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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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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 굉음 뒤…거대한 콘크리트 더미가 노동자 10명을 덮쳤다

세종~안성 간 고속도로 공사 현장 교각 붕괴해 4명 사망, 6명 부상…사망자 2명 중국인 이주노동자
등록 2025-02-25 18:50 수정 2025-02-27 11:10
2025년 2월25일 오전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교각 건설 중 상판 붕괴사고가 발생해 작업하던 노동자 10명이 매몰됐다. 노동자 10명 가운데 4명이 사망했고, 6명이 부상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사고 현장 모습. 천안(충남)=류우종기자 wjryu@hani.co.kr

2025년 2월25일 오전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교각 건설 중 상판 붕괴사고가 발생해 작업하던 노동자 10명이 매몰됐다. 노동자 10명 가운데 4명이 사망했고, 6명이 부상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사고 현장 모습. 천안(충남)=류우종기자 wjryu@hani.co.kr


2025년 2월25일 오후 1시께.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도림리에는 콘크리트 덩어리 수십 개가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이곳은 이날 오전 9시50분께 세종~안성 간 고속도로 공사 9공구에 있는 길이 270m 청룡천교의 상판 구조물인 콘트리트 거더(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보)가 무너진 현장이었다. 현장에선 소방대원 4명이 콘크리트 더미에 깔린 건설 노동자 한 명을 구조하고 있었다. 이 노동자를 덮친 콘크리트 덩어리는 상당한 무게로 보였다. 여러 명의 소방대원이 투입돼도 들기가 쉽지 않았다. 피해 노동자의 몸이 반쯤 꺼내진 상태에서도 작업은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결국 1시간20여분이 지난 오후 2시22분께가 되어서야 이 노동자 구조 작업이 완료됐다. 하지만 콘크리트 밖으로 나온 노동자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그는 이날 매몰된 여러 노동자 가운데 마지막으로 구조된 이였다.

2025년 2월25일 오전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교각 건설 중 상판 붕괴사고가 발생해 작업하던 노동자 10명이 매몰됐다. 노동자 10명 가운데 4명이 사망했고, 6명이 부상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사고 현장 모습. 천안(충남)=류우종기자 wjryu@hani.co.kr

2025년 2월25일 오전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교각 건설 중 상판 붕괴사고가 발생해 작업하던 노동자 10명이 매몰됐다. 노동자 10명 가운데 4명이 사망했고, 6명이 부상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사고 현장 모습. 천안(충남)=류우종기자 wjryu@hani.co.kr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청룡천교를 건설하던 중 상판 구조물인 콘크리트 거더가 무너져 노동자 4명이 숨지고, 6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6명 가운데 5명은 중상을 입고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당국의 설명과 현장취재를 종합하면, 사고가 발생한 시각은 이날 오전 9시50분께다.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도림리와 경기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경계 지점을 잇는 총용천교 공사 현장에서 다리의 상판 구조물인 콘크리트 거더를 설치하는 런칭 장비를 철수하는 과정에서 거더가 갑자기 무너져 내렸다. 2019년부터 시작돼 내년에 준공할 예정이었던 이 고속도로 9공구 공사는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해 현대엔지니어링과 호반산업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고 있다.

2025년 2월25일 오전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교각 건설 중 상판 붕괴사고가 발생해 작업하던 노동자 10명이 매몰됐다. 노동자 10명 가운데 4명이 사망했고, 6명이 부상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사고 현장 모습. 천안(충남)=류우종기자 wjryu@hani.co.kr

2025년 2월25일 오전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교각 건설 중 상판 붕괴사고가 발생해 작업하던 노동자 10명이 매몰됐다. 노동자 10명 가운데 4명이 사망했고, 6명이 부상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사고 현장 모습. 천안(충남)=류우종기자 wjryu@hani.co.kr


소방청은 사고 직후 국가 소방동원령(소방력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 차원에서 소방력을 동원하는 조처)를 발령했다. 소방당국은 장비 99대와 인력 297명을 투입했다. 소방대원들은 매몰된 노동자들을 찾아 부서진 상판 덩어리 속을 파고 들어냈다. 하지만 콘크리트 구조물의 규모가 거대했기에 최종 구조작업이 완료되기까지 4시간이 넘게 걸렸다. 고경만 안성소방서 화재예방 과장은 “구조대원들이 유압장비를 활용해서 작업을 해야해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구조된 노동자들은 동탄 한림대병원, 수원 아주대병원, 천안 단국대 병원 등으로 이송됐다.

