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여름, 숨겨진 아시아 | 버마]
국경지역으로 탈출한 두명의 버마 여죄수들이 털어놓은 충격적인 이야기들

▣ 매솟(타이-버마 국경)= 옹나잉(Aung Naing)/ 편집장
“여죄수였던 내 스스로가 그렇게 증오스러울 수가 없다.”
1996년 군사정부를 비난하는 시위를 벌인 죄목으로, 악명 높은 타야와디(Thayawaddy) 형무소에서 5년하고도 여덟달을 썩었던 이 이 툰(Yee Yee Htun·37)은 끔찍한 기억을 되살렸다.
“인간의 존엄성이라고?” 1995년 우 누(U Nu) 총리 장례식에서 정치적인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 하나로 6년하고도 두달간 형무소에 수감됐던 예 예 모(Aye Aye Moe·35)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그녀는 사람과 관련된 모든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맞는 것보다 생리가 더 힘들었다”

그들이 석방된 2002년은 말 그대로 행운이었다. 그로부터 둘은 다시 ‘버마’라는 대형 감옥으로부터 탈출을 꿈꾸었고, 얼마 전 용케도 국경을 거쳐 타이의 매솟으로 넘어왔다. “맞아 죽는 일보다도 생리 때가 더 힘들었다. 생리대란 게 없으니 ‘론지’(여성용 전통치마)를 둘둘 말아 일을 처리했고….”
이 이 툰 눈에서는 불현듯 적개심이 타올랐다. “물이 없으니 론지를 제대로 빨 수도 없고… 어떨 때는 하루 두 컵(약 1리터)이 전부였다. 그걸로 목욕도 하고 론지를 빨기도 했으니, 바깥 세상 사람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 방울이라도 새지 않도록 하겠다고 바닥에 론지를 깔고 그 위에서 몸을 씻은 다음, 떨어진 물로 론지를 빠는 식이었다. 기막힌 행운이 있던 날 우린 7컵을 받았다.”
둘은 모두 타야와디 형무소로 이감되기 전, 랭군 부근에 있는 세계적인 악질 인세인(Insein) 형무소 독방에 수감됐던 이들이다. “아침, 저녁 해서 하루 두끼가 전부였다. 굶주리긴 쥐새끼도 우리와 같았다. 쥐 먹으라고 남길 음식이 없었으니. 그런데도 쥐새끼와 각종 뱀들이 감방을 드나들었고, 사실은 그놈들과 함께 살았다. 벌레 한 마리도 쳐다보지 못했던 내게 그건 까무러칠 만한 고문이었다.”
햇빛도 들지 않는 독방에서 지낸 그녀들은 후유증으로 지금도 몸이 성한 데가 없다. “침대도 이불도 없는 찬 콘크리트 바닥에서 그냥 잤다. 밥은 씹기조차 힘든 껌뎅이 투성이였고, 똥·오줌을 제 때 버릴 수 없어 냄새가 진동했다.” 그때부터 이 이 툰은 손발 감각을 잃어버린 상태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녀들 가슴에 남아 있는 상처는 취조 때의 기억이다. 3일 밤낮을 눈 한번 붙이지 못하고 밥 한끼 먹지 못한 상태에서 거듭되는 취조관들의 질문에 둘은 모두 수도 없이 정신을 잃었다고 한다.

“바깥 동료들에게 해를 입히지 말아야 한다는 믿음 하나로 버텼던 시간들이다.” 그리고 둘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한참 만에 이 이 툰이 입을 열었다. “형무소 간수들이 취하는 날에는 성적 모욕을 견뎌내야 하는 또 다른 일이 벌어지곤 했다. 심지어 여성 욕실 벽을 뚫어 간수들과 남성 죄수들이 들여다보는 일도 있었다. 여성 정치범들이 관리에게 고발했지만 돌아온 건 학대뿐이었다.”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보고에 따르면, 현재 버마에는 여성 정치범 69명을 포함해 약 1300명을 웃도는 정치범들이 불법 수감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ILO와 연락했다는 사실만으로 사형선고!
정치범의 성격도 가지가지다. 야당 인사나 민주화운동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국제노동기구(ILO)와 연락했다는 사실만으로 사형과 장기형을 선고받은 정치범이 7명이나 되고, 또 유엔이 발표한 국제인권선언을 돌렸다는 이유만으로 9명이 장기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하기야 노벨평화상을 받은 세계적인 민주 지도자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마저 가택연금할 수 있는 군인 정치가들이 판치는 버마에서 일반 시민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군인독재 16년 동안 아웅산 수치는 세번에 걸쳐 9년이 넘도록 가택연금을 당해왔다. “버마, 그 자체가 세계 최대 형무소다.” 이 이 툰은 그 ‘형무소 제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이빨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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