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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으로 본 세계_독일] 기부율 1위

등록 2006-02-17 00:00 수정 2020-05-03 04:24

▣ 베를린=강정수 전문위원 jskang@zedat.fu-berlin.de

독일의 높은 저축률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독일 하면 많은 이들이 으레 근검절약 정신을 떠올린다. ‘성냥불 하나도 여러 사람이 모여서 켠다’는 독일인의 ‘짠돌이 짠순이’ 이미지는 1960년대 ‘라인강의 기적’이라는 명칭을 얻었던 당시 서독 경제 부흥 시기에 형성됐다. 2차 대전 이후 참혹한 전쟁의 잿더미에서 죽기 살기로 일하고 아끼며 살았던 서독 노동자들의 생활상과 높은 가계 저축률을 통해 산업투자를 이끌어내려던 서독 정부의 노력과 홍보가 어우러진 합작품이라 할 것이다. 이후 1970년대 초까지 완전고용에 가까운 경기 호황이 이어지며 독일인들의 씀씀이도 넉넉해졌다. ‘수출왕국’이라는 명성 못지않게 내수 소비시장이 급성장했고, 휴가철이 되면 줄줄이 비행기에 몸을 싣고 여행을 떠나게 됐다. 한편 이러한 소비와 여가의 증대만큼 넉넉하게 늘어난 것이 있으니 바로 독일인들의 사회봉사 활동과 자선 기부문화다.
2004년 통계에 따르면 독일인 중 정기적으로 공익 사회단체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무려 2200만 명에 이른다. 8천만 명 가량인 독일 인구를 감안할 때, 적어도 네 명 중 한 명은 정기적인 공익 사회단체 활동에 참여한다는 이야기다. 이 중 자선단체 활동이 약 13%, 환경단체 활동이 10%를 차지하고, 그 밖에 시민소방제도, 동물보호협회, 교도소 자원봉사, 각종 상담전화 등 활동 영역도 두터운 참여 인구층 못지않게 다양하다.
독일인들의 자선 기부문화와 그 규모 또한 기록적이다. 1년에 5회 이상 자선 기부금을 내는 가구의 비율이 약 50%에 다다른다. 2004년 한 해 독일 민간 자선 기부금의 총액은 약 50억 유로(약 5조6천억원)이며, 이 중 빈민, 사회 약자, 구호단체 후원금이 10억 유로에 이른다. 특히 유년 시절 전쟁을 겪고, 젊은 시절 라인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 부흥기를 지나 현재는 연금을 받아 생활하는 독일 노년층이 사회 봉사와 자선 기부금 문화를 이끌고 있다. 평생 저축한 돈을 양로원비를 제외하고 사회단체에 기부한 후 양로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독일 노인들의 모습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기부에 넉넉한 독일인의 모습은 2004년 12월 인도양 쓰나미 참사 이후 기부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당시 독일인들은 참사 이후 한 달 만에 민간 기부금으로 약 3억5천 유로(약 4천억원)를 모금했고, 이는 부시 행정부가 뒤늦게 정부 지원금 확대 등을 통해 내놓은 미국 정부의 지원금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규모다. 이러한 민간 기부금에 독일 정부 지원금 5억 유로를 더해 독일은 쓰나미 참사 최대 지원국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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