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살리기]
▣ 우종민/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drwoo@freechal.com
진료실에서 환자가 던진 질문이 계속 내 마음을 맴도는 경우가 있다. 그 환자는 우울증이었는데, 치료가 잘되던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 우울증은 분명 좋아진 것 같아요. 이젠 입맛도 돌고 잠도 잘 자요. 그런데 그 다음은 뭐죠?” 난 무슨 말인지 몰라 반문했다. “그 다음이라뇨?” 한숨을 푹 내쉬며 그가 말했다. “우울증이 나으면 행복해질까요? 헷갈려요. 병이 나은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거죠?”
그 다음은 뭘까? 행복이다. 물론 우울증에 걸린 상태에서 행복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조건이 갖춰져도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울증이 낫는다고 바로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우울이 들어찼던 자리에 기쁨과 즐거움을 채우려면, 병을 치료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노력이 필요하다.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돈, 명예, 결혼, 좋은 성적표?
우선 돈. 너무 없으면 불행하지만, 먹고살 정도가 되면 그 이상 많다고 해서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민소득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다. 일본과 한국은 엄청난 경제 발전을 이루었지만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변화가 없다.
학력과 지위도 그렇다. 가방끈이 길수록 행복의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언제나 내 인생은 2% 모자라다고 느낀다. 그리고 젊은이가 늙은이보다 더 우울감을 자주 느낀다. 결혼도 마찬가지다. 백마 탄 기사가 행복을 가져다줄 거라 꿈꿀지 모르지만, 결혼한 사람이 미혼보다 행복한 것은 신혼 시절뿐이라는 연구도 있다.
그럼 무엇이 행복의 조건인가? 모든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보고되는 행복의 지표는 대인관계다. 친구나 가족과 친밀감을 강하게 느낄수록, 인생이 만족스럽고 즐거워진다. 로또에 당첨되면, 그동안의 인간관계를 다 끊고 경비가 삼엄한 주상복합아파트로 이사간다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언젠가 늙고 외로워지면 모든 것이 덧없게 느껴질 것 같다.
자신이 지금 살고 있는 삶을 얼마나 좋아하느냐가 행복의 크기를 결정한다. 쓰나미 피해를 겪은 아이들이 웃으며 학교를 다니는 사진을 보았다. 너무나 천진난만한 표정이 놀라웠다. 인간에게 망각의 능력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어제의 불행에 지배된다면, 과거를 잊지 못한다면, 인간은 영원히 불행할 것이다.
지금 당장 메모지를 꺼내 지난 일주일간 고마웠던 일을 죽 적어보자. 일주일에 한번 감사의 일기를 적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또 다른 연구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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