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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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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과 미스 티베트?

등록 2004-11-26 00:00 수정 2020-05-03 04:23

<font color="darkblue">티베트 임시정부에서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모습…국가 문제에 무관심, 한편으론 투쟁에 헌신 </font>

▣ 매클레오드 간즈(인도)=글·사진 우명주 전문위원 greeni@orgio.net

델리의 티베트 난민촌에서는 티베트 임시정부가 자리잡은 매클레오드 간즈로 가는 버스가 매일 저녁 출발한다. 한 버스회사의 버스는 매일 저녁 세번씩이나 현지에 손님을 실어나른다. 다른 회사와 주정부 버스까지 합치면 매일 10편은 족히 될 것이다. 시간 여유를 두고 예약을 했는데도 지난 달 초 매클레오드 간즈로 가는 버스는 남는 좌석이 거의 없었다. 매클레오드 간즈에서 열리는 미스티베트 선발대회를 보려는 티베트 젊은이들이 많이 몰렸기 때문이다. 티베트의 전통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막을 올렸던 미스티베트 선발대회는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다.

유창한 영어, 원조에 길들여져

올해 역시 망명정부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2년 전 국민투표에서 처음으로 선출된 티베트 망명정부의 총리인 삼동 린포체는 “육체에는 정신이 담겨 있다. 내면의 가치가 심사될 수 없듯이 개인을 콘테스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종교교육부 장관 툽톤 룽리그는 “이런 것은 서구적 관념이며 전적으로 우리 전통에 상반되는 것이다. 그 대회를 여는 것에 어떤 이득이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반대 분위기 탓인지 지난해에는 대회 참가자가 겨우 한 사람이었고, 올해도 다섯 사람만이 무대에 섰다.

그러나 많은 티베트 젊은이들이 대회 개최를 기다려왔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대긴 하지만 작은 시골마을인 그곳에서 미스티베트 선발대회를 보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어설픈 행사 진행에도 대회장에 모인 청중들의 호응도는 대단했다.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첫 회부터 행사를 주관해온 롭상 왕갈은 인사말에서 티베트 독립 문제를 길게 언급했다. 또 중국에서 오랜 감옥 생활을 한 스님과 티베트 독립운동을 지원해온 미국 여성을 무대에 올리는 등, 이 행사가 티베트의 독립운동과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려 애쓰는 것이 역력했다. 참가자들 또한 앞으로 티베트 난민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등 티베트 독립과 관련한 발언을 잊지 않았다.

최근 일각에서는 오늘날의 티베트 젊은이들이 독립 문제에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그곳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티베트 젊은이들이 오히려 외국인보다 더 티베트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다고 했다. 또 외국 원조로 살아가는 생활에 익숙해져 외국인들을 단지 돈 많은 후원자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우연히 미스티베트 선발대회에 동행했던 티베트 청년은 교통비와 입장료를 당연히 필자 일행이 지급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또 티베트 젊은이들은 거의 모두가 유창한 영어 실력을 자랑했는데, 그것은 해외 원조를 받거나 해외에서 정착하려면 영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영어는 거의 유일한 생존 무기인 것이다.

그러나 티베트 문제에 헌신적으로 몰두하는 젊은이도 많다. 미스티베트 선발대회가 열리던 바로 그날 낮에도 매클레오드 간즈에서는 단식투쟁이 벌어졌다. 티베트에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벌이다 지난 2002년 4월 중국 경찰에 연행된 텐진 델락 스님은 연쇄 폭발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아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사형 집행일이 올해 12월로 다가왔기 때문에 ‘티베트청년연합’(Tibetan Youth Congress)의 회원들과 일부 스님들은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매달 10일에 매클레오드 간즈 중심가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티베트 청년연합은 1970년에 출범해 현재 11개국에 78개 지부를 두고 있는 조직이다. 현재 회원 수는 약 2만5천명이며 매클레오드 간즈에 본부를 두고 있다. 청년연합은 비정부기구가 아니라 국가적인 활동단체이다. 이 단체는 네 가지의 목표 아래 활동하고 있다. 첫째, 티베트의 정신적·세속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지도 아래 티베트와 티베트 국민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 둘째 티베트의 전통과 문화를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것, 셋째 종교나 지역주의, 지위에 상관하지 않고 국가적 단결과 보전에 힘쓰는 것, 넷째 티베트의 완전한 자유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물론 이 가운데 티베트의 완전한 자유독립 쟁취가 가장 우선적인 과제다.

