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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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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스트레스

등록 2005-04-21 00:00 수정 2020-05-03 04:24

[마음살리기]

▣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www.stresscenter.co.kr

직장 여성 A씨는 자칭 ‘기계치’다. 기계로 된 것치고 제대로 다룰 줄 아는 것이 없다. 특히 컴퓨터만 보면 머리가 아프다. 타자도 겨우 익혔는데, 무슨 놈의 프로그램이 매년 업데이트되는지 따라가기를 아예 포기하고 싶다. 기획서를 발표하는 날에는 빔 프로젝터 작동 방법을 몰라서 시간이 지연돼 곤란을 겪었다. 도대체 난 왜 이럴까. 지진아가 된 느낌이다.

일에는 자신이 있는데도 기계에 서툴러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시대가 와버렸다. 사무자동화에서 오는 직장의 스트레스를 ‘테크노스트레스’(Techno-stress)라고 하는데, 심한 컴맹이나 기계치인 사람에게서 ‘테크노 공포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은 컴퓨터 조작에 익숙지 못하거나, 그 메커니즘에 따라가지 못해 심신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회사를 그만두거나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자신감이 없어지면서 ‘할 수 있는 일’조차 지레 물러서게 돼버리기 때문이다.

테크노 불안증과 공포증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우선 시대가 바뀐 것은 탓할 일이 아니다. 산속에 들어가 살지 않는 이상,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조금씩이라도 익히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컴맹’이 하루아침에 노력만으로 ‘도사’가 되기는 힘들다. 하지만 컴퓨터나 기계에 관심이라도 갖기 시작하면 반은 성공한 셈이다.

둘째, 자기 능력에 맞는 기초부터 차분히 배운다. 일흔살이 넘어서 홈페이지를 만들고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 노인들도 있지 않은가. 그렇게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 어떤 컴맹들은 자기가 기계에 약하다는 것을 당연시하면서 ‘난 원래 이런 거 잘 못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이거 절대 자랑이 아니다. 그리고 상황은 절대 나아지지 않는다. 최소한 아랫사람 시키면서 자기 못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는 말자.

셋째, 컴퓨터를 잘 아는 동료나 친구를 알아두자. 잘하는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제일 빠른 길이다. 그러나 긴 병에 효자 없다. 전적으로 의존하려 하지 말자. 매일 물어보는 사람, 매일 뭘 뽑아가려고만 하는 사람을 좋아할 이는 별로 없다. 문제가 생기면 여러 사람들에게 자신이 컴맹임을 광고하지 말고, 믿을 수 있는 직원 한명에게만 물어보는 게 낫다. 그리고 한번 물어본 것은 어떻게 해결하는지 메모해두자.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지 않는 데는 메모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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