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네트워크/ 아시아의 애국주의- 인도]
외국인 혐오 통해 광신적 애국주의 전파한 고대사 조작
근대사도 조직적 왜곡, 파키스탄과 적으로 태어난 것처럼 묘사
▣ 델리= 프라풀 비드와이(Praful Bidwai)/ <타임스 오브 인디아> 전 편집장·핵문제 전문 칼럼니스트
가장 빛나는 고대문명을 지녔던 이 나라 사람들에게 역사에 대해 한번 물어보자. 확신에 찬 그들은 눈꺼풀 하나 깜빡하지 않고 대답을 줄줄 쏟아낸다.
“우리나라는 가장 고아하고 가장 경이롭고 가장 훌륭하며 이 세상의 그 어떤 나라와도 비할 수 없는 보석과 같다.” “우리나라는 뭐든 다 지녔다. 예술, 과학, 수학, 건축, 종교, 철학에 이르기까지. 보라! 성전 베다가 신의 언어인 산스크리트어로 이곳에서 쓰였다. 수학의 제로(0) 개념이 이곳에서 창안됐고, 가장 아름다운 사원들이 이곳에 세워졌다. 세상에서 가장 값진 종교인 힌두교와 불교도 이곳에서 태어났다.”
다른 나라의 성취는 헐뜯고 축소하고…
그렇다면 중국,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그리스는 어떤가? “오, 그들도 뭔가를 지녔던 건 틀림없다. 피라미드, 종이, 건축 같은…. 그러나 우리나라가 제공한 문명의 ‘질’과는 비교할 수 없다.” “우리의 업적은 상호 통합과 전체성이었기 때문에 그들보다 훨씬 감동적이다.” “중국인들은 제왕의 절대 지배 아래 화약을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평화롭고 관대했다. 우리나라는 숭고한 사상과 심원한 정신으로 세상을 정복했다.”
이게 바로 인도 사람들의 믿음이고, 교과서들이 그들을 그렇게 가르쳤다.
인도는 신분주의를 앞세운 힌두교가 지배하기 시작한 8세기 무렵 불교를 박해하지 않았던가? 만약 인도가 늘 그렇게 평화롭고 비폭력적이었다면 어떻게 아프가니스탄과 동남아시아 일부를 지배했는가? 신분제도는 또 어떤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극단적인 교조주의와 가혹한 사회제도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의문과 상관없이 수많은 인도 사람들은 고대로부터 상호작용과 교환을 통해 발달해온 문화적 정의를 부정하고, 한편으로는 다른 나라의 성취를 헐뜯고 축소하며 그렇게 뒤틀리고 거짓투성이인 인도 문명의 영광을 부둥켜안고 왔다. 그건 교육이 사악하고 치사하게 그들의 눈을 가린 채 카스트 제도의 억압, 사티(sati·미망인을 불태우는 관습) 같은 여성차별, 고통스런 가난 그리고 악명 높은 사회 계급조직을 포함한 자신들의 고대사회를 엉터리로 가르쳐왔기 때문이다.
이런 고대사 왜곡이 외국인 혐오를 통해 광신적 애국주의를 전파한 인도의 ‘국민’ 개념의 중대한 근거였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학교에서 매일 국가를 읊는 것처럼 너희는 반드시 모국 인도의 영광을 노래하라!’
이렇게, 훌륭하고 고결한 모든 어머니처럼 ‘모국 인도’(Mother India)를 국민들에게 투영해 세상의 중심에 ‘인도인’을 지배적 정의로 우뚝 서게 했다. 이건 누가 상상으로 쏟아내는 말이 아니라 인도의 공식적인 번안이었다.
이런 역사 왜곡은 고대에 한정되지 않았다. 중세를 거쳐 현대를 통해 여전히 잘 달리고 있다. 인도는 ‘영광스런 고대’에 이어 곧 ‘중세의 추락’으로 접어들었다. 인도는 나약하게 평화로웠고 군사적인 부문을 무시했다. 그래서 인도는 터키, 아랍, 몽골, 아프가니스탄에 짓밟힌 뒤, 식민주의로 뻗어나기 시작한 네덜란드, 포르투갈, 프랑스, 영국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세기의 침략’에 집중적인 먹잇감이 되었다.
“그들은 영국의 스파이였다”
그러나 평화롭고 인자하고 온화한 ‘내국인’과 폭력적이고 악마적인 ‘외국인’ 사이의 반식민지 투쟁 이전부터 인도는 역사를 타락시키고 왜곡하면서 이미 그 ‘외국인’들에게 정복을 허락하고 말았다. 인도는 자신들이 얻어터지고 정복당했던 중세사를 설화쯤으로 완벽하게 뒤틀어버렸다.
