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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의경제학|스리랑카] 평화협정은 기뻤다, 그러나…

등록 2004-07-22 00:00 수정 2020-05-03 04:23

<font color="darkblue">장밋빛 청사진에도 구호정책 실패로 팍팍한 서민생활 여전… 1달러 얻으면 먹을거리 향해 달려갈 것 </font>

▣ 콜롬보= 글 · 사진 수마두 위라와르네

(Sumadhu Weerawarne) 기자

20년 내전은 스리랑카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어놓았다. 1983년 내전 돌입 이전 5년 동안 6~8%대에 이르던 경제성장률이 내전이 터지자 3~4%대로 떨어졌다. 2001년 들어서는 -1.5%대로 미끄러지고 말았다. 그 결과 시민들은 소득이 줄어들어 견디기 힘든 지경이 되었다. 이에 정부는 평화 회복에 온 신경을 쏟았다. 2002년 2월, 정부는 제3세력 중재자 노릇을 해온 노르웨이 정부 지원으로 스리랑카 북부와 서부 타밀족의 분리독립을 위해 싸워온 타밀타이거(LTTE)와 휴전협정을 맺었다. 그러자 스리랑카에는 곧장 장밋빛 경제전망이 쏟아졌다. 증권시장도 다시 활기를 띠었다. 외국인 관광 수익도 처음으로 50만달러를 넘어섰다.

왜 정부는 4월 총선에서 패했을까

콜롬보에는 곧장 번영의 기운이 되살아났다. 스리랑카 정부는 그해 크리스마스 때 콜롬보 중심가에 형형색색의 전구를 내달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들은 평화 복귀로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했다. 정부는 시민들에게 좀더 인내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며 경제성장이 10%대에 이를 밝은 미래를 제시하기에 바빴다.

문제는 가난한 시민들에게 더 이상 기다릴 만한 여유가 없다는 사실이다. 특히 연소득 940달러(한달 10만원꼴) 선에 허덕이는 시골 사람들에게 기다림이란 말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정부 공식통계에서 드러나듯이, 45%에 이르는 시민들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실정임을 감안하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그러니 만약 누군가 시민들에게 현금 1달러를 거저 준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먼저 먹을거리를 사는 데 그 돈을 쓸 것이다. 소득 불균형 심화로 1달러의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가 되고 말았다. 1달러가 상류층 식당에서는 한낱 차 한잔 거리지만, 바깥쪽 난전에서는 한 가족이 한끼를 충분히 때울 만한 채소를 살 수 있는 돈이니 말이다.

시민들은 파괴와 잔혹이 멈춘 사실을 분명히 기뻐하고 있다. 또 평화협정은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더 이상 전투와 폭탄도 없다. 그러나 시민들은 더 나은 경제적 삶을 애원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국제 금융기관과 구호단체들의 실패한 지점을 엿볼 수 있다. 돈줄을 쥔 그이들은 가난한 시민들의 현재는 안중에도 없고, 다만 장기적인 경제구조 개선만이 국가와 시민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만 여기고 있다. 오늘날 먹을거리를 찾아 헤매는 대부분의 스리랑카 시민들에게 국가 경제 같은 말들은 압박일 뿐이다.

2002년 2월 성공적으로 휴전협정을 맺어 시민들의 염원이던 내전을 종식시킨 스리랑카 정부가 2004년 4월 총선에서 패한 채 물러났다. 시민들의 바람이 어디에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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