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6호 특집으로 다룬 유전자조작(GMO) 식품문제는 사실 기자에게 당혹스런 주제였다. 유전공학분야에 대한 인식에선 일반인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는 기자의 무지도 무지이려니와 이 사안을 둘러싼 전문가 그룹의 견해차가 너무나 커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더욱이 엇갈리는 견해차를 메워줄 명백한 사례가 없을뿐더러 일부 제시된 사례들도 알고보면 잘못 알려진 바가 적지 않았다.
대립되는 양쪽의 견해를 거칠게 요약하면 한쪽은 유전자조작 식품 때문에 해를 입은 것으로 입증된 명백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해서 모두 안전하다고 결론내릴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이런 논란의 와중에서 한쪽은 다른 한쪽을 유전공학의 ‘유’자도 모르는 ‘무식쟁이’로, 거꾸로 다른 한쪽은 반대편을 유전자조작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다국적기업의 앞잡이’로 몰아붙이는 험악한 분위기도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었다. GMO라는 같은 용어를 두고도 한쪽은 ‘유전자조작’으로, 다른 한쪽은 전혀 의미가 다르게 느껴지는 ‘유전자변형’이나 ‘유전자재조합’으로 풀이할 정도였다.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가는 방편으로 매일 식탁의 문제와 맞닥뜨리는 주부들의 시각으로 이 사안을 다뤘기 때문인지 정부당국 및 유전공학 전문가들에겐 대단히 불만스러웠던 듯했다.
인터넷 한겨레에 ‘철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띄운 한 독자는 이번 특집기사에 대해 “어떠한 근거도 없이 먹으면 왠지 건강에 안 좋을 것같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수확 벼, 병충해에 강한 고추나 벼 이런 것들이 엄밀히 말하면 모두 GMO”라며 “환경에 대한 문제제기는 있을 수 있지만 GMO가 식품으로서는 논란거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안전청 소속 한 박사는 “여러 정황을 종합해볼 때 GMO 식품은 안전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인데, 이런 결론만을 두고 소비자단체에선 다국적기업과 연계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고 섭섭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약품은 몰라도 식품문제는 저 또한 매일 식탁에서 부딪히는 사안인데, 어떻게 다국적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세상만사 다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특히 GMO 식품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쪽 입장에 서 있든 겸허해질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그래서 신성한 ‘먹는 문제’일 뿐 아니라 가보지 않은 ‘미래’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유전학에 대한 지식이 깊은 전문가 집단에게 더욱 필요한 덕목일 터이다.
유전자조작 식물을 재배하는 현장을 취재할 때였다. 전화취재중 거론된 ‘포장재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농업과학기술원의 한 박사는 ‘격리재배를 말한다’고 짤막하게 설명했다. 이어 격리재배를 한다면 어떤 식으로 격리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 포장재배한다니까’라는 반문으로 대신했다. 이렇게 격리재배와 포장재배 사이를 왔다갔다하다가 전화를 끊었던 씁쓸한 기억이 있다.
유전자조작에 관한 연구는 대단히 전문적인 분야이지만, 그 결과물은 대단히 일상적인 만큼 전문가그룹이 일반인들에게 한 발짝 다가서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그러지 않는다면 GMO를 둘러싼 양쪽의 간극은 영원히 메워지기 어려울 것이며 이는 결국 전문가집단의 존립근거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기에.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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