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의 본고장에서 빅리그 넘보는 방성윤·하승진·김진수… 마이너리그와 고교농구에서 인상적인 활약 중
▣ 박상혁/ 농구전문 프리랜서
국내 프로농구가 한창인데도 지금 한국 농구팬들의 시선은 미국에 쏠려 있다. 빅리그 진입을 눈앞에 둔 젊은 농구 꿈나무들 때문이다. 방성윤(22·NBDL 로어노크 대즐)과 하승진(19·ABA 포틀랜드 레인), 김진수(16·몬트클레어 고교)는 농구의 최고봉 미국 프로농구(NBA)에 진출하기 위해 농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NBDL 방성윤의 ‘맹모삼천지교’
방성윤은 연세대에 입학하자마자 두각을 나타냈다. 198cm·100kg의 당당한 체격을 이용한 운동능력과 동물적인 슈팅감각은 그를 국내 대학 최고의 선수 자리에 올려놨다. 이런 가운데 나온 것이 그의 NBA 진출설이다. 하승진, 김승현(대구 오리온스)과 함께 NBA에 갈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지명된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가 강력히 원했다. 농구선수라면 한번쯤은 꿈꿔봤을 NBA 진입. 남들에게는 단순히 꿈이었지만 그에게는 인생의 최대 목표가 됐다.
NBA 진입을 위한 그의 노력은 정말 눈물겨운 것이었다. 아니 그와 가족들의 노력이라 하는 게 더 옳을 것 같다. 최근 2~3년간 그는 자신을 해외 스카우트들과 에이전트에게 알리기 위해 해마다 미국의 농구캠프를 다녀왔다. 비행기 티켓에 캠프 참가비용, 그리고 현지 체재 비용까지 그 액수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는데, 그 몫은 모두 부모님의 것이었다. 그의 집은 그리 부유한 형편이 아니었지만, 부모님은 아들의 꿈을 위해 ‘맹모삼천지교’를 택했다.
“미국에 가서 단 한번도 대충 운동한 적이 없어요. 부모님을 생각하면 드리블 하나 슛 하나 대충할 수가 없더라고요.” 지난해 10월 농구캠프를 마치고 귀국한 그를 연세대에서 만났을 때 그가 한 얘기다.
그의 ‘맹모삼천지교’는 지난 10월23일 결실을 맺었다. NBDL 사무국에서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달라는 초청장을 받은 것이다. 그는 지난 11월5일(현지시각) 애틀랜타에서 열린 NBDL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 2순위로 로어노크 대즐에 지명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단추를 끼우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의 미국 진출은 결코 쉽지 않았다. 먼저 국내 소속팀인 연세대의 동의가 있어야 했고, 대한농구협회의 허가도 있어야 했다. 방성윤은 당시 스탄코비치컵 대회를 위한 국가 대표팀에 선발된 상태였고, 대회 개막일이 NBDL 개막일과 똑같은 11월20일이었기 때문이다. 또 부산아시안게임 우승으로 군 면제 혜택을 받아 4주간 군사훈련을 마친 상태였지만, 2년간 문화관광부 소속 공익근무 요원으로 일해야 하는 것도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준비된 자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찾아오는 법이다. 대한농구협회는 방성윤을 스탄코비치컵 대표팀에서 제외시키며 부담감을 덜어줬고, 연세대도 그의 해외리그 진출을 허락했다. 농구협회와 연세대의 배려로 드래프트 직후 그의 비자는 취업비자로 바뀌었고, 그는 곧 플로리다 전지 훈련에 참가해 본격적인 담금질을 시작했다.
그가 속한 NBDL은 NBA의 마이너리그 격으로 총 6개 팀으로 구성돼 있다. 급여는 그리 신통치 않고, 장거리를 버스로 이동하고 식사도 햄버거로 때우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NBDL은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유망주들이 문을 두드린다. 이 리그가 NBA로 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무대이기 때문이다. NBDL 선수 중 해마다 7~8명 정도가 NBA에 진출하고 있다. 또 NBA 규정에 따르면 시즌 도중 ‘12인 로스터’의 선수가 부상할 경우, NBDL 선수와 ‘10일 계약’을 맺어 그 빈자리를 메우도록 돼 있다. 하지만 수준 높은 NBDL에 적응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4라운드로 입단한 방성윤은 NBDL의 내로라 하는 유망주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네 번째 등급에서 뽑힌 선수가 NBA에 진출한 예는 없다.
ABA 리그 하승진, 경기당 10점 이상!
하지만 방성윤은 첫 단추를 잘 끼고 있다. 입단 전의 우려와는 달리 그는 현재 팀의 주전 슈팅가드로 자리를 굳혔고, 경기당 10점 이상의 기록을 세우며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는 지난 11월20일 로어노크에서 열린 페이어트빌 패트리어츠와의 NBDL 데뷔전에서 20분간 출장해 13득점·4도움·1가로채기를 기록하며 팀의 114-90 대승을 이끌었다. 그는 두 번째 경기인 플로리다 플레임 전에서도 10득점·1튄공잡기·1도움을 기록했고, 3차전인 플레임전(10득점·4도움)과 4차전 패트리어츠전(16득점)에서도 맹활약하며 팀이 3승1패로 리그 2위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현지의 반응도 괜찮은 편이다. 연고지 유력 언론인 로부터 “탁월한 슈팅능력과 탄탄한 수비력으로 로어노크 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감독인 켄트 데이비슨에게 “방성윤은 공수에 걸쳐 기량이 뛰어나다. NBA 진출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는 ‘극찬’을 받았다.
방성윤보다 앞서 미국에 진출한 하승진도 순항하고 있다. 지난 6월25일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에 전체 47위로 지명되며 당당히 NBA 무대에 입성한 하승진은 현재 포틀랜드 구단의 2군팀인 ABA 포틀랜드 레인에서 1군 진입을 위한 수업을 착실히 받고 있다. ABA는 NBDL보다 한수 아래의 리그다. 지난 11월18일 프레즈노 핫웨이브와의 경기에서 그는 9득점·8튄공잡기·1도움·1가로막기를 기록하며 한국 선수로는 첫 미국 무대 데뷔전을 치렀고, 시즌 두 번째 경기에서는 24득점·11튄공잡기·2도움·4가로막기를 기록하며 밝은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진수도 현지언론에 능력인정 받았다
방성윤과 하승진이 프로 무대에서 첫발을 내디뎠다면 김진수는 미국 고교농구 무대에서 꿈을 키우고 있다. 삼일중학교를 졸업하고 한국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농구 유학을 떠난 김진수는 현재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몬트클레어 고교에 재학 중이며, 이미 중3 때 미국의 아디다스 ABCD 농구캠프에 초청받았을 만큼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7월 LA에서 열린 주니어 캠프에서는 기간 내내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며 <la>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낸 바 있다. 지난 11월13일부터 팀 훈련에 참가한 김진수는 12월1일 켐프벨 홀 고교와의 토너먼트 대회에 첫 출전해 18분을 뛰면서 총 18득점(3점슛 1개)·7튄공잡기·3가로막기를 기록하며 팀의 64-49 승리를 이끌었다.
방성윤과 하승진, 김진수는 모두 성공적인 미국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이들 중 단 한명이라도 NBA에 진출한다면 그동안 침체돼 있던 한국 농구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야구의 박찬호를 계기로 미국 스포츠계가 한국 야구를 주목했듯이, 이들이 미국 농구팬들의 관심을 한국 농구에 쏠리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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