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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미사일로 사형집행?

등록 2006-05-12 00:00 수정 2020-05-03 04:24

1960년대 이후 그 어떤 검사도 사형 구형한 적 없지만 ‘표적살해’난무… 팔레스타인 법원은 사형선고에 적극적… 범위 지나치게 넓어 국제법과 충돌

▣ 다우드 쿠탑(Daoud Kuttab)/ 알쿠드스 교육방송국장

사형제도에 관한 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식 입장과 현실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스라엘 법률 체계에서는 사형을 허락하지 않지만 이스라엘은 1960년대 초반 나치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을 처형하기도 했다. 그 이후 어떤 이스라엘 검사도 사형을 구형하지 않았기에 사형수 역시 없었다. 이스라엘 당국은 자살폭탄 공격이 급증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형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순교자로 만들 것이며, 자살폭탄 공격 당사자들 역시 그들이 잡힐 경우 처형된다는 생각에 더욱 과감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암살 면허, 그 무제한의 권리!

반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사형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법정에서는 사형 판결이 내려지지만 대부분 판결이 집행되지 않는다. 상당수 사형수들은 감옥에서 탈출하거나 그 안에서 살해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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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인 사형제도는 없지만 이스라엘 당국은 자체적으로 사실상 사형을 집행해왔다. 그들은 때로는 가면을 쓰고, 때로는 백주대로에서 분명한 목적을 갖고 수백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살해해왔다. 그리고 그것을 ‘표적 살해’라고 말해왔다.

이스라엘은 이 정책이 반테러전의 일환이자 정당방위에 의거한 것이라고 합리화한다. 그러나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이런 살해를 ‘불법’이라고 규정했으며 테르예 로에드 라르센 유엔 중동특사는 일관되게 강력한 반대의 뜻을 전해왔다. 로에드 라르센은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분명히 평화와 안보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어떤 나라도 이런 초법적인 조치를 취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베르트랑 람차란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살육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그 역시 “이스라엘은 자신을 보호할 권리가 있지만 이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표적 살해는 방법상으로도 법에 어긋나고 균형 잡힌 정책이 아닐 뿐 아니라 향후 평화 프로세스 추진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람들의 인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테러 용의자 암살 정책은 에후드 바라크 총리 시절 시작해 오늘까지 이어졌고, 이스라엘 정계와 군의 고위 관계자들의 지지도 공개적이다. 2001년 7월4일 이스라엘의 안보내각은 무장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받는 이를 암살할 수 있는 사실상 무제한의 권리를 군에 부여했다. 초법적 처형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은 것이다. 애초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이 정책이 ‘암살을 모의하거나 폭탄을 장치하려는 이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정당화했지만 이 내각 회의는 그들이 점찍은 이는 누구나 즉결 처분할 수 있게 했다.

이 정책에 의거해 이스라엘은 2000년 10월부터 2003년 4월까지 어린이와 여성, 무고한 행인 80여 명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사람 230명을 사살했다. 부상당한 이도 300명이 넘는다 2003년 6월10~14일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상공에서 무장 헬리콥터 공격을 감행해 팔레스타인 사람 27명을 살해하고 수십 명을 다치게 했다. 모두 초법적인 행위였다. 그들은 공격을 통해 하마스 고위 정치간부인 압델 아지즈 란티시 박사를 제거하려 했다. 란티시 박사는 살아남았으나 4명이 죽고 35명이 다쳤으며 근처 아파트 28곳이 파괴됐다. 2003년 6월12일 이스라엘군 헬기는 야세르 타하의 차량에 미사일 공격을 강행했다. 그와 부인과 어린 딸은 모두 즉사했다. 그 공격에서 민간인 5명이 죽고 36명이 부상당했는데 이 가운데 10명이 어린이였다. 1년 뒤 아메드 야신이 인근 모스크에서 새벽 기도에 참석하고 돌아오던 중 암살됐다. 한 달 뒤 란티시도 암살됐다. 이스라엘은 암살 혐의자들을 체포하고 법정에 세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팔레스타인 장악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라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해당 지역에서 이스라엘이 범인을 체포한 선례도 있다.

자치정부 대통령만이 판결 뒤집을 수 있어

한편 팔레스타인 당국 역시 사형제를 여론의 압력을 무마하고자 종종 사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나 사형을 선고받은 74명 가운데 13명만 실제로 총살형에 처해졌다. 몇몇 사형수의 현재 상황은 다음과 같다.

· 2명 징역으로 감형

· 8명 팔레스타인 감옥에서 살해

· 11명 석방 혹은 탈출

· 2명 실종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법령은 사형을 허용하고 법원 역시 사형을 선고하는 데 적극적이다. 서안지구에 적용되는 형법은 17개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 한해 사형 선고를 허용하는 반면, 가자지구에서는 15개 범죄만이 사형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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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사형제는 팔레스타인 해방기구가 1979년 제정한 혁명 형법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형법에 따르면 사형에 해당되는 죄목은 49종에 이르며 판결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운영하는 군사법정과 국가안보 법정 등 특별한 법원에서만 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 사형수 대부분은 이 특별법원에서 판결을 받았다.

법학자들과 인권운동가들은 팔레스타인 법체계 아래의 사형제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국제법과 충돌한다고 본다.

1) 사형이 선고되는 범죄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가장 극악무도한 범죄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충족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2) 특별법원에서의 재판은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지 않고 진행되는 사실상의 ‘간이법정’인 경우가 많다. 특히 피고인들이 제대로 자신을 변호할 기회가 없다.

3) 팔레스타인 법원제도는 피고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나 상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대통령만이 판결을 뒤집을 수 있다.

“팔레스타인 국가안보법원을 해산하라”

특히 유의할 점은 사형 판결이 대부분 1995년 세워진 국가안보법원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인권단체들은 공정한 재판의 기본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는 이 법원이 해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곳에서는 정보 관련 요원들이 판사 역할을 하고, 재판 과정이 극도로 간결하며 피고자가 제대로 변론을 펼치거나 항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 팔레스타인 민간단체들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입법의회가 공식으로 사형제를 폐지하고 팔레스타인 행정부가 사형수들을 징역으로 감형할 것을 촉구해왔다. 대부분의 사형 판결은 팔레스타인 국가안보법원이 내린 만큼, 단체들은 민간 법정에서 이 사건들이 재심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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