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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으로본세계] 프랑스 <신체 이식 어디까지>

등록 2006-03-18 00:00 수정 2020-05-03 04:24

파리= 이선주 전문위원 nowar@tiscali.fr

의료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나란히 발전해온 분야 가운데 하나가 장기이식 수술이다. 1869년 프랑스에서 이뤄진 피부이식 수술에서 그 기원을 찾는 인간의 신체기관 이식 수술의 역사는 나날이 발전을 거듭했다. 20세기에 신장, 간, 심장, 손 등의 이식 수술을 거쳐 2005년 드디어 얼굴 이식 수술을 하는 데 성공했다. 2005년 11월27일 프랑스에서 얼굴 조직의 이식 수술(38살 여성)이 성공리에 이뤄졌다.
그동안 얼굴의 부분적인 성형 수술은 있어왔지만, 사망한 사람의 얼굴 기관을 산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은 세계 처음이었다. 그것도 코, 입, 턱을 포함하는 얼굴의 절반에 해당하는 부위를 이식했다. 22시간30분이나 걸린 대수술이었다. 세계 최초라는 점 때문에 당시 언론보도가 잇따랐는데, 수술의 성공 여부는 물론 의료 실행의 명분과 환자의 심리적 문제 등 수술을 전후로 생겨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외면으로 드러나지 않는 장기이식과는 달리 신체의 외부기관을 이식하는 수술은 특히 환자의 심리적인 적응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 얼굴 수술에선 환자에게 이식된 ‘그 코, 그 입, 그 턱’이 환자의 입에서 ‘내 코, 내 입, 내 턱’으로 불려야 적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 복제가 운운되면서 의료와 생명윤리 문제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관점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법적 내용은 나라마다 다른데, 최신 과학을 다루는 만큼 아예 법을 갖추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프랑스만 해도 생명윤리에 대한 구체적인 심의를 한 새 법이 2004년에야 만들어졌다. 이식 수술과 관련해서는 기관 기증·이식 문화나 기관 수요·공급에 따른 법적인 내용들이 있겠다. 프랑스의 경우, 산 사람의 신체 기증은 불법이며, 매년 1만1천여 명의 이식 수술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있는 반면, 공급은 100만 명당 20.9명꼴이다. 2004년에 다양한 종류의 장기이식 수술을 받은 사람은 모두 3945명을 헤아린다.
‘사랑을 기억하는 심장’은 심장이식 수술이 이뤄지면서 나오게 된 연속극이나 영화가 흔히 다뤄온 소재다. 이식받은 심장의 주인, 즉 이미 숨진 사람의 사랑에 대한 기억이 그 심장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내용이다. 과학성에 기반했다기보다는 ‘심장은 곧 사랑’이라는 일반적인 관념에서 만들어졌다. 이제 숨진 사람의 얼굴을 부분적으로 이식하는 게 가능해졌으니, 얼굴 전체를 이식하는 것도 머지않았을까? 그래서 아끼는 사람의 얼굴을 이식 수술하는 얘기가 드라마에 등장할까? 어쩐지 멜로물이라기보다는 사이코·공포 드라마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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