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국 재정착’ 프로젝트 하루노 나카시바 유엔난민기구 난민보호관 인터뷰
▣ 은가라(탄자니아)=글·사진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난민 생활을 끝없이 이어갈 순 없다. 난민살이가 길어지는 건 난민에게도, 난민 수용국에게도 고통일 수밖에 없다. 언젠가는 마침표를 찍고, 새 삶을 시작해야 한다. 머물던 땅에선 떠나야 하지만 떠나온 땅으론 돌아갈 수 없을 때, 선택은 하나로 모아진다. 제3국 재정착이 그것이다. 지난 한 해 제3국에 재정착 대상으로 선정된 지구촌 난민은 모두 5만3천 명이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지난해 말 이전까지 실제 제3국으로 출국한 이들은 2만9200명에 불과하다. 난민을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을 했던 난민 수용국 정부가 자국 안보를 이유로 걸핏하면 ‘변심’을 하는 탓이다. 지난 5월22일 오후 루콜레 난민캠프 사무실에서 만난 하루노 나카시바(34) 유엔난민기구 탄자니아 사무소 난민보호관은 “제3국 재정착은 중요한 난민 보호 수단이자, 난민 문제의 장기적 해법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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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국 재정착을 원하는 난민들이 많다. 특별한 선별기준이 있나?
=크게 다섯 가지 원칙이 있다. 먼저 법적·신체적 보호가 필요한 때다. 이 경우 난민들이 느끼는 위협은 직접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한다. 극심한 폭력이나 고문을 당한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도 우선순위를 둔다. 이런 부류의 난민은 대체로 심각한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DS)에 허덕이기 마련이다. 역시 재정착 우선 대상이다. 위험에 처한 여성들도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 난민캠프 자체가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게는 대단히 위험한 환경이다. 모든 공동체가 붕괴되고, 여성들을 보호해줄 만한 어떤 장치도 없다. 특히 가족 구성원 가운데 남성 조력자가 없는 여성 등은 우선적으로 재정착 대상이 된다. 질병이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 만큼 위중하거나, 난민 수용국에선 치료가 불가능한 질병인 경우도 의학적 필요에 따른 재정착 우선 대상이다. 마지막으로 난민 수용국이 장기간 자국에 머물러온 난민들을 통합시키려는 노력이 없는 경우가 있다. 본국 귀환도 어려운 상황에서 통합 노력이 없는 경우, 재정착 외에 다른 길이 없다
가족 중 일부만 재정착 대상이 돼 ‘이산가족’이 생기는 경우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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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제3국에 가족 중 일부가 재정착한 경우는 헤어진 가족의 상봉을 위해 남겨진 가족에게도 재정착 우선순위를 준다. 이 밖에도 수십 년째 난민 생활을 한 이들도 우선 재정착 대상으로 분류한다. 재정착과 관련해선 최근까지만 해도 제도적 기준이 미비했다. 지난 2004년 난민고등판무관이 직접 나서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적 대책 마련을 국제사회에 촉구했고, 그 과정에서 재정착 대상자 선별기준도 마련됐다. 난민 보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는 더욱 강력해져야 한다.
재정착 대상자 규모는 어떻게 결정되나?
=매년 6월이면 (유엔난민기구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사국 회의가 열린다. 그 자리에서 각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난민 규모를 내놓고 할당 인원을 결정한다. 올해 루콜레 캠프에 할당된 재정착 대상 인원은 모두 250명이다. 이 가운데 5월22일 현재까지 모두 139명에 대해 제3국행이 결정됐고, 일부는 이미 출발했다. 대상국은 오스트레일리아와 미국, 캐나다 3개국이다.
재정착 대상자 결정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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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요원들이 난민들을 직접 만나는 과정에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재정착 담당자에게 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난민들의 직접 지원을 받기도 한다. 재정착은 난민 보호를 위한 효과적이고 중요한 수단이다. 물론 최종 결정은 난민 스스로 내리게 된다.
대상자 선정에서 난민기구 일은 끝
재정착 대상자로 결정된 이후엔 어떻게 되나?
=난민기구의 역할은 대상자 선정에서 사실상 마무리된다. 이어 재정착국에서 최종 결정을 내려 명단을 통보해오면, 캠프에서 이들의 출발 준비를 돕게 된다. 일단 캠프를 벗어나면 국제이주기구(IOM)를 통해 이틀에서 닷새 정도 재정착 대상국의 사회와 문화에 대한 기초 교육을 받게 된다. 이어 이주기구가 마련한 교통편을 이용해 재정착국으로 이동하는데, 재정착국 정부는 통상 일정한 기간 동안 언어를 비롯한 소양교육과 직업교육 등을 한다. 캐나다 등 일부 국가는 초기 정착에 필요한 자금과 주택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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