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헨트=양철준 전문위원 yang.chuljoon@wanadoo.fr
지난 1986년 케냐에서는 한 변호사의 죽음을 둘러싸고 격렬한 사회적 논쟁이 촉발된 적이 있었다. 루오족 오티에노 변호사는 키쿠유족 왐부이 와이야키와 케냐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1963년에 결혼했다. 당시에는 다른 부족 출신 사람들과 결혼하는 일이 흔치 않았다. 변호사로서 명성을 떨치며 안정된 삶을 향유하던 오티에노가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자신의 전통 장례방식을 고집하는 루오족과 키쿠유족 사이에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이 싸움은 결국 법정싸움으로 비화했다. 법정싸움은 진전 없이 길게 이어졌다. 공판이 있을 때마다 수천명의 루오족 청년들이 법원 앞에 운집했고 시위 진압 병력이 배치됐으며 정치인들은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무책임한 말들을 쏟아냈다. 결국 법정공방은 루오족 친척들의 승리로 끝났다. 오티에노는 죽은 지 154일 만에 장례식이 치러졌다. 그러나 그의 부인은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동아프리카 빅토리아호 연안의 냔자 지방에 주로 거주하는 루오족 사회와 케냐 서부지역에 사는 루햐족 사회에는 이른바 ‘취수제’와 ‘성적 정화 의례’가 남아 있다. 취수제는 죽은 남자의 부인을 그의 형제나 친척이 부인으로 다시 맞아들이는 풍습이고, 성적 정화의례란 남편을 잃은 여인은 악령에 오염됐기 때문에 이를 정화하기 위해 사회적 낙오자로 인정되는 남성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게 하는 의식이다. 루오족 언어인 도루오어로 ‘테르’인 농촌지역에서는 아직도 온존하고 있다. 이들은 취수제가 남편의 죽음으로 초래된 경제적 어려움과 상실감을 극복해주고 공동체의 존립기반을 강화해주는 긍정적 기능을 한다고 이 제도를 정당화하고 있다. 부족민들 사이에는 취수제를 거부하면 사고, 질병, 재난 등에 끊임없이 노출된다는 미신이 강하게 남아 있다. 금기를 어기면 죽을 때까지 질병의 고통에서 신음하는 이른바 ‘저주’(chira)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취수제가 에이즈 감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루오족은 케냐에서도 에이즈 감염률이 가장 높아 평균수명이 19세기 수준으로 뒷걸음치고 있다. 목숨과 인권을 번제에 바칠 것을 요구하는 전통이라면 철폐해야 할 악습이 아닌가? 희망이 보이는 것은 이러한 악습의 직접적 피해자였던 여성들이 당당히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여권운동가들을 중심으로 한 인권단체들은 이 두 의식이 인권을 유린하는 대표적인 악습이라고 규정짓고 완전한 철폐를 위해 활발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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