보고서’를 보면, 미 신문업계가 처한 암담한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미 신문업계는 약 4800만 명의 정기독자를 잃었다. 구독률은 주중판이 4.6%, 주말판이 4.8%가량 떨어졌다. 구독률 감소는 광고수입 급감으로 이어져, 2008년 한 해 미 신문업계의 광고수익은 전년 대비 16%(약 380억달러)나 폭락했다. 결과는? 고용불안이다. 보고서는 “지난 2001년에 활동했던 기자 5명 가운데 1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로 2009년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게 뻔하다는 점이다.
“커다란 슬픔을 안고 오늘 독자 여러분께 작별을 고한다. 이제 역사를 기록하던 우리의 시간은 다했다.” 지난 2월27일 미 콜로라도주 덴버를 대표하던 지역신문 가 마지막 호를 찍어냈다. 창간한 지 꼭 149년311일 만의 일이다. 신문은 폐간 인사를 대신해 21분48초 분량의 동영상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홈페이지에 올렸다. 소속 기자와 임직원 전원의 이름이 엔딩 타이틀이 돼 올라간 뒤 화면에 등장한 로라 프랭크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독자와 취재원들께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정말 죄송하다고.” 그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우리 시대 ‘올드 미디어’의 자화상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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