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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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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의경제학|타이] 40바트, 하늘과 땅의 가치

등록 2004-07-22 00:00 수정 2020-05-03 04:23

<font color="darkblue">‘국수 두 그릇에 밥 두 그릇’ 또는 쌀 1kg 살 수 있지만 유복한 자들에겐 아무 것도 아니더라</font>

▣ 방콕= 글 · 사진 프라윗 로자나프룩(Pravit Rojanaphruk)

기자

타이 사람들의 연간 평균소득이 2300달러쯤 된다고 하니 월평균으로 따져보면 200달러에 못 미친다. 원색적으로 표현하면 가진 자들은 점점 더 살이 찌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점점 더 말라비틀어지고, 그 사이에서 20%쯤 되는 중산층은 잘먹고 잘사는 그런 구조다. 지난해 타이 국내총생산(GDP)이 6.5% 늘어나는 동안 물가는 2.4% 올랐다.

그러면 타이에서 1달러로 뭘 할 수 있을까. 참고로 요즘 미국돈 1달러는 타이돈 약 40바트에 해당한다. 그 40바트로 먼저 머리를 식힐 750ml짜리 맥주 한병을 살 수 있을 테고, 제법 그럴듯한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실 만하다. (요주의: 아메리칸 스타벅스는 절대 아니다. 그 곳은 기본이 50바트에서 출발한다.)

콘돔과 에이즈에 얽힌 1달러

좀 심각한 이들이라면 1달러로 품질 좋은 자스민향 쌀 1kg이나 달걀 12알을 살수 있다. 국수 두 그릇과 밥 두 그릇을 에어컨이 전혀 돌아가지 않는 길거리 좌판에서 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유복한 자들이라면 그 1달러는 정말로 아무것도 아닐 수가 있다.

근사한 일본 식당이나 이탈리아 식당에 드나들려면 두당 40달러쯤은 드는데, 대학 마친 타이 젊은이들의 월급이 150~350달러쯤 되니 그 1달러가 지닌 격차를 상상하고도 남을 일이다. 만약 졸업장이 없는 노동자라면 한달 동안 뼈빠지게 일해야 120달러를 손에 쥘 수 있는 형편이다.

타이의 은행가들이나 사업가들은 자신의 경쟁 상대인 일본이나 한국 사업가들에 비해 전혀 모자랄 것 없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타이 사회가 일본이나 한국에 비해 생활비나 기타 서비스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히 기형적인 구조가 아닐 수 없다. 웬만큼 먹고사는 중산층도,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가정부에 운전사와 정원사까지 거느리는 게 타이의 현실이다.

사회 밑바닥은 이주노동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대부분 버마인인 외국 노동자들은 100달러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으며 이른바 ‘더럽고’ ‘위험한’ 타이 경제 전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여성 불법 이주자들은 타이 섹스산업의 첨병으로 전락했다. 그런 가운데 타이 북부 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 여성 불법 노동자들 사이에 에이즈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당 50~60바트를 받는 일부 외국인 여성들이 세개들이 한통에 40바트나 하는 콘돔을 구입해서 안전한 섹스를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모순이었다.

방콕으로 되돌아와도 한숨은 쉽사리 걷히지 않는다. 방콕의 대중교통 수단이라고 자랑하는 ‘스카이트레인’의 표값은 1달러에도 못 미치지만, 그마저도 가난한 이들에겐 하늘의 뜬구름일 뿐이다. 이 ‘대중교통’이란 놈을 활용할 수 있는 시민이 20%에도 못 미친다. 대부분의 타이 시민들에게 1달러는 여전히 엄청난 의미를 지녔다는 뜻이다. 그 1달러에 목숨이 걸려 있고, 그 1달러가 한끼 양식이 되기도 하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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