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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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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공포증

등록 2005-04-28 00:00 수정 2020-05-03 04:24

▣ 우종민/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stresscenter.co.kr


시험 때마다 너무 긴장해서 시험을 망쳤다는 학생들이 많다. 대학생들에게 수능시험을 평소 실력보다 잘 봤느냐 아니면 못 봤느냐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자기 실력보다 못 봤다고 대답한다.

ㅁ양도 그랬다. 수능 성적이 모의고사 평균 성적보다 20점 이상 낮게 나왔다. 이런 학생들은 특징이 있다. 시험 전날이면 지레 걱정이 돼 잠을 이루지 못한다. 괜히 배도 아프고 머리도 무겁다. 시험 당일 문제지를 받아 펼치는 순간, 자기가 모르는 문제부터 눈에 들어온다. 아는 문제가 모르는 문제보다 훨씬 많지만 그건 별로 위안이 되지 않는다. 문제를 풀 때도 손이 떨려서 제대로 풀지 못한다. 시험 공포다.

누구나 남들 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중요한 시험을 볼 때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적당한 불안은 우리 몸을 각성시키고 에너지를 최대한 발동해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불안이 너무 심해서 공포에 이르면 정작 해야 할 과제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평소 자기 실력도 발휘하지 못한다. 공연 예술을 하는 학생 중에는 평소에는 기가 막히게 잘하다가 막상 무대에만 올라가면 벌벌 떨면서 죽을 쑤는 안타까운 경우가 있다. 직장에서도 손이 떨려서 높은 사람과의 술자리를 피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이들은 자기를 괴롭게 하는 것이 시험 그 자체가 아니라 거기에 쓸데없이 계속 덧붙이는 걱정임을 알아야 한다. 관객 앞에만 서면 긴장해서 노래 시작을 못하는 가수가 있었다. 보다 못한 친구가 모형 앞에서 연습을 시켰다. 오디션 당일, 그날도 모형 앞에서 연습하는 것처럼 속이고 노래를 하게 했다. 가수는 성공적으로 노래를 불렀다. 나중에 불을 켜니 실제로 관객이 있었다. 모형이라고 생각하느냐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생각의 차이였던 것이다.

사전에 예행연습을 하는 것도 좋다. 상상 속에서 연습해도 좋고 실전과 비슷한 상황을 연출해서 연습하는 것도 좋다. 시험 불안이 심하면 최면이나 가상현실을 통해서 시험 장면에 몰입하게 하면 큰 효과가 있다. 반복적으로 하면 더 좋다. 불안을 가라앉히는 이완법이나 이미지 훈련도 효과적이다. 짧은 시간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집중력을 회복할 수 있다. 심한 경우는 약을 쓰기도 한다. 시험 30분 전에 복용하면 불안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우황청심환 같은 것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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