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일자리와 교육과 달라이 라마의 축복을 찾아… 인도 티베트 난민촌 현지를 돌아보다 </font>
▣ 매클레오드 간즈(인도)=우명주 전문위원 greeni@hotmail.com
티베트 망명정부가 자리잡고 있는 매클레오드 간즈에 위치한 티베트 난민 수용센터에 들어서자, 어린 아이들의 눈이 호기심으로 빛났다. 매일 길거리에서 외국인들을 볼 텐데도 센터까지 들어선 이방인들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디지털 카메라를 유심히 보는 아이들에게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자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에게서 나라 잃은 난민의 그늘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가이드에게 수수료 지급
난민들을 직접 만나서 어떻게 티베트에서 탈출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곳에 수용 중인 난민들에게 들은 바로는 티베트에는 네팔까지 난민들을 데려다주는 일종의 가이드가 있다고 한다. 그 가이드에게 수수료를 지급하고 안내를 받아 네팔까지 오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그런 가이드들은 주로 네팔인들인데, 사람들을 모아 그룹을 만든 다음 네팔까지 데려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거기서 만난 난민들도 한국돈 약 50만원을 커미션으로 지급했다고 한다.
“왜 인도로 오기로 했느냐”는 물음에 삼바 돈둡(32)은 티베트에서의 생활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은 농부였는데 중국인들이 티베트인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했기 때문에 생활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티베트 농민들에게 유실수를 심지 못하게 하고, 티베트 유목민들에게도 특정 지역에서만 살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인도로 오기로 결정하고 나서 유일한 가족인 형에게도 그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몇년 전에도 인도로 오려고 시도했다가 발각된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극도의 신중을 기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고향에서 티베트 내의 어느 지역까지 형과 같이 이동했지만 형에게 인도로 간다고 말하지 못했다. 티베트의 다른 지역으로 간다고만 했다. 그는 네팔에 도착해서야 형에게 전화를 해서 자신이 티베트에서 탈출했음을 알렸다. 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티베트인들의 편지도 뜯어보고 전화까지도 도청하고 있는데, 그의 고향은 외진 시골이라 티베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중국인들이 없어 전화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인도로 오는 데 11일이 걸렸다. 이틀은 버스로 이동했지만 9일은 걸어서 이동했다. 게다가 오는 도중에 바위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또 티베트식 미숫가루인 ‘참파’를 가져왔지만 충분하지가 않아서 네팔 도착 전에 이틀을 굶어야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학교에 가고 싶지만 제한 연령이 넘어버려 학교에 갈 수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교육을 받지 못하면 좋은 직업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티베트에서 어떤 학교 교육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티베트 불화인 ‘탕카’를 배우고 싶지만 돈이 없어 그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인도에 온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은 말할 수 없다며 다소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난민수용센터에 있으니 음식도 잠자리도 다 무료로 제공되므로 여기서 나가서 생활해봐야 알 수 있겠다는 것이다.
추위와 눈사태를 피해가며
다음 인터뷰를 했던 31살의 여성은 이름을 밝히기도 사진을 찍기도 거부했다. 곧 티베트로 돌아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는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인도로 왔으나 적절한 직업을 찾지 못해 아이들만 남겨두고 남편과 함께 티베트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가 인도로 오기로 결정한 이유는 10살과 6살짜리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인도가 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티베트에서는 학비를 댈 형편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의 가족은 네팔까지 오는 데 두달이 걸렸다. 남편과 번갈아 아이들을 업고 짐을 지고 하느라 힘든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아이들만 여기 남겨두고 다시 티베트로 돌아가면 평생 아이들을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걱정되기는 하지만 달라이 라마의 축복을 받았으니 괜찮다고 했다. 그들에게 달라이 라마의 존재가 어떠한지 알게 해주는 대답이었다. 그 힘든 길을 다시 돌아간다니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체 없이 두렵다고 말했다.
