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이탈리아는 관광으로 먹고사는 도시다. 외국 관광객만을 위한 특화된 ‘직업’도 있다. 유럽 관광지에서 거의 사라진 관광객 상대 소매치기가, 로마의 트레비 호수, 스페인 계단 등 북적대는 곳에서는 아직도 경계 대상이다. 나라 전체가 박물관이라는 이탈리아에서의 관광은 ‘유적지’ 구경만이 아니다. 관광지 주변으로는 명품숍들이 늘어서 있다. 프라다, 구치, 돌체 앤 가바나, 아르마니, 베르사체, 페라가모, 펜디, 불가리, 미소니, 발리, 발렌티노, 훌라, 테스토니 등 ‘명품’ 브랜드의 80%가 이탈리아산이다(명품은 이탈리아어로 ‘prodotti di lusso’, 사치품이다). 이탈리아의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나라보다 1만달러 이상이 많은 2만6800달러. 그중 상당 부분을 명품산업이 차지한다.
이탈리아의 명품은 소박하게 지방의 공방에서 시작됐다. 피혁공장은 볼로냐 식으로 지역에 클러스터를 형성하며 모여 있다. 지금도 이탈리아는 50인 이하의 기업 비중이 97%를 차지한다. 이런 각종 공방이 180만여 개가 있다. 소수의 장인에 의해 생산되기 때문에 희소성이 있고 그래서 명품이 되는 것이 기본적인 ‘법칙’이다. 1차 세계대전 전후로 지금은 유명한 명품 브랜드가 ‘이름값’을 얻기 시작했다. 1951년은 명품으로 도약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바티스타 조르지니가 피렌체 자택에서 미국 수입업자들을 위해 패션쇼를 연 것이다. 황금기를 누리던 미국 영화는 이탈리아 패션으로 ‘화면발’을 세웠다.
하지만 희소성 때문에 명품이 되던 시대는 가고 있다. 이름값이 높아지면서 원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생산되는 양도 점점 많아진다. 최근에는 소위 명품기업들이 동유럽과 북아프리카, 중국, 터키 등에 공장을 세워 상품을 생산하기도 한다. 발렌티노는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남성용 정장을, 구치는 스니커즈를 세르비아 공장에서, 토드는 스니커즈를 헝가리에서, 프라다는 일부 구두 제품을 슬로베니아에서, 가방 제품 일부를 터키에서 재봉하고 있다. ‘Made in Italy’가 찍히지 않은 이탈리아산 명품인 셈이다. ‘상품보다 품위’를 위해 명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이런 제품에 손이 가지 않나보다. 돌체 앤 가바나는 중국제 스웨터에 대한 호응도가 낮아 생산을 중단했다. 이를 해결하는 묘책도 갖가지다. 프라다 그룹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메이드 바이 프라다’로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발렌티노는 이집트에서 생산된 제품들의 경우 유럽의 매장에 보낼 때 ‘메이드 인 이집트’란 원산지 표시를 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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