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왕족국가 요르단·사우디·바레인 시민들이 ‘공화국’인 시리아·이란·이집트인들보다 만족스럽다는데¨</font>
▣ 라말라=다오우드 쿠탑(Daoud Kuttab)/ 알쿠드스 교육방송국장
요르단의 하쉬메이테(Hashmeite) 왕국은 차량이 폭발하고 외국인들이 납치당하고 도심에서 총질이 난무하는 중동에서 비교적 안정감 있고 안전한 상태를 유지해왔다. 아무런 천연자원이 없는 이 사막왕국 요르단이 일반 시민들에게 비교적 표준적인 삶과 사회 전체에 상당한 부를 제공해왔던 건 왕국의 시민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국인들에게 안전을 보장했던 탓이다. 서쪽으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과 동쪽으로 이라크 전쟁이라는 두 사이에서도 요르단이 그동안 평온을 유지할 수 있었던 요인을 많은 이들은 군주제 때문이라 믿고 있다. 선왕 후세인(Hussein)과 현왕 압둘라2세(Abdullah II)는 팔레스타인의 분노와 이슬람 무장세력들을 성공적으로 관리해온 동시에 폭넓게 시민권을 부여하며 상대적으로 개방된 자유로운 사회를 추구해왔다.
한손으론 관용, 한손으론 철퇴
또 다른 중동 왕국 사우디아라비아. 이 거대한 오일 왕국 사우디 왕실은 오랫동안 아라비아반도를 지배해오면서 보수적인 이슬람 사회와 서양 제국주의, 특히 값싼 오일을 제공하는 대신 안전을 보장받은 미국 사이에 균형을 잡고자 온갖 애를 써왔다.
그리고 걸프의 한 국가인 바레인. 이 수장국은 최근 왕국으로 전환했고 그 군주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낀 독립적인 야당운동과 시아파 주민들의 원성이 높은 가운데도 성공적으로 국가의 안전을 유지해왔다. 새 국왕은 의견을 달리하는 이들에게 마음을 돌리라고 격려하며 정당 운영을 허락했고 또 여성 선거권을 인정했다.
본보기로 든 위 세 왕국과 현재 외견상 시민이 지배하는 시리아나 이란 그리고 이집트 공화국을 비교해볼 때, 분명한 건 공화국 시민들이 군주제 아래서 살아가는 이들보다 별로 나을 바가 없다는 사실이다.
왜 중동 왕국들이 시민들에게 상대적 안정과 부를 제공해온 반면, 주변 공화국들은 정치적 다원성을 상실한 채 시민들에게 압제와 경제적 고통만 남겨놓았는가?
민주주의와 독립이 모든 이들의 ‘변명’인 21세기에서 군주들은 공화국들이 겨룰 수 없는 것들을 제공했기 때문이 아닐까. 국가나 사회의 연속성을 보자. 연구자들은 20세기 아랍 지역에서 벌어진 수많은 혁명과 쿠데타들로부터 사회·국가의 안정성과 연속성이 심각하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부 중동 공화국 정권들이 지난 30년 동안 권좌에 머물러 있는 건 대중들의 묵인이라기보다 무력을 동원한 반대파 탄압 탓이었다.
지난 세기 동안 탄핵할 여지가 없는 절대적 힘을 지닌 왕과 수장은 내부 정치의 상위에서 초월적인 지위로 서로 다른 의견과 인종 사이에서 교량 노릇을 하며 표면상 메우기 힘든 차이를 조정해왔다. 그 군주 지배자들은 갑자기 등장한 공화국 지배자들의 탐욕적인 모습과 달리 오랜 경험과 돈과 권력에 대한 탐욕 절제를 통해 사회를 통치해왔다. 좋게 보면, 훌륭한 가문의 지배자들인 아버지와 아들로 세습하는 과정에서 국가경영 경험을 대물림한 셈이다.
특히 중동의 왕들은 반대파들에게 거대한 관용과 용서를 베푸는 매우 ‘감성적’인 무기를 사용해왔다. 수많은 정치적 반대자가 자신의 불운이 오히려 군주로부터 유일무이하고도 특별한 이익을 얻는 일로 뒤바뀌는 현실을 경험해왔다. 그런 ‘면죄부’와 ‘사면’은 중동 왕들의 일반적인 통치 양식이었다. 반대 의견을 지녔던 많은 정치가가 개인적이든 합법적인 사면이든 왕의 관용을 통해 자신들의 나라로 되돌아갈 수 있었고, 또 그렇게 되돌아간 이들이 갑자기 왕국의 고위 정치직에 오르곤 했다. 같은 시간 공화국의 수많은 정치적 반대파가 고문 끝에 죽었고 또 나라 밖으로 쫓겨났다.
