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살리기]
▣ 우종민/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drwoo@freechal.com
을유년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한달이 지났다. 한달 전에는 다들 신년 목표를 세웠을 것이다. 운동한다고 신발을 새로 산 사람도 있고, 살 빼자고 친구와 내기를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참으로 허무하기 짝이 없는 게 그놈의 새해 결심이다. 아직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새해 결심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은 집에 모셔놓았던 어학 교재를 끝까지 공부한 사람만큼이나 훌륭하다. 하긴 작심삼일이 꼭 나쁜 건 아니다. 계획을 세우고 삼일간 지킨 뒤 다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면 되니까. 결심을 지키지 못하는 건 둘째치고 뭘 결심했는지조차 기억 나지 않는다면 이건 문제다. 왜 나는 쓸데없는 것만 잘 기억하고 정작 중요한 건 기억을 못하는 걸까?
우리의 뇌가 기억하는 정보에는 등급이 있다. 모든 정보를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중요도에 따라 값을 매겨 저장한다.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으로 세운 목표는 일회성의 사건 정보로만 입력된다. 신문 한 귀퉁이의 단신처럼 금방 잊혀진다. 그러나 깨달음을 수반한 목표는 뇌에서 각별한 대접을 받는다. 임팩트가 큰 정보는 저장되는 위치도 다르다. ‘감정뇌’라고 해서 수시로 빨리 불러낼 수 있고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곳에 저장된다. 게다가 열심히 실천하면, 나중에는 자전거 타기나 수영처럼 몸에 배어 자동으로 움직여지게 된다.
새해 목표를 잊지 않으려면, 우선 나에게 절실한 목표를 잡아야 한다. 내적 동기가 강하면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다. 둘째, 나에게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 감정이입이 지나쳐도 기억이 안 난다. 부담스러우면 감정적 오버플로가 돼 기억용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셋째, 매일 일수 찍듯 새해 결심 목록을 확인하자. 그 자체를 목표로 삼는 것도 좋다. 넷째, 새해 목표가 눈에 잘 띄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컴퓨터를 켜면 자동으로 뜨게 하거나, 전자수첩이나 개인휴대단말기(PDA)가 있다면 알람을 울리도록 해도 좋다.
초등학생 시절 방학이 되면 둥근 원 안에 생활계획표를 그렸다. 하지만 그대로 지켜지는 일은 없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영향 때문에 대개 노는 시간을 보란 듯이 그리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니 계획표에는 공부하는 시간이 항상 많아지게 마련이다. 어릴 때야 그렇다 해도, 성인이 됐다면 내 스타일에 맞고 내가 정말 원하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사소하고 작은 것일지라도 말이다. 결심을 지키지 못한다는 자괴감 대신 성취의 작은 기쁨을 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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