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주전 넘보는 젊은 피들… 본프레레 ‘세대교체 범위’ 놓고 고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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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신만고 끝에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 진출한 한국 축구를 놓고 다시 ‘세대교체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에게 최종 예선을 맡겼다가는 자칫 큰일 날 우려가 있으니, 하루빨리 올림픽대표팀 출신의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류를 이룬다. 반면 최종 예선(내년 2월9일 시작)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도 일본을 비롯해 이란·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강호와 싸워야 할 판에 성급하게 젊은 선수들로 완전 세대교체를 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시되고 있다. 당장 완전한 세대교체인가, 아니면 점진적 세대교체인가? 본프레레 감독 등 축구대표팀 코칭 스태프는 바야흐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편집자 |


▣ 김경무 기자/ 한겨레 스포츠부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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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선수들로 팀을 만들어나가겠다.” 11월17일 한국과 몰디브의 독일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마지막 6차전이 끝난 뒤, 조 본프레레 감독이 기자회견장에서 한 말이다. 한국 축구가 2-0으로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거둔 뒤 ‘최종 예선에 기존 멤버로 가겠는가, 아니면 변화를 줄 것인가’라고 취재진들이 묻자, 그는 간단하게 이렇게 답했다. 아프리카와 중동 등지를 떠돌며 ‘잡초’처럼 지도자 생활을 해온 58살 노장 감독은 이렇게 세대교체 여부에 대한 질문을 피해갔다.
확실한 킬러가 없는 현실
실제 세대교체와 관련해서 본프레레 감독은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9월8일 베트남과의 원정경기에서 한국이 2-1로 신승을 거둔 뒤 세대교체론이 거세게 휘몰아쳤을 때도, 그는 ‘점진적 세대교체론’을 폈다. 한국 축구를 아직 확실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그로서는 어찌 보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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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하더라도 아시아 2차 예선에서 몇몇 주전급 선수들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난 만큼, 12월19일(오후 7시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로 예정된 한국과 독일 대표팀의 친선경기 때는 젊은 피들이 대거 주전으로 기용돼 가능성을 시험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로 구성된 한국이 아시아 2차 예선 7조에서 거둔 성적은 4승2무로 만족스럽지 못하다. 게다가 레바논·베트남·몰디브 등 약체들을 상대로 한 ‘홈 앤드 어웨이’ 여섯 경기에서 9골밖에 넣지 못했고, 수비의 어이없는 실수로 2골까지 내줬다. 이웃나라 일본이 3조에서 역시 약체인 오만·인도·싱가포르를 상대로 6전 전승을 거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게다가 일본은 16골을 몰아쳤고 1골만 허용했다.
선수 소집 훈련기간이 짧았다 해도 월드컵 4강 전사들이 이런 성적을 낸 것은 설명이 안 된다. 골 결정력 부재가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됐다. 세대교체론이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내년 2월부터 시작되는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대표팀 수술이 불가피한 만큼, 어느 정도 수술이 이뤄질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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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2차 예선을 통해 가장 문제점으로 드러난 포지션은 역시 공격진(FW)쪽이다. 안정환(요코하마 마리노스)·이동국(광주 상무)·조재진(시미즈 에스 펄스)·최성국(울산 현대)·설기현(울버햄프턴) 등 다양한 카드가 있었지만, 누구도 감독이나 축구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특히 스트라이커들 중 이동국이 여섯 경기에서 3골을 잡아냈을 뿐, 안정환(1골)은 부진했다. 확실한 킬러가 없이 최종예선에 나섰다가는 2차 예선 때와 마찬가지로 극심한 골 결정력 부재로 독일행 티켓을 따낼 수 없다. 본프레레 감독은 이들의 경쟁심을 유발해 골 결정력을 높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청소년대표팀 출신으로 19살인 박주영(고려대)의 과감한 발탁도 주장하고 있다.
박지성·이천수·이영표는 흔들림 없다?
미드필더 자리는 ‘젊은 피’들이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커 보인다. 이를테면 3-4-3(또는 3-4-1-2) 포메이션에서 부동의 오른쪽 미드필더 노릇을 했던 송종국(페예노르트)은 최근 레바논·몰디브전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여 주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대타로는 올림픽대표팀 출신의 박규선(전북 현대) 등이 유력해 보인다. 182cm 장신으로 근성이 있고 측면 돌파가 뛰어나다. 중앙 미드필더로는 김두현(수원 삼성)이 아시아 2차 예선에서 주전으로 기용돼 고비 때 2골을 작렬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175cm·67kg으로 다소 중량감이 떨어지는 게 흠이다. 특히 김두현은 몰디브전에서 박지성(PSV 에인트호벤)과 중앙 미드필더로 처음 기용됐는데, 경기 조율과 볼 공급 능력 면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때 한방을 터뜨려주는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활용 가능한 카드라 할 수 있다.

이 밖에 올림픽대표팀 출신 김정우(울산 현대)도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왼쪽 미드필더로는 김동진(FC 서울)이 이영표(PSV 에인트호벤)를 위협할 수 있다. 그러나 이영표는 네덜란드에서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어 김동진으로서는 주전 자리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아 보인다. 이천수(누만시아)는 공격형 미드필더나 3톱의 좌우 공격수 등 다양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박지성도 마찬가지다. 결국 미드필드 진용에는 박지성·이천수·이영표 등이 확실한 주전감으로 꼽히는 가운데, 김정우·김두현·김동진·박규선 등 신예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형국을 예상할 수 있다.
수비진은 노쇠함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둘 다 33살 노장인 유상철(요코하마 마리노스)과 최진철(전북 현대)은 아시아 2차 예선에서 두 차례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며 레바논과 베트남에 모두 2골을 내줬다. 최종 예선에는 강호들이 총출동하기 때문에, 이들 노장이 버텨내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그러나 본프레레 감독은 최종 예선 때까지는 노련한 유상철·최진철 카드를 쉽게 버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전급을 물갈이한다면, 조병국(수원 삼성)·김치곤(FC 서울) 등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김진규(전남 드래곤즈)도 거론되지만 이제 19살로 경험 부족이 아킬레스건이다. 184cm·80kg의 체격으로 26살인 박재홍(전북 현대)은 확실하게 왼쪽 수비수로 자리잡았다.
골키퍼 자리에는 이운재(수원 삼성)가 굳게 버티고 있지만, 차세대 수문장감인 김영광(전남 드래곤즈)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축구협회는 12월 독일 월드컵대표팀과의 친선경기 뒤 내년 1월 중 국내파 위주로 대표팀을 소집해 아시아 최종 예선 때까지 강도 높은 합숙훈련을 가질 예정이다. 결국 세대교체의 윤곽은 이 기간 중 평가전에서 확실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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