매몰됐던 노동자 10명 가운데 3명은 중국인 이주노동자다. 이날 중국인 이주노동자 2명은 숨졌고, 1명은 큰 부상을 입었다. 사고 현장 한켠에는 외국어로 된 현장 공사 간판들이 놓여있었다. 소방당국의 설명을 들어보면, 사고는 노동자들이 다리의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상판인 콘크리트 거더 위에 올라가 작업을 하던 중 발생했다. 노동자들이 작업을 위해 서 있던 콘크리트 거더가 무너져내렸고, 50m 아래로 추락함과 동시에 콘크리트 더미에 깔리게 된 것이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소방당국과 주민의 설명, 사고 영상 등을 보면, 기둥과 기둥 사이에 얹는 철빔이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 철빔은 무너지며 상당한 굉음을 냈다고 마을 주민은 전한다. 인근 주민 성순옥(77)씨는 “꽝 하는 포탄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마당에 나와서 봤다. 그랬더니 먼지가 크게 났는데 먼지가 연기로 보였다”며 “나중에 사람이 죽고 다쳤다고 해서 ‘아이고 어떡해’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근 현장에서 고속도로 공사를 하는 관계자는 “정확한 건 나중에 확인을 해봐야 하겠지만, 이미 거치된 상태라 기둥하고는 관련이 적고, (기둥 위에 놓인) 철제 빔이 먼저 부러진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 빔이 휘어서 난 사고가 있었는데, 이건 빔이 먼저 부러져서 생긴 사고 같다”고 말했다. ​건설업체 쪽 관계자는 이날 현장 브리핑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가 돌연 불참했다.

2025년 2월25일 오전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교각 건설 중 상판 붕괴사고가 발생해 작업하던 노동자 10명이 매몰됐다. 노동자 10명 가운데 4명이 사망했고, 6명이 부상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사고 현장 모습. 천안(충남)=류우종기자 wjryu@hani.co.kr

2025년 2월25일 오전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교각 건설 중 상판 붕괴사고가 발생해 작업하던 노동자 10명이 매몰됐다. 노동자 10명 가운데 4명이 사망했고, 6명이 부상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사고 현장 모습. 천안(충남)=류우종기자 wjryu@hani.co.kr


주민들은 추가 붕괴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청룡천교 공사 현장 200m 안쪽에는 주택 10여 채가 있다. 성씨는 “(남은 상판이) 지금도 기울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보수공사를 해도 또 언제 무너질지 모르겠다. 부실 공사 상태로 놓아두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 지역 고속도로 공사에서 잇따른 산업재해가 발생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를 보면, 넉달 전인 2024년 10월7일에는 충남 천안시 북면 소재 세종~안성 고속국도 터널 공사 7공구 현장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터널 공사 현장에서 굴착기로 철근 다발(1.87t)을 들고 운반 중 인양벨트가 훅에서 빠져 장비 아래에 있던 작업자가 기울어져 떨어지는 철근 다발에 깔렸다. 이 노동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발생한 붕괴 사고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해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중대재해는 동일한 사업장에서 3명 이상 사망하거나 5명 이상 사상한 경우에 해당한다. 노동부는 현장에 출동해 해당 작업 및 동일한 작업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을 사고 현장에 급파했다. 아울러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 및 지역산업재해수습본부를 꾸렸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오후 3시께 사고 현장을 방문해 “조속히 사고를 수습하겠다”며 “유가족분들의 말씀에도 귀 기울이고 유가족 지원을 위한 전담 인력도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천안(충남)=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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