인도인 늘어나고 외국인 붐벼

티베트 청년연합의 부회장 롭상 예시는 티베트 젊은이들이 국가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말을 강하게 부정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티베트 독립운동 등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어떤 기회가 닥치거나 행사가 열리면 열성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2월, 매클레오드 간즈에서 델리까지 한달간 도보로 이동하며 티베트 문제를 알렸던 자유행진에도 비회원 젊은이들이 다수 참석했다.

2년 만에 찾은 매클레오드 간즈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바로 인도인들이 경영하는 가게들과 숙소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2년 전만 해도 매클레오드 간즈는 ‘인도 속의 티베트’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인도인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식당이나 숙소 역시 거의 티베트인들이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인도인들이 경영하는 식당과 숙소, 기념품 가게가 즐비했다. 특히 카슈미르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오랜 분쟁에 따른 위험 탓으로 카슈미르에 관광객이 급감하자 카슈미르인들이 매클레오드 간즈로 대거 진출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와 관련해 “어려움은 없냐”고 묻자, 티베트인들은 “난민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려면 이런 변화에도 순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대꾸했다.

인도 전역을 통틀어 매클레오드 간즈만큼 외국인이 북적대는 곳도 드물다. 또 단순한 관광지인 다른 지역과 달리 매클레오드 간즈에는 티베트 문화에 매료된 이방인들이 많이 찾아오기 때문에 티베트도서관 등에서 공부를 하며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이 무척 많다. 그리고 여름철에는 살인적인 인도의 더위를 피해 수많은 여행자들이 시원한 매클레오드 간즈로 몰려든다. 인도 대마에 탐닉하며 장기 체류하는 서양 히피들도 많다. 이런 외부적 요인 때문이라도 티베트 젊은이들은 더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영어로 진행되는 교육도 문제

또 티베트 난민 어린이들이 무료로 교육받고 있는 학교에서는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된다. 티베트어는 교과과정 중의 한 과목일 뿐이다. 인도의 학제를 따르는 이상 국가에서 주관하는 시험을 영어나 힌디어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교과서나 시험지 또한 모두 영어로 쓰여 있다. 이렇다 보니 티베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어린이도 티베트어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현재 티베트에서 탈출한 난민들 가운데는 학교에서 중국어로 공부해야 하는 정책 때문에 티베트어를 거의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젊은이들의 변화와 더불어 이런 점들이 많은 사람을 티베트의 미래를 걱정하도록 만들고 있다.

티베트 난민을 인터뷰하기 위한 허가를 얻기 위해 만난 티베트 정부의 정보 및 국제관계부 직원인 텐진 담둘은 무척이나 친절한 젊은이였다. 영어가 상당히 유창하다 했더니 미국 보스턴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와서 지금의 업무에 복귀한 지 이틀째라고 했다. 티베트 망명정부나 그 산하 기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월급은 10만원이 겨우 넘는 수준이다. 많은 티베트 젊은이가 해외에서 정착하는 것을 꿈꾸는 가운데 그런 기회를 버리고 국가를 위해 돌아온 그 역시 오늘날 티베트 젊은이들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table width="480" cellspacing="0" cellpadding="0" border="0"><tr><td colspan="5"></td></tr><tr><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bgcolor="F6f6f6" width="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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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size="4" color="#216B9C">
완전한 독립을 믿어야 한다</font>

[인터뷰 | 롭상 예시 티베트청년연합 부의장]