22살의 젊은 승려 롭상 텐파 역시 몇년 뒤에 티베트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사진 찍기를 거부했다. 그는 “달라이 라마께 직접 수계를 받고 인도의 티베트 사찰에서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위해 인도에 왔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원 교육의 질이 많이 낮아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래서 그는 인도의 티베트 사찰에서 전통 교육을 받기 위해 인도에 왔다고 했다. 그 역시 부모님께도 자신의 계획을 말하지 못했다. 예전에 한번 운을 뗐더니 중국 경찰에 잡혀갈 것이라며 부모님이 펄쩍 뛰었기 때문이다. 그는 무려 26일을 걸어서 네팔에 도착했다. 그의 일행 가운데 한 청년이 심하게 앓는 바람에 다른 사람이 그 청년의 짐을 지고 또 다른 사람이 그 청년을 업으며 네팔까지 와야 했다. “왜 다시 티베트로 돌아가느냐”는 질문에 그는 당연한 듯이 “독립할 테니까 돌아가는 것이다. 내년에는 독립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느냐고 했더니 그저 자신의 생각이라고 했다. 독립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데 왜 사진 찍는 것을 두려워하느냐고 물으려다가 그만두었다.
티베트 난민들이 제일 많이 탈출하는 계절은 겨울이다. 그들에게 겨울은 가장 위험하면서도 가장 안전한 계절이다. 그들이 이용하는 경로는 모두 산악지역이기 때문에 겨울에 눈이 덮히면 중국 군인들이 티베트 난민들을 거의 추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겨울의 매서운 추위와 눈사태 등은 탈출하는 난민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탈출 도중에 죽는 사람도 있고 네팔에 도착해서도 동상이나 추위로 인한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티베트 난민 수용센터는 네팔의 카트만두, 그리고 인도의 델리와 매클레오드 간즈 등 세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난민들이 티베트를 탈출할 때 주로 이용하는 경로는 티베트와 네팔 국경 지역을 통과하는 길이다. 네팔 지역에서는 티베트 난민들을 위한 특별 입국 허가를 주고 있다. 인도 국경에서는 그런 허가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인도 국경으로 입국을 시도했다가는 불법 입국자가 되어 군인들에게 연행된다. 네팔 난민수용센터에 도착해서 입국 허가를 받고 나면 델리 난민수용센터로 보내지고, 그런 다음 임시정부가 있는 매클레오드 간즈의 수용센터에 최종으로 수용돼 망명정부에 신고를 한다.
달라이 라마 사진만 가져도 수감
매클레오드 간즈에 도착한 난민들은 달라이 라마를 만나 그의 축복을 받는다. 이것은 그들에게 큰 영광이자 삶의 힘이다. 티베트에서는 달라이 라마나 망명정부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달라이 라마의 사진만 가지고 있어도 교도소에 수감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몰래 달라이 라마의 사진을 가지고 있다. 인터뷰한 사람들도 티베트에서 달라이 라마의 사진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매클레오드 간즈 티베트 난민 수용센터 소장 도르제씨에 따르면 해마다 2500∼3천명의 인원이 티베트에서 인도로 넘어온다. 도착한 난민들은 나이에 따라 여러 곳으로 보내진다. 6살부터 17살까지는 학교로 보내져서 무료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기숙사도 무료로 제공된다. 그리고 18살부터 30살까지는 직업학교로 보내진다. 승려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사원으로 보내지고, 노년층에게는 약간의 금전적 지원을 한다. 티베트 정부와 난민센터는 티베트인들에게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난 뒤에는 본국의 사람들을 위해 귀국할 것을 장려하기도 한다.
필자가 찾아간 날에도 티베트인 300명이 델리 난민수용센터를 통해 매클레오드 간즈의 난민수용센터에 도착했다. 도르제씨는 현재의 공간이 협소해 곧 다른 장소에 건물을 지어 그곳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난민수용센터 운영의 어려운 점을 묻자, 특히 네팔의 경우 건강이 좋지 않은 난민들이 많이 도착하는데 약품이 충분하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도에 도착하는 난민들 모두에게 일자리와 주거를 제공해주지 못하는 점도 어려움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티베트 난민 수용센터는 정부의 지원 없이 전적으로 기부금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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