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의 라즈가트 방문 전 실시한 무리한 수색에 인도인들 흥분
▣ 델리= 우명주 전문위원 <ahref>greeni@hotmail.com
“인도는 그를 환영하지 않는다!”
이달 초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인도 방문에 항의하기 위해 결성된 위원회가 공동성명에서 쓴 말이다. 국립대학교 교수들의 방에도 “Keep Bush Out”이라고 적힌 스티커가 나붙었다. 거리 곳곳에도 “살인자 부시는 돌아가라!”는 내용의 포스터가 즐비하다.
학생들과 교수들은 가두시위를 벌였고, 반부시 시위가 종교 폭동으로 번져 애꿎은 사람들이 숨지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의 방문에 항의하기 위해 파업을 결의한 무슬림들이 힌두인들에게 강제로 상점 문을 닫게 하는 과정에서 폭동이 벌어져 4명이 숨진 것이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부시 대통령과의 핵 협정이 이라크 등지에서 미국의 행동들을 승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무슬림들을 달래기 위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 와중에서 가장 큰 말썽이 인 것은 부시 대통령의 경호용 탐지견들이었다. 부시 대통령의 사흘간 인도 방문 일정 속에는 ‘인도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하트마 간디가 화장된 곳인 ‘라즈가트’ 참배가 들어 있었다. 보안을 위해 미국에서 데려온 탐지견들이 그곳을 수색하는 장면이 신문에 실리자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다. 미국인 경호원과 탐지견은 인도의 국민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간디가 화장된 지점에 세워진 검은 대리석 기단까지 접근해 수색했다.
국회에서 한 의원은 사진이 실린 신문을 흔들며 정부가 국가의 위신을 실추했으며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그 사건이 전 국가에 수치를 안겼으며 국부의 기억에 불명예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개를 라즈가트에 끌고 온 미국 대통령과 경호원들에게 무조건적인 사과를 요구할 것을 인도 정부에 요구한다”고 말했다. 마하트마 간디의 증손자인 투샤르 간디는 그 사건을 ‘국가적 수치’라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또 라즈가트의 유지·관리를 책임지는 ‘간디 사미티’ 의원들은 두 차례의 탐지견 수색에 강하게 반발해 부시 대통령의 방문 직전에 또 한 번 하려 했던 탐지견의 수색을 거부했다.
부시 대통령의 탐지견들이 ‘신성한 곳’을 더럽힌 것을 견딜 수 없던 힌두 사제들은 급기야 정화의식을 거행했다. 이를 위해 특별히 바라나시의 신성한 갠지스 강물까지 가지고 왔다.
그러나 한 정부 고위관리가 언론에 밝힌 바에 따르면, 이런 정도의 수색은 전 인도 총리 라지브 간디의 암살 이후 고위층 인사의 라즈가트 방문 때마다 있어왔다고 한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문 때도 탐지견이 라즈가트를 수색했다는 것이다. 이 고위관리는 또 간디의 추모일과 생일에 대통령과 총리를 비롯한 고위관리가 라즈가트를 방문함에 따라 1년에 두 차례 탐지견들의 수색이 있다고 말했다. ‘간디 사미티’ 쪽도 개가 그렇게 ‘가까이’ 접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는 탐지견이 처음으로 대리석 제단까지 접근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라즈가트는 인도를 방문하는 해외 정상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적지다. 아버지 부시 또한 그곳을 방문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심은 망고나무에 물을 주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하기에 앞서 미국의 한 평화단체는 그의 라즈가트 참배를 비난했다. 부시 대통령은 비폭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곳을 방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단체의 주장이었다. 어쩌면 힌두 사제들의 정화의식 또한 라즈가트에 가까이 접근한 탐지견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들은 ‘폭력의 상징’인 사람이 ‘비폭력의 상징’인 사람을 위한 제단을 더럽힌 것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ah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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