“그 모든 일들은 외국과 혼합이었고, 서로 다른 인종과 통합이었고, 또 언어와 종교가 다른 집단들과 교역이었다. 무슬림은 무역자로, 타지키는 전사로, 페르시안은 무용수로, 아랍은 마부로, 터키시는 이슬람으로 개종한 노예로, 유대인은 서부 연안에 정착해 지역 언어와 결합한 이로. 무굴 왕자는 인도에 그냥 집을 지은 이다.”
아, ‘모국 인도’, 그 오랜 ‘힘의 원천’이자 ‘지혜의 활력’은 이제 오직 약탈과 강탈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하여 ‘외국인’ 악당들로 인해 위기에 빠진 ‘모국 인도’를 구출하고 해방시키는 일이 모든 정파들의 의무가 되었다. 그렇게 20세기 들어 시작된 인도의 ‘자유운동’은 식민통치로부터의 해방뿐만 아니라, 인도의 진정한 ‘영혼’을 ‘모국 인도’의 영광을 통해 되살려내는 일이기도 했다.
여기서부터 20세기 종교를 중심 삼아 ‘고국’ 건설을 목표했던 힌두와 무슬림 민족주의의 정치적 의제가 출발했다. 두 종교는 정치적 반목 속에서 서로 민족운동을 대표한다며 연합했지만, 그 실체는 제국주의 통치에 대한 항쟁이 아닌 영국인이라는 ‘외국인’에 대한 반대 운동이었다. 초기에 일부가 사용했던 ‘독립운동’을 1857년 브리티시 인디언 아미(British Indian army)는 ‘폭동’이라 불렀다. 그러나 자유운동이 힌두 민족주의자들에게는 ‘외부 침략에 대한 장구한 투쟁의 연속’이었고, 무슬림 민족주의자들에게는 ‘옛 무굴제국을 재건하는 일’이었다. 그 자유운동을 파키스탄쪽은 이렇게 기술했다. “영국은 자신들에게 대항한 무슬림의 독립전쟁을 잊지 않았다. 인도는 자신들을 수세기 동안 통치한 무슬림을 결코 용서한 적이 없다. 따라서 영국과 인도는 무슬림이 가난하고 무능하고 의지할 데 없는 소수가 되도록 공모했다.”
이에 맞서 인도쪽은 이렇게 기술했다. “봉건적 귀족정치에 바탕한 무슬림 리그(Muslim League)는 영국 정부의 고객이었고, 파키스탄의 아버지 모하메드 알리 지나(Mohammed Ali Jinnah)는 분열주의 악한이었다. 지나와 무슬림리그는 150만 인명을 희생시키며 인도를 파키스탄과 둘로 쪼갠 장본인이었다. 간디가 주도한 인도 민족의회당(National Congress)을 대표한 파키스탄 민족주의자들이 내세운 힌두-무슬림 단결은 진짜가 아니었다.”
이렇듯 주류 인도와 파키스탄 민족주의자들은 독립운동을 정반대로 묘사해왔다.
BJP 집권 동안 최악 치달아
그렇게, 인도와 파키스탄 양쪽은 조직적인 역사 왜곡을 통해 국민들이 마치 처음부터 상대가 적으로 태어난 것처럼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역사 왜곡은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에게 독립 뒤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영속적인 전쟁의 뒷심이 돼왔다. 그 역사 왜곡은 다시, 오늘날 시민중심 사회로 이동하는 도도한 흐름을 거역하고 거꾸로 가는 인도-파키스탄을 만들어놓았다.
오늘날 인도의 삿된 ‘우월주의’는 지난 수세기 동안 상대를 낱낱이 헐뜯고 근육질 남성중심주의를 강조하는 교과서를 통해 부지런히 조장돼왔다. 특히 1998년 핵실험을 주도한 힌두광신주의 바라티야 자나타당(BJP)이 집권하는 동안 최악으로 치달았다. 그러던 것이 인도-파키스탄 대화가 시작된 지난해 초부터 조금씩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증오’를 바탕 삼은 왜곡과 거짓말은 여전히 교과서에 남아 있다.
‘파키스탄은 영원한 침략국이고 인도는 늘 희생자였다.’
이런 내용이 남아 있는 한, 인도의 의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인도는 광적인 민족주의를 앞세워 과거를 찬양하고 현재의 사실을 부정하며 역사를 왜곡해나갈 것이다.
‘신으로부터 보호받는 인도는 특별한 운명을 지녔고,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극복해낼 것이다.’
이게 21세기를 달리는 인도의 믿음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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