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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으로 본 세계_중국의 인구 2] 인구의 질을 높이자?

등록 2005-08-04 00:00 수정 2020-05-03 04:24

▣ 베이징=박현숙 전문위원 strugil15@hanmail.net

2003년 봄, 중국에 사스가 창궐하고 있을 때다. 당시 중국 인터넷에서는 다소 뜬금없는 논쟁이 붙었다. 대학당국의 만류와 금지에도 수많은 베이징 내 대학생들이 마치 혹성 탈출이라도 하듯 병든 도시 베이징을 탈출해 고향으로 ‘피난’을 떠났다. 그러자 60~70년대 기성세대들은 “쥐새끼 같은 대학생들!”이라며 이들을 호되게 질타했다. 그들이 보기에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신세대들은 이른바 ‘독생자녀 후유증’에 걸린 나약하고 이기적인 존재들이었다.
최근 중국 곳곳에서 ‘독생자녀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부쩍 많아졌다. 21세기 중국 최대 재앙은 이 독생자녀 문제라고 감히(!) 단언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독생자녀들이란 1979년 중국 정부가 한 자녀 낳기 가족계획 정책을 실시한 이후 태어난 신세대들을 지칭한다. 70년대 이후 두 자녀 낳기 가족계획 정책을 실시해오던 중국 정부는 79년 이후부터 한 자녀만을 허용하는 초강경 인구증가 억제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중국의 인구증가율은 전에 비해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인구가 줄어든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새로 생긴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독생자녀 고, 다른 하나는 ‘검은 아이들’이다.
친가, 외가쪽 조부모와 부모까지 합해 보통 6명이 한 아이만을 떠받들다시피 하면서 기르다 보니 이 독생자녀들에게는 ‘소황제, 황녀’들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이들은 전 세대에 비해 이타심과 공동체 정신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우려를 듣고 있다. 또 다른 문제인 ‘검은 아이들’ 역시 문제가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검은 아이들’이란 주로 농촌에서 가족계획 정책을 위반하고 둘, 셋 이상씩 몰래 자녀를 낳아 호적에 등록하지 않은 인구를 가리킨다. ‘검은 아이들’은 자라나면서 호적 문제를 비롯해 취학과 취업, 사회복지 혜택 등 각종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이 문제가 다소 엉뚱한 논쟁으로까지 비약하고 있다. 일부 정·학계 사람들을 중심으로 중국 인구의 질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면서 현재의 인구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은 인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도시와 농촌, 저학력과 고학력자들간에 차등을 둬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2002년 광둥성 인민대표대회 회의에서는 부부 둘 다 석사학위 이상의 학위를 가지고 있으면 자녀를 둘까지 낳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정책이 건의되기까지 했다. 장쑤성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부부가 석·박사 이상이면 가족계획 정책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미래의 더 큰 재앙을 막자는 것이다. 인구의 질이 떨어지면 중국의 미래도 3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과연 무엇이 더 큰 재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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