군주들은 뻔뻔스런 거짓말 안 한다?
그렇다고 중동 왕족들이 단순히 그런 사면과 관용만으로 생존해온 건 물론 아니다. 그이들은 교묘하게 보안군을 활용해서 자신들의 왕위와 권력을 지켜내왔다. 심지어 반대파들에게 한손으론 관용을 베풀면서 다른 한손으로는 철퇴를 휘둘렀던 것도 사실이다. 그건 경험 없는 공화국의 새로운 군인 통치자들이 어설프게 반대파를 다루었던 것에 비해, 군주들은 해묵은 경험과 유산으로 내려받은 통치술을 교활하게 사용해왔다는 뜻이다.
또 하나, 아랍 사회의 천성도 수많은 군주의 성공적인 생존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가장중심주의 아랍 사회의 특성은 어떤 한 ‘인자한’ 지배자에게 자신들의 통치를 맡기는 제도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런 관습 속에서 군주들은 아랍인들의 천성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잘 활용해왔지만, 상대적으로 공화국 지배자들은 권력과 시민권 사이에서 고유한 균형을 이루는 데 실패했다. 이를테면, 군주 아래 살고 있는 중동 사람들은 왕이 절대적 통치 권력을 지닌다는 사실을 놓고 착각하지 않는다. 반대로 공화국 시민들은 자신들이 정당과 선거를 지닌 독립국가이며, 따라서 왕실과 군주제와 다르다고 그 차별성을 말해왔다.
그러나 사실 중동 공화국의 정당들은 겉보기일 뿐이고 선거는 거짓말이었다. 대중은 대개 쿠데타 1년쯤 뒤에 새로운 통치자들이 자신들의 대표자임을 깨닫게 되지만, 같은 시간 그것도 거짓말임을 발견하게 된다. 중동 공화국들의 새로운 대표자들은 전임 통치자에게 반란을 일으켰을 때 스스로 민주주의자라 선전해댔지만, 자신이 통치자가 되는 순간 곧 반대파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독재자로 변신해왔다.
군주들은 적어도 그런 식으로 민주주의가 어떻다느니와 같은 뻔뻔스러운 거짓말은 않는다. 또 군주제하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민주주의 속에 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중동 군주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오히려 민주주의와 시민을 위한다고 공언하지만 실제로는 자유도 없고 다원적인 정부도 없는 공화국 시민들보다 자신들의 형편이 낫다고 여긴다.
이슬람과의 결합으로 살아남다
그러나 21세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일부 중동 왕조들의 성공적인 생존에는 종교적 연관성이 무엇보다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요르단 왕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왕국 그리고 모로코 왕국의 정치적 합법성을 제공하는 주자원은 이슬람과의 결합이었다. 요르단의 왕들은 자신이 예언자 모하메드의 직계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선언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파아드왕은 이슬람 출생지에서 벌인 즉위식에서 자신이 두 사원의 충복인 ‘카뎀 알 하라민’임을 선언했다. 그렇게 군주 가족들은 이슬람의 창시자나 또는 신성한 사원과의 연관성을 열거하면서 일반 무슬림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합법성을 스스로 부여했다. 그건 공화국의 세속적인 지도자들이 도저히 조달할 수 없는 성질을 지닌 자원이었다.
그렇게 이슬람과의 관련을 앞세웠든 또는 상속해온 풍부한 통치 경험을 내세웠든 아니면 보안군을 동원한 교묘한 통제술이나 아랍인들의 특성을 이용했든, 어쨌든 중동 군주 통치자들은 시민의 대표임을 자칭하는 공화국 통치자들보다 더 높은 성공률을 나타냈다.
그리하여 21세기에 접어든 지금도 비록 사람들은 그 군주들의 통치를 묵인하고 있지만, 일부 군주들은 권력 상실을 염려하며 자신들의 시민들을 향한 압박 비용을 높이며 권력 유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동 왕국들이 21세기의 도전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21세기 중동 왕국들의 미래는 그 통치자인 군주 자신들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군주 권력과 시민권 사이의 균형이 지도력의 시험일 뿐만 아니라 중동 왕국의 미래를 읽는 잣대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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