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선 강원지사의 손학규 경기지사 비판… 행정수도 이전은 한나라당원 아닌 지사 입장에서 검토 중
▣ 춘천= 글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김진선 강원지사(한나라당)는 “(행정수도 이전 반대는) 대한민국에 서울과 수도권만 존재시키겠다는 이야기”라며 손학규 경기지사(한나라당)가 펴고 있는 ‘수도권 집중=국가경쟁력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지사를 9월14일 강원도청에서 만났는데, 이 인터뷰는 손 지사의 8월19일치 523호 인터뷰에 대한 상호 토론형 문제제기 성격으로 마련됐다. 김 지사는 전국 시·도 지방분권특별위원회 간사장으로서 지방분권 운동의 리더 역할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가 경쟁력 가져야
-손학규 경기지사는 수도권 집중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도권은 이미 포화 상태이다. 더 이상 어찌해볼 수 없는, 중병에 걸려 있다. 그러다 보니 신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카드까지 나오게 된 것 아닌가. (손 지사가) 국가경쟁력을 거론하는데, 이런 시각은 전적으로 교정할 필요가 있다. 경쟁력은 선택과 집중에서 나온다. 모든 것에 집중하는 것은 경쟁력이 아니다. 많은 생산을 하되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고 파급효과가 낮다면 그건 이미 경쟁력이 아니다. 수도권이 바로 그런 문제를 안고 있다.
두 번째로, 동북아 시대의 경쟁력은 수도권만 놓고 볼 게 아니라 한반도 전체가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외국 어느 나라도 한 지역만 집중해서 경쟁력을 키우는 나라가 없다. 반대로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질적 관리’ 개념으로 특성화하되 나머지는 다른 지방으로 강력하게 이전해야 한다.
-손 지사는 비수도권 발전의 해법으로, 수도권을 발전시킨 다음 거기서 걷은 세금 등을 지방에 흘려주는 방식(스필오버)을 제안했다.
=(강한 어조로) 그건 해법이 될 수 없다. (수도권 외의) 다른 지방도 전부 독립된 개발의 주체이다. 그 지역들이 자립해서 발전할 토대를 만들어주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한쪽에 (기회를) 집중시켜주고 거기서 걷은 돈을 배분해주는 건 있을 수 없다. (수도권 지역의) 규제를 관리해주고 그 효과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스필오버되도록 해야지(수도권을 억제함으로써 다른 지역으로 기회가 넘치도록 한다는 뜻), (수도권에) 다 집중해놓고 생산되는 것을 배분해준다는 그런 독단이 어디 있나. 대한민국에 서울과 수도권만 존재시키겠다는 이야기다.
-경기도쪽은 비수도권 지역이 기업체 등을 늘리기보다는 (수도권에 의한) 웰빙투자로 수도권과의 격차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시 사람들의 휴양터를 제공해주고 운영하라는 이야기인데 그것만으로 지역이 자립할 수 없다.
-같은 한나라당 소속 광역단체장인데 서로 대화할 수 없나?
=시·도지사협의회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곤 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각자가) 지역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뚜렷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중앙정부가 요즘 펴는 수도권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중앙정부가 최근 제시한 3단계 수도권 전략을 보면 고뇌한 흔적은 역력하다. 정부는 공장총량제 골간을 유지하며 자연보전권역 정책도 견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정책도 자칫하면 (효과 없는) 장치에 불과할 가능성도 없지 있다. 왜냐하면 이 전략을 보면 앞으로 몇년 뒤에는 (수도권에) 어떤 규제들을 푼다는 정책 변화가 예고돼 있다. 경제 주체들은 앞으로 올 상황에 대비해 계획을 짜게 마련이다.
-수도권에 몇년 뒤 공장총량제가 풀릴 가능성을 내다보고 기업이 지방 투자를 미룬다는 뜻인가?
=그렇다. 그런 조짐이 이미 보이고 있다. 기업 유치 활동을 해보면 (기업이) 이런 걸 예민하게 보면서 결정을 유보하려는 움직임이 피부로 느껴진다. 전북에서도 대규모 독일계 공장 투자가 거의 논의돼가다가 수도권 규제 완화 때문에 유보된 예가 있다.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지사의 의견은?
=찬반을 꼭 밝혀야 할 문제는 아니지 않나. (강원지사가) 당해 지역의 직접 당사자도 아니고. 그것이 정부 정책으로 실행돼가는 데 따라서 시·도 차원의 (대응) 전략을 강구해나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신행정수도와의 접근로 확충 요구할 것
-공주·연기에 신행정수도가 건설될 때 강원도에 미칠 영향은?
