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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과는 함께 못 산다”

등록 2005-08-24 00:00 수정 2020-05-02 04:24

합리적 유대인 출신의 로만 브론프만 이스라엘 메레츠당 의원의 소신
정착촌 건설은 큰 실책… 분리장벽을 국경선 삼아 완전히 갈라져야

▣ 예루살렘=글·사진 하영식 전문위원 youngsig@teledomenet.gr

브론프만 의원(메레츠당)은 옛 소련 출신의 유대인으로 이스라엘로 이민 온 뒤 히브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부분의 소련 출신 유대인이 극우파의 길을 걷고 있는 것과 달리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해 노력해 젊은 층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제2차 인티파다가 끝나고 겉으로는 많이 잠잠해진 것 같다. 그러나 인티파다 기간 중 양쪽이 많은 상처를 입었다. 아라파트가 죽은 뒤 그에 대한 많은 평가가 있었지만 의원은 평화운동의 관점에서 아라파트를 어떻게 평가하나.

점령은 암과 같다. 폭력은 점령에서 온다. 대다수 이스라엘인들은 오슬로협정을 통해 보여준 것처럼 점령에 반대해왔다. 라빈 총리도 오슬로협정을 통해 점령지를 돌려주길 원했다. 바라크 총리는 아라파트와 협상할 때 점령지를 다시 돌려주길 원했다. 하지만 아라파트는 난민과 예루살렘 문제를 연계시키면서 바라크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것은 아라파트의 큰 실수였다. 아라파트는 바라크를 전혀 신뢰하지 않았다. 그 뒤 샤론 총리 체제가 들어서면서 단지 군사력으로만 밀어붙여왔다.

샤론 지지 안하지만 가자 철수안은 지지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장벽이 건설되고 있다. 이 문제로 인해 양쪽에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샤론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되면서 장벽이 본격적으로 건설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전술적인 변화인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분리하는 방어용 장벽으로 건설됐다. 어쨌든 나는 이것에 찬성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함께 살 수 없을 바에야 어떤 형식으로든 국경선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장벽이 서안지역 내에 세워지고 있기 때문에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장벽은 세워져야 하지만 1967년 당시의 국경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에게 자유를 줄 수 있다.

지금 ‘가자 철수’로 이스라엘 전체가 매우 시끄럽다. 논쟁이 아니라 충돌로 가는 양상이다. ‘가자 철수’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우리는 점령에 반대하고 점령지에서 철수하길 원한다. 이제 아라파트는 죽었고 아바스가 그 뒤를 이었다. 우리와 팔레스타인쪽은 현재 직접적인 대화를 전혀 하지 않고 미국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접촉하고 있다. 가자 철수는 우파와 좌파 모두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게 언제냐는 차이가 있다. 우파는 천천히 철수하길 원하고 좌파는 가능하면 빨리 그곳에서 나오길 원한다. 개인적으로 샤론을 지지하지 않지만 샤론의 가자 철수안은 지지한다. 가자뿐만 아니라 모든 점령지에서 군과 정착촌이 철수해야 한다. 그래야만 평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두 민족, 두 국가로 완전히 갈라져야 한다.

가자 철수안은 의회에서도 많은 충돌이 있었다고 들었다. 나라 전체로 충돌이 번질 조짐이 보이는데 어떻게 예견하나.

가자지구에 정착촌을 건설한 것은 국가적으로 큰 실책이었다. 당연히 정착촌을 모두 제거해야 한다. 이 문제로 의회에서 투표를 했는데 120명의 의원 중 110명이 투표에 참가해 70명이 찬성하고 40명이 반대했다. 대다수가 가자 철수안에 찬성했다. 반대하는 소수파(우파)는 현실을 받아들이든지 아니면 이 나라를 떠나든지 해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대다수 평화활동가들의 목표는 팔레스타인과의 분리보다는 함께 평화롭게 사는 것 같았다. 이에 대한 의원의 의견은.

한마디로 팔레스타인과 함께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함께 살기 위해서도 먼저 분리가 선행돼야 한다. 물론 현실적인 분리도 엄청나게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물이나 전기, 도로망 같은 것들은 현실적으로 분리하기가 어렵다. 어쨌든 이런 현실적인 문제도 차츰 시간을 두고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중동의 홍콩’거듭나야 할 이스라엘

시리아나 레바논과의 대치는 어떻게 풀 수 있을까.

문제가 되고 있는 골란 고원만 반환한다면 시리아와는 문제가 풀릴 수 있다. 그 뒤 레바논이나 시리아와 국경을 개방해 자유왕래의 길이 열릴 날도 올 것이다.

이스라엘의 미래는 어떨까.

이스라엘은 유럽이 아닌 중동에 위치해 있고 거대한 아랍국가들에 둘러싸여 있다. 어쨌든 이스라엘은 중동에 속해야만 하고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발전의 모티브로 볼 때는 엄청난 잠재성이 있다. 나는 이스라엘을 중동의 홍콩으로 본다. 현대화된 과학기술과 서비스를 중동지역에서 특화한 국가로 이스라엘의 미래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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