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교환시기 임박해 대규모 제작·수송작전 벌어져… 올해 말에는 스포츠 경기까지 금지

최근 베를린에서는 장갑차량의 엄중한 호위를 받으며 어디론가 향하는 대형트럭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다름 아닌 화폐교환을 9개월 남짓 남겨둔 유럽단일통화 ‘유로’(Euro)의 수송차량들이다. 인류 역사상 최대규모의 화폐교환을 앞두고 12개국의 유로화 가입국들은 유로화의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펠탑 10배 무게의 수송량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ZB)의 지휘 아래 진행되고 있는 유로화의 제작 및 수송작업은 가히 매머드급이라 할 만하다. 유럽중앙은행은 유로의 초기 유통을 위해 올 연말까지 모두 500억개의 동전과 145억장의 지폐 생산을 각국에 주문해 놓은 상태다. 독일도 바야흐로 53년간의 도이치마르크 시대를 마감하며 도입될 ‘유로’를 위해 현재 약 155억개 가량의 동전과 25억장에 이르는 지폐를 생산, 수송 중에 있다. 그 무게는 7만1500t에 이르며, 이를 화물기차에 적재할 경우 그 길이는 45km에 달한다. 만약 독일에서 생산되는 지폐를 한장씩 쌓아올리면 450km 높이의 종이탑을 만들 수도 있다.
여기에 지금까지 사용되었던 마르크의 환수, 파기작업까지 고려한다면, 그 규모는 한층 배가된다. 독일연방은행은 현재 유통되고 있는 480억개의 마르크 동전과 지폐 중 시민들이 ‘기념품’으로 간직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약 280억개 정도만이 수거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독일에서만도 유로 도입과 관련한 화폐수송량은 총 10만t에 이르며, 이는 정확히 에펠탑의 10배 무게이다.
유로화의 공식 교환기간은 2002년 1월과 2월, 단 두달밖에 되지 않는다. 그 이후 교환을 위해서는 각 주(州) 중앙은행까지 찾아가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신속한 교환을 통해 혹시 모를 유럽인들의 자국 화폐에 대한 ‘향수’와 ‘애착’을 말끔히 털어 버리겠다는 것이 연방은행의 생각이다. 여기에는 도입과정에서 발생한 혼란과 사고를 최소화해 단기간 내에 유로의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유로화 가입 12개국에서는 행정력과 경찰력의 업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2001년 12월 중순부터 2002년 1월까지의 크고 작은 문화행사나 스포츠 경기를 전면 금지했다. 독일의 경우, 현재 유로가 수송·보관되고 있는 각 주(州)의 중앙은행 금고가 수용능력을 초과하게 될 올 4월 이후를 대비하여 고육지책으로 독일 연방군의 벙커 이용을 결정하였다. 또한 각 민간은행에서 기업이나 상점으로 유로 운반을 담당할 민간 수송업체들도 이미 2200여대의 특별수송차량의 예약을 마친 상태이다. 이 수송작업에는 독일 연방군의 참여도 논의되고 있다. 도입초기의 자그마한 혼란도 유로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연말연시 연장근무 ‘달래기 작전’
민간은행에서도 벌써부터 연말연시 연장근무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은행쪽에서는 오는 12월17일부터 다음해 1월25일까지 휴가없이 하루 12시간씩의 비상근무를 요청했다. 노조는 물론 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은행쪽은 예외상황임을 설득하면서 특별수당은 물론 각종 경품을 내걸고 이들을 설득하고 있다. 한 은행의 경우, ‘Fit for Euro’라는 슬로건 아래 연장근무에 참여하는 직원들에게 2달간의 헬스클럽 이용권을 제공할 방침이다.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 초부터 연방중앙은행은 모든 가정의 돼지저금통의 동전을 현찰로 바꾸거나 은행에 예치하도록 적극 홍보하고 있다. 연방은행은 각 가정의 돼지저금통에 담긴 동전의 규모가 60억에서 100억마르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사상 최대의 화폐교환 작업에 필요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독일에서만 68억마르크가 예상되고 있는데, 벌써부터 각 은행들은 이 비용을 연방정부에 떠넘기기 위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 법에 의해 각 시민들에게는 교환요금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비용을 각 국책중앙은행과 민간은행들이 떠안아야만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스 아이헬 연방재무장관은 이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다. 현재 전반적인 유로의 가치하락이 불러일으킨 새로운 화폐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씻기 위해 재무부가 지출하는 유로 홍보 비용만으로도 연방정부의 분담금은 빠듯하다는 것이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 국민 4분의 1 이상이 유로 도입이 연기되어야 한다며 유로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는 형편이다.
베를린=강정수 통신원 jskang@web.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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