=도민들이 우려하는 바가 있다. 우선 현재의 서울보다 거리가 멀어진다. 따라서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을 다른 방법으로 해야 한다. 만일 간다면 (공주·연기로 뻗는 접근로 확충 등을) 당연히 우리가 요청할 것이다.
둘째로는 신행정수도 이전 목적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인 만큼 이에 따라 다른 지역의 소외가 심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강원도는 특히 그런 염려가 많으니 특별 정책을 강구해줘야 한다. 신행정수도에 대한 접근로 개선과 함께 지역 특성화 전략도 좀더 보충해줘야 한다. 또 한 가지 도민들 사이에는 지금의 서울과 신행정수도 사이에 거대한 새로운 광역도시권이 생기고 그 도시권 위주로 또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한나라당은 소속 국회의원의 3분의 2가 넘는 90여명이 행정수도 이전 반대 서명을 한 상태다.
=이 문제는 당의 입장을 별다르게 고려하거나 영향 받을 일이 아니다. 국토공간 전략 차원에서의 개인적 소신, 그리고 지사라는 공적 입장에서 강원도의 전략과 이해관계에 기초할 뿐이다.
-중앙당의 입장보다는 강원도의 전략이 더 중요하다는 뜻인가?
=그렇다.
-신행정수도 문제는 지방자치와 직결된 정책이다. 중앙당이 이런 문제를 두고 소속 단체장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있나?
=그건 활발한 것 같지 않다. 지자체장들이 아까 말한 대로 당의 정책보다는 각 지역의 입장에서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작용한 것 같다.
-시·도지사협의회 지방분권특별위원회 간사장을 맡고 있다. 지방분권이 어떤 원칙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중앙정부와 지자체 사이에 권한을 내준다거나 빼앗는다는 차원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권능을 차제에 종합적으로 조정해보자는 입장이다. 나는 세 가지 원칙을 주장한다. 첫째는 이제 논의의 단계가 지났으며 확고한 선택을 해야 한다. 둘째로 ‘선분권, 후보완’으로 가야 한다. 완벽한 것을 갖추고 하려면 일이 되지 않는다. 셋째는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 참여정부가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분권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논란이 많아지면서 진척이 더디다. 이렇게 되면 뜻한 효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어떤 대목에서 진척이 더딘가?
=예컨대 특별 지방관서의 통폐합 조정은 계속 논의만 하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각 중앙부처가 나름의 방어 논리를 펴고 있다. 자치경찰제도 순수한 대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지금 흘러나오는 것은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자치경찰을) 시·군 등 기초자치단체에 과를 설치하는 정도로 해갖고는 기존 경찰의 보조기관을 넘기 어렵다. 자주재정권 문제도 쉽사리 결론내지 못하는 것 같다.
-참여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 균형발전 정책은 어떻게 받아들이나.
=기본 로드맵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정부의 확고한 의지는 분명하다고 평가한다. 이것을 확고하게 좀더 빨리 진행해주기 바란다.
강원도를 동아시아 관광의 허브로
-강원도 균형발전 전략의 핵심 아이디어는 무엇인가?
=지역 여건에 맞춰 강원도를 생명·건강 산업의 수도로 발전시킨다는 게 핵심이다. 바이오나 의료기기, 신소재, 해양생물 산업, 문화산업, 레저, 스포츠, 휴양 요소를 망라해 생명·건강과 연관된 일체의 산업과 프로그램들이 전부 강원도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남북 관계의 진전과 극동 경제권을 토대로 강원도가 동북아 물류의 중심지가 되도록 물류축을 형성하는 방안도 있다. 강원도를 동아시아 관광의 허브로 발전시킨다는 비전도 마련돼 있다.
-현재 추진 여건은?
=전반적으로 강원도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경제적 가치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은 물류란 측면에서 기반을 완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교통망의 고속화·첨단화·광역화를 추진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2006년에 임기가 끝난다. 지사직 3선에 도전할 생각인가?
=그걸 지금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현재 하고 있는 위치에서 열심히 해서 도민들의 평가를 받는 게 중요하다.
-정치권에선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를 놓고 여야간 대립이 심하다.
=양쪽 주장이 모두 나름의 논거들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정책을 결정할 때는 현실 상황 진단과 앞으로의 상황 예측, 그리고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를 판단한 다음 (주장에 딸린) 가치들을 비교형량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완전 폐지는 조금 시기상조가 아닌지 생각한다. 그러나 폐지론자들이 주장하는 인권 측면과 남북 관계 변화 등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과감하게 대폭 수정하는, 소폭이 아니라 대폭 개정해서 존치하는 게 합리적 선택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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