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 대표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흔히 ‘양회’(兩會)로 부른다. 3월3일 정협이 개막된 데 이어, 3월5일 전인대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잇따라 막을 올렸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살림살이가 나빠졌으니, 예년보다 회의 기간이 줄고 대표들이 묵는 숙소도 ‘4성급 이하 호텔’로 제한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다만 한 가지 눈에 띄는 건 대폭 강화된 베이징의 ‘보안’이다. 올림픽이란 ‘국가적 대사’를 앞두고 열린 지난해 양회 때를 연상시킨다. 이유가 있다.
‘양회’는 한 해 살이를 가늠하는 최대 정치행사다. 나라 곳곳에서 모여든 ‘인민의 대표’들이 지역의 목소리를 중앙에 전달하는 소통의 장이다. 이 때문에 평소 참고 있던 욕구가 역동적으로 분출된다. 특히 올 양회는 경제위기의 한가운데서 열린다. ‘도시의 그림자’로 살아온 2천만 명이 넘는 농민공(농촌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를 떠돌고 있는 터다. 톈안먼 민주화 시위도 올해로 20주년을 맞는다. 이래저래 만만찮은 시점이란 얘기다.
그리고 ‘티베트 문제’가 불거진 지 올해로 반세기다. 돌이켜보자. 1950년 10월 티베트를 침공한 중국은 이듬해 5월 17개 조항의 ‘평화·화해 방안’을 마련해 외교권을 앗아갔다. 이어 그해 9월 인민해방군이 라싸에 진주하면서 사실상 직접 지배에 들어갔다. 그러던 1959년 초 라싸를 비롯한 티베트 전역에서 일제히 반중시위가 격해지기 시작했다. 그해 3월10일 중국 당국은 라싸에서 시위대를 총칼로 진압했고, 같은 달 28일 티베트 정부 해체를 공식 발표했다. 갓 24살이 된 달라이 라마는 히말라야 넘어 인도 땅 한 귀퉁이에 망명정부를 세웠다. 꼭 50년 전의 일이다.
티베트 문제가 갖는 ‘민감성’은 지난해 올림픽을 앞두고 충분히 확인됐다. 티베트 망명정부(tibet.net)가 지난 2월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3월10일 시위가 시작된 이래 1년 남짓 동안 티베트인 219명이 숨지고 1294명이 다쳤다. 또 5600여 명이 체포·구금돼 있으며, 1천 명 이상이 실종됐다. 올해도 불안한 상황은 연초부터 이어져, 지난 2월25일엔 티베트 자치주 망그라 지역의 루창 사원 등지에서 승려들이 시위에 나서 공안당국과 충돌하기도 했다. 망명정부 쪽은 “중국 당국이 이미 지난 1월 중순부터 수도 라싸를 중심으로 병력을 증파하면서, 티베트는 사실상 계엄 상태를 방불케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라마불교의 몽환적 신비주의에, 차별과 억압이란 현실이 더해지면서 ‘티베트’는 서구인들에게 중국 인권 탄압의 상징으로 떠올라 있다. 중국으로선 ‘억울함’을 호소할 만도 하다. 몽골이 호령하던 원나라 시절(13세기)부터 티베트는 중국의 일부였다는 게 베이징 당국의 공식 견해다. 하지만 1903년 영국의 티베트 침공을 전후로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쇠잔해갔고, 1913년 청나라 패망과 함께 티베트는 독립을 선포하면서 중국과의 ‘연’을 끊어냈다. 그러니 중국에 ‘티베트’는 서구 열강에 무릎 꿇었던 오욕의 역사를 상징한다. 올림픽이란 ‘100년 만의 축제’를 앞두고 불거진 ‘티베트 사태’에 알레르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신장·위구르 등 분리·독립 움직임이 있는 여타 소수민족 자치주에서도 중국 당국의 티베트 정책을 눈여겨보고 있다. 이래저래 ‘집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3월2일 중국 당국이 이른바 ‘티베트 민주개혁 50주년’을 기념하는 백서를 발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중국 당국은 백서에서 “1959년 이전까지만 해도 봉건적 신정체제였던 티베트가 중국의 자치주로 거듭나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대폭 신장됐다”고 적었다. ‘발전상’을 담은 통계도 잔뜩 제시했다. 이를테면 1959년부터 2008년까지 티베트 자치주 인프라에 투자된 예산만도 2019억위안(약 46조원)에 이른다거나, 같은 기간 곡물 생산량도 18만여t에서 95만여t으로 급격히 늘었단다. ‘살 만해졌다’는 볼멘소리다.
볼멘소리 전에 차별 현실 본다면크게 틀린 주장은 아닐 터다. 다만 같은 기간 중국의 다른 지역을 살펴도 비슷한 지표를 얻을 수 있을 듯싶다. 무엇보다 전체 인구의 5%도 안 되는 한족을 포함한 외지인들이 정치·경제를 아우르고 있는 게 티베트의 현주소다. 강압적인 ‘중국화’ 전략으로 전통문화가 유린되고, 교육과 일자리의 기회도 극도로 제한돼 있다. 저항은 현실에 뿌리를 둔다. 차별의 현실이 바뀌기 전까지, 티베트에서 중국의 고민은 쉬이 끝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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