<font color="663300">-티베트청년연합이 ‘완전 독립’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티베트 자치지구 건설’을 주창하는 달라이 라마와 견해 차이가 느껴진다. </font>
=그렇다. 그런 차이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티베트청년연합은 ‘안티 달라이 라마 집단’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티베트인들이 달라이 라마를 전적으로 신뢰하듯이 우리도 달라이 라마의 뜻을 따른다. 그에 반하는 활동을 한 적이 없다. 달라이 라마는 우리의 입장을 이해해줄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티베트인들의 마음속에는 완전한 독립에 대한 열망이 있다.
<font color="663300">-티베트청년연합이 폭력적 방법으로 독립을 쟁취하려 한다는 지적이 있다. </font>
=많은 사람이 그렇게 말하고, 중국은 우리를 군사단체라고 부른다. 우리도 가끔은 지칠 때가 있다. 지금까지로도 충분하지 않나, 너무 오래 참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무도 정치적으로는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 해외에서 지원을 받아 집을 짓고 학교를 짓고 그러는 것도 좋지만 그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가 아니지 않으냐. 우리는 돌아가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런 것을 사람들에게 일깨워주기 위해서 우리는 연설 등에서 강한 표현을 하기도 한다. 그런 표현방식 때문에 우리를 거칠게 보고 군사훈련을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달라이 라마는 언제나 비폭력을 강조해왔고 우리는 그를 따라야 한다.
<font color="663300"> -완전한 독립이 가능하다고 보나. </font>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그런 의무를 부여받았고 달라이 라마, 부모, 선배들에게서 ‘여러분이 티베트의 미래’란 말을 듣고 자랐다. 할 수 있는 일이 있든 없든,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계속 나아가야 한다.
<font color="663300">-달라이 라마조차 완전 독립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서 다른 대안을 내놓은 것 아니냐. </font>
=어떤 사람들은 우리에게 현실을 알라고 충고한다. 다들 완전한 독립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목표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그리고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믿지 않으면 살맛이 나겠느냐.
<font color="663300">-난민 1세대들의 귀향 욕구는 이해가 된다. 그런데 인도에서 출생한 세대들에게도 그런 귀향 욕구가 있는가. </font>
=물론이다. 언뜻 보기에 티베트 젊은이들은 완전히 서구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티베트 문제에 별 관심 없이 즐기려고만 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장담할 수 있다. 어떤 계기나 행사 등이 있을 때 그들은 열정적으로 참여한다.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티베트인들에게는 도박사 같은 기질이 있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건다.
<font color="663300">-미스티베트 선발대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font>
=그것은 한 개인에 의해 열린 행사다. 티베트인이 한 개인으로서 어떤 일을 해낸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때까지는 사람들이 누군가가, 어떤 단체가 자신들을 이끌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개인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행사를 주최한 젊은이가 언뜻 보기에는 사회나 티베트 독립 문제에 진지한 관심이 없는 사람 같지만, 나는 그의 에너지를 고맙게 생각한다. 비록 미스티베트 선발대회가 우리 문화는 아니지만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장년층에서는 우리에게 옷을 입히는 문화는 있어도 옷을 벗기는 문화는 없다고 말하고 그게 사실이지만 세상이 변했다. 유행에 따라 사람도 변해야 한다. 솔직히 내 가족이 참여한다면 반대하겠지만 대회에 나선 여성들의 용기는 높이 산다.
<font color="663300">-앞으로의 활동계획은 무엇인가. </font>
=지난 회의에서 앞으로 3년간의 활동 목표를 세웠다. 그것은 중국 감옥에 감금돼 있는 티베트 정치범 석방, 중국 상품 불매운동, 중국 정부에 연행된 뒤 9년째 생사를 알 수 없는 판첸 라마의 석방운동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하는 것이다. 중국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우리는 세계 최악의 적과 싸우고 있다.

</font>

</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r><tr><td colspan="5"></td></tr></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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