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찌민=하재홍 전문위원 vnroute@lycos.co.kr
베트남 노천 카페에 딱 1분만 앉아 있으면, 한국에서 평생 볼 수 있는 오토바이 수보다 훨씬 더 많이 오토바이를 볼 수 있다. 출퇴근 시간에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약 200여m가량 늘어서는 오토바이의 대열. 마치 출발선에 대기 중인 오토바이 경주대회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거대한 시위 물결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인구 대비 오토바이 보유 수가 세계 최고인 베트남. 인구 8200만명에 오토바이가 1300만대로 여섯명 중 한명이 오토바이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다른 차량을 모두 합한 수의 13배, 컴퓨터 보유 수의 6배, 휴대전화 보유 수의 2배 반에 달한다. 베트남의 성인 남녀들이 현대 문명의 필수품인 컴퓨터나 휴대전화 없이는 살 수 있지만, 오토바이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얘기다.
베트남에 오토바이가 처음 등장한 건 베트남 전쟁 당시였다. 미국의 달러로 흥청거리던 사이공에 일본산 혼다가 부자의 상징으로 거리를 내달리기 시작했다. 오토바이 시장에서 일본산 혼다가 30여년간 독점권을 갖고 있었기에, 그 영향으로 베트남 사람들은 고유명사인 ‘오토바이’를 아예 ‘혼다’로 대체해서 부른다. 베트남의 1인당 국민소득은 600달러가 채 안 되는데, 혼다 오토바이는 보통 대당 2천~3천달러 수준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가정에서 오토바이를 구입하려면 온 가족이 매달려 몇년간 돈을 모아야만 가능하다.
그렇게 꿈만 같은 오토바이 구입의 소망은 최근 몇년 사이에 아주 짧게 단축됐다. 베트남의 경제 수준도 향상됐고, 혼다 독점권 해제와 더불어 300~400달러대의 중국산 오토바이가 베트남 오토바이 시장에 대거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도로상의 자전거는 오토바이로 빠르게 대체됐다. 그리고 베트남 운송수단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세발 인력거 ‘시클로’는 교통 정체의 주범으로 찍혀서, 시내 주요 도로의 진입이 아예 금지됐다.
베트남 도로의 주인공은 오토바이다. 오토바이는 어떤 도로든 마음대로 달릴 수 있지만, 화물차는 물론이요 버스나 택시조차도 도로를 우회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시클로는 이제 더 이상 도로에서 엑스트라 취급도 받지 못한다.
오토바이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의 집에서 원하는 목적지까지 가장 빨리 도착할 수 있으면서 비용도 가장 적게 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랑하는 데도 싸움 이후의 화해에도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오토바이다. 해가 저물면, 부부와 연인들은 오토바이로 시내 드라이브를 하다가 한적한 공원이나 강변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데이트를 즐긴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는 그 주인의 일상사와 꿈과 계획과 추억과 함께한다. 마치 하나의 분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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