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흐디 체틴바쉬 코카서스재단 이사장의 호소
▣ 이스탄불(터키)= 글 · 사진 하영식 전문위원 youngsig@teledomenet.gr
-지난 9월3일에 벌어진 베슬란학교의 인질 참사극은 누구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나.
=이는 체첸 반군의 소행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저지른 것이다. 체체니아는 러시아에 저항해 싸워왔지 오세티야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 역사를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오세티야 민족은 우리와 함께 러시아의 탄압을 받아왔다. 1944년 스탈린은 체첸과 잉구셰티아 그리고 오세티아 민족을 모두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로 추방했다. 러시아는 나중에 그들이 돌아오자 오세티야를 위성국가로 만들었다. 지금은 남과 북 오세티야로 갈라져 있는 상태로 얼마 전 사건이 일어난 북오세티야는 러시아 압제 아래에서 언제나 독립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북오세티야는 러시아가 아니다. 오세티야인들이 죽었다고 러시아에서 난리법석을 떠는 건 희극이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전쟁 아니다
-북코카서스가 체첸전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곳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무엇인가.
=미국은 러시아가 이 지역을 완전히 통제하기를 원치 않는다. 카스피해가 보유한 엄청난 석유자원을 서구에서도 원하기 때문에 현재 지속되는 러시아와 체체니아의 전쟁을 지켜보면서 개입할 명분만 노리고 있다. 결국 미국이나 서유럽이 이 지역에서 이권을 얻기 위해 러시아와 북코카서스 지역을 단절시키는 작업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은 북코카서스를 코소보처럼 만들려는 시도를 할 것이다.
-러시아와 북코카서스 민족이 평화적으로 살아갈 가능성은 없나.
=1995~2004년에 걸친 1, 2차 체첸전쟁으로 인구의 30%인 30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그 가운데 4만2천명은 어린이다. 또 50만명이 체체니아를 떠나 난민이 됐고, 25만명이 체체니아에서 특별하게 지어진 난민캠프에서 러시아군의 감시 아래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체체니아는 러시아의 압제에 맞서 300년 가까이 독립전쟁을 벌여오면서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 대부분의 체첸인들은 러시아와 완전히 분리되어 살기를 원한다.
-많은 사람들은 체첸전쟁을 이슬람과 기독교의 전쟁으로 인식한다.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다. 북코카서스에는 많은 종교가 공존하고 있다. 압카지아는 기독교인들이 주류고, 오세티야는 30%가 이슬람이고 70%가 기독교인들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전쟁은 체체니아와 러시아의 전쟁이 아니라 북코카서스 전체 민족과 러시아 사이의 전쟁이다. 체체니아는 북코카서스에서 가장 강하게 러시아에 저항하는 민족일 뿐이다. 체첸전쟁을 이슬람과 기독교의 종교전으로 몰고 가려는 것은 러시아의 전시 선동일 뿐이다.
-언제, 어떤 이유로 터키에 와서 살게 됐나.
=증조할아버지가 1864년 러시아의 차르에 의해 추방됐다. 이때 수십만명의 코카시아 사람들이 이곳으로 추방돼왔다. 이런 이유로 터키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나 자신을 한번도 터키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소련이 붕괴한 뒤 모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조상들이 살았던 옛 집도 구입했다.
-어떻게 4대에 걸쳐 민족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나.
=집에서는 7살이 될 때까지 터키 말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코카서스 말만 썼다. 그러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비로소 터키 말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도 터키에 사는 코카서스인들 가운데 70만명이 여전히 코카서스 말을 사용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그러나 터키에 오래 살면서 많은 코카서스인들은 언어와 문화를 잃어버렸다. 약 700만명의 코카서스인들이 터키에 살고 있지만 터키에 많이 동화됐고 지금은 500만명 정도가 자신이 코카서스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터키 정부는 언어까지 억압했다
-터키에 살면서 민족적 차별은 당하지 않았나.
=1960년대까지 터키에서 우리 말 사용은 매우 위험했다. 학교에서 코카서스어를 사용하다가 교사에게 발로 차인 일도 있었다. 또 터키 정부는 코카서스인들을 공산주의 희생물이라면서 반공용 선전선동에 이용해 많은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 이들은 코카서스인들을 동화시키기 위해 열정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코카서스재단을 설립한 동기가 무엇인가.
=갈수록 고유 문화와 언어를 잃어가는 현실이 위태롭게 느껴졌다. 코카서스 문화를 공유하고 연구할 공간이 필요했다. 특히 코카서스 지역의 평화를 위한 회의나 강연회, 문화 강좌를 열고 있다. 그리고 기숙사를 운영하여 가난한 코카서스 학생들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나중에는 문화박물관과 연구소를 세워 본격적인 코카서스학을 강의하고, 정기 잡지도 펴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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